드디어 여권이 나왔다.
5월 2일에 신청했으니,딱 13일 걸린 셈이다.

[▲대한민국 여권(REPUBLIC OF KOREA,PASSPORT).껍데기를 입힌 사진이다.]
정말 우여곡절끝에 발급받은 것이다보니,운전면허증 받을 때보다 더 감회가 새롭다.

[▲대한민국 여권(REPUBLIC OF KOREA,PASSPORT).내부의 모습.]
예전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요즘 여권발급받기가 무척 힘들다.
여권방식이 사진전사식으로 바뀌면서 하루에 여권 신청 가능인원이 제한되어서라고 한다.
아침일찍 구청에 가보면 이미 번호표 발급이 끝나서 신청을 할 수 가 없고,이른시간 답지 않게 수많은 인파들로 북적거린다.
처음 갔던 2월달에는 방학시즌이라서 그렇겠거니 했는데,3월에도 4월에도 마찬가지.
아침8시30분부터 번호표를 발급한다 하여,문열기 전에 갔더니,
놀이공원의 인기있는 놀이기구를 방불케할 정도의 끝없는 줄을 보고,그냥 GG쳤다.
이사람들은 도대체 몇시부터 줄섰던 걸까? 새벽부터 돗자리 깔았던 건가?
판교 신도시같은 아파트 청약도 인터넷으로 신청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서인지,
이렇게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줄서게 만드는 여권발급 시스템이
마치 80년대의 추석 열차표 예매를 위해 돗자리 깔던 모습과 비슷하고 느꼈다.
그냥 포기하려고 했지만,55000원씩이나 되는 인지를 이미 붙인 상태라
결국 5월에 들어서,노원구청대신 영등포구청에서 신청해 보기로 하고,아침 8시10분에 갔다.
10분전에 도착한 영등포구청에도 노원구청만큼이나 줄이 길었는데,
이대로 물러설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하여
끝이 없어 보이는 줄을 따라 맨뒤에 가서 섰는데 다행이도 순위권 안에 들어서 번호표를 받게 되었다.
번호표를 받아보니 311번.
한사람당 간격이 0.5m라 가정하면 내 앞에 150m의 줄이 있었던 거다.
이렇게 아침 일찍 받은 번호표를 가지고 자기 순서에 맞춰서 접수하면 되는데,
내 번호대는 예상 접수시각이 13시30분이어서 일단 밖에서 밥도 먹고 볼일도 보고 하다가 그 시각에 맞추어서 접수완료했다.
(번호표 받는게 80년대여서 그렇지,일단 번호표를 받은 뒤로는 2000년대에 걸맞는 신속함과 편리함,효율성을 느꼈다.
번호별 접수예정시각과 여권발급예정일까지 친절하게 알려 주고 있었다.)
그리고,여권사진도 만만치 않았다.
그냥 별 생각없이 찍은 증명사진은 대부분 튕긴다고 보면 될듯.

[▲개념없이 찍은 사진.배경이 흰색계열이 아니며,얼굴의 그림자가 너무 심하고,피부색 또한 비정상적이므로 이 사진은 여권사진에 적합하지 않다.]
처음에는 다른 증명사진 때처럼 아무생각없이 찍은뒤 뽀샵질로 그냥 3.5cmX4.5cm라는 크기만 맞추었는데,
찾아보니 사진규격이 매우 까다로웠다.(관련규정:ICAO Doc 9303)

[▲개념탑재후 찍은 사진.세로 4.5cm중에서 에서 얼굴이 2.5cm~3.5cm이어야 하고,베이지색 바탕에 귀가 보여야 한다.]
다시 찍어서 포샵질 하고,사진출력용 광택지에 인쇄했는데,
막상 실제 창구에 접수할 때에는 단번에 통과했다.
얼짱사진 찍는 것이 아니므로,얼짱각도는 커녕 이빨을 보여서도 안되기에
포샵질이라 해도 약간의 밝기 조절과 배경의 그림자만 지운것이 전부다.

[▲최종 여권에 사용된 사진.앞의 사진 보다 더 뚜렷하고 진지한 인상이라는 이유로 채택하였다.]
뭐,사진관에서 그냥 여권사진 찍어달라면 알아서 해주겠지만,
그래도 집에서 포토샵으로 내 얼굴 가지고 노는 재미도 쏠쏠했다.
신청서에 보면 여행예정국을 쓰는 란이 있었는데,
아직까지 특별히 마땅히 갈만한 국가가 없었기에 대뜸 ‘러시아(Российская Федерация)‘로 써버렸다.
그 순간 문득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져가는 투발루(Tuvalu)라는 나라가 생각이 났고,
영영 돌아오지 않을 지상낙원 투발루로 쓰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꼈다.
그러나 이미 펜으로 러시아를 써버린 뒤였기에 나의 그러한 충동은 즉시 사그라 들었다.
하지만,투발루가 가라앉기 전에 한번 가봐야 겠다는 생각은 여전.
영문이름은 늘 써오던 대로 YOON KIJUNE로 사용했고,이제 여권에 기재된 이상 평생 영문이름을 바꾸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렇지만,이 이름은 다년간 외국인에게 직접 임상실험해본 결과,대부분이 혼동없이 정확하게 발음했었다.
SAMSUNG을 ‘샘성’으로,HYUNDAI를 ‘현다이’로 읽는 것과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JUNE이라는 이름이 여자이름이라 영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어쩔수 없다.
앞에 KI가 붙은걸로 위안을 삼는 수 밖에…
그리고,나는 성을 YOON으로 표기하는 반면 아버지는 여권상에 YUN으로 표기되어 있는게 영 마음에 걸린다.
나도 YUN으로 하고 싶었지만,앞에서 말한 임상실험 결과에서 YUN은 ‘윤’으로 발음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이런 문제는 영어 발음체계의 미숙함때문이지 우리의 잘못은 아니다.
어찌되었건 Family Name이 통일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 은근히 신경쓰이는 것은 사실.
아직 여권이 없는 동생에게는 성을 표기할때 YOON으로 하라고 이미 당부해 두었다.
여권발급에 관한 후기는 이만 끝내려 한다.
여하튼 이로써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에 이어 신분증 하나 늘었으며,
언젠가 있을지도 모를 해외도피를 위한 발판이 마련되었다.
——————————-
[기록요약]
2006/01/06 여권사진 촬영
2006/02/08 여권신청서 작성,인지구입
2006/02 ~ 2006/04 사람이 많아서 여러번 실패
2006/05/02 여권신청 접수 성공
2006/05/15 여권수령 완료(10년 일반 복수여권)
발급비용 : 수수료 40000원,국제교류기여금15000원.합계55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