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한 삶의 활력소 – 예비군 훈련

나이에 비해서는 좀 늦었지만,
드디어 예비군 1년차 훈련을 받게 되었다.
민간인일때는 그렇게 무시했었고,
현역때는 그렇게 부러워했었던 예비군.
이제는 나의 모습이다.

듣기로는 예비군훈련 하면 완전 오합지졸에다 복장도 대충 갖추고,훈련도 대충 놀아가면서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 훈련을 받아보니,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았다.

각개전투 한다고 포복으로 철조망을 통과시키지를 않나,
사격전에 땡볕에서 PRI(사격술 예비훈련)를 시키지를 않나,
이건 뭐 현역때와 그다지 다른 것이 없었다.

복장도 대충 입을 줄 알았는데,
고무링은 당연히 해야 하였고,전투복 상의도 안으로 집어 넣은채로 훈련받았다.
좌우로 정렬해서 줄 서는 것이나 목소리 및 기타 제식 등도 민간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양호한 수준.
대신에,점심시간이나 휴식시간에는 다 복장을 풀어헤쳐서 캐주얼하게 입었고,
모자는 탈모니 착모니 이런지시없이 더우면 지 마음대로 벗고,쓰고 싶으면 지 마음대로 썼던 것이 현역때와의 차이점이랄까.
민간인에게 현역군인과 같은 군기를 바란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지만,
사실 민간인치고는 너무나 질서정연함에 의외로 놀랐다.

총은 M16으로 지급 받았다.
현역때 K-1,K-2소총,K-5권총만 만져보고,실제 사격은 K-2로만 했었기에,
M16A1은 처음 보게 되는 셈이었는데,무슨 손잡이가 달린 것이 처음에는 모형인줄 알았다.
실탄장전도 꽤나 불편해서 엎드려쏴 자세에서 탄알을 장전하려니 고개도 뒤로 빼고 팔도 쭉 뻗어야 되는 것이
전쟁나면 장전하다가 총맞아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K-2는 조준 자세에서도 노리쇠만 땡기면 작은 움직임으로도 장전이 가능했는데 말이다.
분해와 조립은 K-2와 비슷했고,무게나 크기도 비슷했다.

실탄사격도 하였다.
나름대로 정성껏 조준에서 쐈는데,뭐 표적확인을 안하니 제대로 맞았는지는 모르겠다.
사격용 귀마개를 제공해 줘서,현역때처럼 사격후 귀에서 ‘삐-‘소리가 나는 일은 없었다.
생업 및 학업에 종사하는 민간인을 위한 고마운 배려였다.

시가전을 배경으로한 서바이벌 게임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마일즈 훈련은 아니었지만,그래도 퐁퐁 튀어나가는 페인트탄을 쏘고 있자니,
어릴적 골목을 누비며 물총을 가지고 놀던 것이 생각나 잠시 동심의 세계에 빠졌다.

각개전투할때에는 뛰어서 산에 올라갔다.
안뛴다고 뭐라 그러는 사람도 없는데,앞조에서 신나게 뛰어 올라가 버리니 나도 어쩔수 없이 뛰어다녔다.
낮 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했던 날씨인데도,오늘의 마지막 훈련이라는 사실과 빨리 후딱 해치후고 끝내고 싶은 마음에 다들 에너지가 넘쳤던듯 하다.

그곳의 조교들은 우리에게 꼬박꼬박 ‘선배님’이라 불렀다.
사실 중대가 다르면 전부 아저씨이긴 하다만…

‘줄맞춰 주십시오’라는 말을 ‘줄맞춰 서시겠습니다’라고 표현하던데,
마치 ‘커피 드립니까?’와 같은 군대 특유의 어색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어 재밌었다.

여하튼간에,예비군훈련장의 조교는 그 복장과 말투에 있어서는
신교대(훈련소)의 하늘같던 조교나 유격훈련의 무시무시한 조교와 흡사했지만,
이제 민간인 신분에서 바라보는 조교는,더이상 상하의 관계가 아닌,
비행기의 스튜어디스처럼 도우미같은 존재였다.
‘선배님,줄 서시겠습니다.’라는 말이 ‘승객 여러분,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십시오’라는 안내방송처럼 들렸다.
솔직히,조교가 예비군에게 ‘목소리 작다’느니 이러면 좀 이상할 것 같다.

예비군 훈련 복귀 후
[▲훈련 마치고 학교로 복귀해서 찍은 사진.예비군복은 밀리터리룩이 아니라 아트웨어라 굳게 믿는다.]

어찌되었던 간에,
집에 돌아오니 무척 피곤하였다.
하루종일 땡볕에서 인라인 타고 놀았을 때의 피곤함 정도?
그날따라 날씨도 유난히 더워서 낮최고기온이 30도에 육박하였기에 더더욱 지친 것 같다.

전투복 상의를 반팔로 접어서 다녔더니,팔이 햇볓에 타서 심하게 따끔거렸고,껍질도 벗겨졌다.
설마하고 방심했더니 그 댓가가 제법 컸다.내년에는 선크림을 준비해야 겠다.

예비군 1년차 훈련(향방기본 훈련)은 무료한 삶에 충분한 활력소가 되었다.
내년부터는 동원일텐데 병영체험 삼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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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요약]
2006/05/09(화)에 예비군훈련(향방기본훈련)에 다녀왔다.
내년에는 꼭 선크림 준비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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