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이후로는 굳이 손목시계가 아니더라도 현재시각을 바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지만,
밤에 잠을 자다가 잠깐 눈을 떴을때,어둠속에서 지금이 몇시인지 궁금해질때에는 손목시계만큼 확실한 것이 없다.
하지만 이 시계라는 것이 핸드폰처럼 기지국과 교신해서 정확한 시각을 유지하는게 아니라서,
이틀에 1초씩 차이나다가,몇달동안 신경쓰지 않다 보면 어느덧 1분이상 시간이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일상생활에서는 1분의 차이는 별 불편이 없지만,
토익시험같이 1분이 아쉬울때는 ‘이 시계 맞는걸까?’하는 걱정과 함께,자주자주 시간을 맞춰두지 못한 것에 때늦은 후회를 하곤 한다.
좀더 정확한 시계가 없는가 하는 의문은 늘 해오던 것이었는데,
우연히도,수백만원의 고가시계에는 일반적인 보급형 시계에서 쓰는 쿼츠(Quartz)방식 대신에 오토매틱 크로노미터(Automatic Chronometer)라는 색다른 방식(무브먼트)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격도 최소 100만원부터 시작하고,스위스의 COSC인증(Contrôle Officiel Suisse des Chronomètres)이라는 것도 받고 해서,매우 정교하고 정확할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구실에만 있다는 수백만년에 1초씩 차이난다는 원자시계만큼은 아니더라도,
이 크로노미터 크로노그래프 방식의 시계정도라면 수년에 1초정도의 정확도는 가지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확인해본 결과 쿼츠방식보다도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졌다.
배터리 없이 움직이는 오토매틱까지는 좋았는데 ,정확도는 몇달에 1분 정도가 아니라 한달에도 몇분씩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수백만원짜리 시계가 5천원짜리보다도 정확하지 않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고,
결국 수백만원짜리 명품시계는 시각을 표시하는 시계가 아니라,팔에 착용하는 악세사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베블렌 효과’였던것이다.
그에 비하면,안맞다고 투덜거렸던 2만원짜리 Quartz시계는 사실 매우 정확한 시계였다.
마치 1억원짜리 자전거와 600만원짜리 경차를 비교하는 느낌이다.
자전거가 아무리 명품이라도 자동차보다 빠를 수는 없는 법.
결국 핸드폰 시계에 의존하는 방법 말고는 없는 건가?
그냥 쭉 차고 있으면 몇달정도 신경안쓰더라도,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 후려치지 않는 그런 시계는 없는 걸까?
해답은 의외의 방법에 있었다.
세이코(SEIKO),카시오(CASIO),셋토머스(Seth Thomas)에서 나오는 전파시계가 바로 그것.
무브먼트는 일반 쿼츠방식이지만,
일정한 간격으로 현재시각을 전파로 받아서 자동으로 시각을 맞춰주는 것이었다.
표준주파수 방송국은 원자시계와 연결되어 있으므로,사실상 시각의 오차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또한 미국(WWVB),일본(JJY),영국(MSF)에서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고,전파 도달범위가 1000Km~3000Km이기 때문에,
유럽대륙,북미대륙,한국,일본까지 사정권에 포함되므로,
GPS처럼 전세계 어디에서나 정도는 아니더라도,상당수의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었다.
[▲구글어스(Google Earth)로 그려본 일본의 표준주파수(JJY) 도달범위.일본은 2개의 방송국을 운영하고 있고,그중 하나는 일본전역에만 도달하지만,나머지 하나는 한반도전역과 중국 일부 지역까지 도달가능하다.]
[▲미국의 표준주파수(WWVB) 도달범위.땅덩이가 큰 만큼 출력도 강해서 3000km까지 나간다.]
[▲WWVB의 경우 NIST(미국표준기술연구소)에서 정확한 자료를 직접 제공하고 있었다.미국,멕시코는 물론이고 남미까지 도달하며,대서양도 횡단한다.출처 : http://tf.nist.gov/timefreq/stations/wwvbcoverage.htm]
[▲구글어스로 그리는데 재미붙여서 계속 그려버린 영국의 MSF와 독일의 DCF77의 도달범위.흰색이 MSF,빨간선이 DCF이다.유럽전역이 사정권이다.]
생각해보니,전세계에서 저렇게 열심히 전파를 쏘아주는데,
나는 그걸 무시하고 그동안 손으로 시간을 맞추었다는 사실에 묘한 좌절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이제부터 시계는 무조건 전파시계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전파시계를 구입하려고 마음을 먹다 보니,
예전의 시계에서 쓰던 스톱워치,타이머 같은 잡다한 기능도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겼다.
사실 전자시계(디지털시계)든 숫자시계(아날로그 시계)든 정확한 시각만 제공한다면 나로서는 별 상관 없었지만,
이것저것 기능상의 이점은 아무래도 액정표시 시계쪽이 유리했다.
그런식으로 계속 알아보다가 카시오의 터프솔라(Tough Solar)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흔히 말하는 ‘태양열 충전’이었는데,
사실 태양광으로 충전하는 시계는 80년대부터 봤었고,
시계 전체를 덮을만한 큼지막한 태양전지판(솔라셀)에 비해 효율성이 낮아서 곧 사장되었던 기억이 있었기에,시큰둥 했었는데,
카시오에서 밀고 있는 ‘솔라터프’는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작은 태양전지판에다가,형광등 불빛에도 충전이 가능하며,
또한,충전없이도 몇달을 버틸 수 있는 막강한 성능을 자랑하고 있었다.
‘바로,이거다!!’
내가 찾던 궁극의 시계.
몸에 붙여놓으면 평생동안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는 ‘극단적인 편의주의’를 위한 시계였다.
무인도에다가 실수로 빠뜨리고 가더라도,수십년동안(어쩌면 수백년동안) 스스로 충전하고,시간도 맞춰놓으며 주인님을 기다릴 수 있는 충성스러운 시계.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내가 너의 주인이 되어 주마.’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결정한 시계가 G-SHOCK GW-5600BJ-1JF 이었다.
마지막까지 Wave Ceptor WV-100DJ-7AJF와 망설였는데,
자주 사용하는 타이머 기능과 신모델이라는 이유로 GW-5600으로 최종 결정.
[▲CASIO G-SHOCK 박스의 모습.그러고보니 박스에 포장되어서 나오는 시계는 처음 사보는 듯.그동안 벌크인생을 살았던 게다.]
악세사리가 아닌 편의주의를 위한 시계였으므로,
디자인 역시 언제 어디서 무슨옷을 입고 있더라도 튀지 않는 자연스러운 디자인을 원했지만,
검은 색상에 복고풍의 디자인이다 보니,
있는듯 없는듯하게 보이려는 나의 컨셉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이 흠이다.
전파/솔라/스톱워치/타이머를 모두 갖춘 제품은 사실 이 제품밖에 없었기에
나에게 디자인 선택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포장 개봉후 즉시 촬영한 사진.전파시계 답게 1초의 오차도 없는 상태였다.]
성능면에서는 거의 완벽하게 만족스러웠지만,
굳이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요일과 날짜가 동시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
해당계열의 모델 중에서 최고의 제품에만 붙는다는 The G 모델인데,
오히려 나머지 하위모델들은 요일과 날짜가 동시에 표시되고 있었기에,다소 당황스러웠다.
[▲이제 주인을 만나 한몸이 되었다.]
새벽에 스스로 일본과 교신해서 시간을 맞추고,
밖에서 돌아다니면 그에 맞춰 스스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밤에 잠깐 눈을 떴을때 손목만 돌리면 자동으로 백라이트가 켜지면서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
마치 알라딘의 램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든든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시각을 언제든지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나의 시간은 소중하고,
이 시계는 그렇게 소중한 나의 시간을 위하여 ‘하늘을 나는 양탄자‘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다.
——————————————————————–
[기록요약]
귀차니즘의 해결을 위해 각종 시계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그중 전파솔라시계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였으며,
그에 따라 2006/02/26(일)에 옥션에서 Casio G-Shock GW-5600BJ-1JF를 155000원에 구입하였고,
2006/02/28(화)에 물품이 도착하였고,그 이후로 쭉 지금까지 계속 잘 사용하고 있다.
——————————————————————–
정말 웨이브셉터+ 터프솔라는 궁극?의 조합인듯 싶습니다. 저도 i-RANGE 란 모델(http://casio.jp/wat/flash/0508/3_1_d.html)을 작년부터 노리고는 있습니다만 국내 수입이 안돼서 구하기 힘들더군요.;
오,괜찮은 모델이네요.이모델을 알았더라면 저도 이걸로 샀을 지도…^^;
카시오 모델이 너무 다양해서,한정발매니 복각판이니 하면서 계속 나오는데,
막상 정보도 부족하고 국내에는 구할수 있는 모델도 한정되어 있다는게 조금 아쉽더군요.
저도 우연히 옥션에서 팔고 있길래 그냥 앞뒤 재지않고 사버렸습니다만…
카시오 원형디지탈웨이브셉터(WV-54DJ-7AJ) 가 시인성이 좋은듯하여 옥션에서 기웃거리다 저렴하게 마련하게 되어서 나름 기분 업되었는데 ,이거 내구성내지는 쿼츠정밀어떨가 싶어서 하늘마져 먹구름이 깔리고 ㅜㅜ,더구나 홍보문에는 매장진열품내지는 반품이라 스톡제품이며,뭐라뭐라 그래서 교환이며 환불이며 반품은 뭐뭐 온통 소비자에게 겁주는 문구만 있던데…좋다!전파시계가 뭐냐 체험한번 해보자,만일 불량이라면 일본이 독도에 광분한나머지 ..이젠 시계조차..이런생각에 싸잡아 욕을 하려하였다.먼저쿼츠!이거지금도 믿기지않는다.저그들 알아주는 세이코프리미어급(SNQ107J)월오차를 게시한 네이버 블로그를 보았기때문인데 월-3.5초 년오차-42초라는데 보급형10만원초반의 디지탈wave ceptor가 월+3,선형적계산으로만 연+36초 가 보장된다.일반쿼츠오차가월 +-10초대에서 +-15초 라 하더만 뽑기의 기적인지?쿼츠의 성능과품질은 일단합격이다.이것만으로도 전파수신의 묘미는 반감하는듯..월1회만 자동이나 수동수신하면 월오차는 최대+2초다.미적감각이 둔감한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세이코 8F계열이나 그랜드세이코 와도 교환하지 않을것같다.3년전지라 하니 그때가서 방수점검도 해야겠다.이놈의 연구는 앞으로도 진행형 ㅎㅎ.
전파시계가 오차가 뭐그리 중요하냐고 하면 쿼츠매니아로서 자부심을 무시하는발언이다. 어그런데 어제만해도 멀쩡
했는데 오늘보니 그사이 1초가 넘어가 버렸다.+4초 진입한것이다 .26일차에 4초대면 평균적으로는 주당 1초..
11일차에 +1. 12일차에+2. 20일차에+3. 이제26일차에 +4 가 되었네.설마 이제 변동없을라나..재미있네ㅋ.
GW-5600BJ-1JF를 검색하던중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몇일 고민끝에 결정한 시계를 막상사려고 보니 옥션에서 판매하는 것은 벌크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 기왕 정품 박스체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질문입니다. GW-5600BJ-1JF를 어디서 구입하셨는지요? 가격은 얼마에 구입하셨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기록요약에 씌여 있네요.^^
2006-02-26에 옥션에서 155000원에 구입해서 2006-02-28일날 물건이 도착했다고 되어있네요.
좀더 추가정보를 드리자면,판매자 ID가 ohss0904 이고,배송료는 별도였습니다.
Pingback: 익명
반갑습니다.
저도 전파시계 애호가 입니다.
전파시계의 유일한 단점은 두껍다는 것.
(카시오 웨이브 셉터, 바늘 + 월,일,요일 디지털표시)
항상 정확하고, 자동으로 충전하고(충전량 항상 풀),
만일 틀려지면 스스로 바늘까지 스스로 교정하고,
패션 역할도 하고
요즘은 카시오 콧핏 쪽으로 지름신이.. 살랑살랑합니다.
우리나라는 표준시 전파 발사시설을 아직 안만들고,
일본 시간을 따라 쓰네요.
원칙대로 하면 일본보다 30분 정도 늦어야 하는데,
그리고 우리나라도 이 정도의 전파시계를 만들 수 있을 텐데
왜 안만드는지 궁금해요.
특히, 자동차 내장용 시계를 이런 것으로 해 놓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전파는 휴대전화 기지국 전파도 있고, DMB 전파도 있고, GPS 전파도
있으니 충분할 것 같아요.
정성들여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