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6호선 이태원역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

이태원역

서울 지하철 6호선을 타고 다니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태원역에서는 항상 이상한 냄새가 난다. 고무타는 듯한 냄새 같기도 하고,기름 썩는 냄새 같기도 하다. 문이 열리는 순간 확 느끼기 시작해서 다음역인 녹사평에 도착할 쯤이면 사그러든다.

이태원역

지하철 개통하던 때(2000년~2001년경)부터 나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새로 지은 거라서 그럴꺼라 생각했다. 새로 지은 집이나 새로 산 자동차 등에서는 으레 이런 종류의 화학물질같은 냄새가 난다. 게다가 ‘이태원’역이다 보니, 외국인들의 체취라든가 음식, 특이한 향신료 같은 것과도 어떤 연관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 적이 있었다. 하지만 추운 겨울이든 더운 여름이든,전동차에 혼자 있든 수십명으로 꽉차든,냄새는 항상 났다. 도대체 이 냄새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태원역

결국 지하철 보수공사중이겠거니라고 멋대로 단정해 버렸고, 그 후에 계속 냄새를 느껴도 그려려니 하고 넘어가버렸다.

생각해보니 이제 5년이 지났다. 그리고 그 냄새는 여전하다.

오늘 지하철에서 자고 있다가 결국 이태원에서 냄새때문에 잠에서 깨었다. 갑자기 5년동안 안생기던 호기심이 생겨서,이태원역에 내리기로 결심했다. 향기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이태원역에 내려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윗층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윗층에서는 전혀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 냄새의 근원지는 땅위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승강장이 있는 지하5층에서 솟아오르는 것이었다.

이태원역
[아무런 냄새를 맡을수 없는 윗층의 대합실(지하4층)]

다시 승강장으로 내려가서,끝에서 끝까지 걸어다니며 조사해 보았다. 그리고 가장 냄새가 심하게 나는 곳을 찾았다.

이태원역
[이태원역의 출구 안내도]

위 사진의 현위치라고 씌여진 곳에서 가장 심하게 냄새가 났다. 냄새의 근원지는 녹사평쪽 끝이었다. 반대편 끝인 한강진 방향에서는 거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이태원역
[녹사평역 방향 터널]

저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곳이 정체불명의 냄새가 나는 근원지!!!

나의 조사는 여기서 끝냈다. 저 터널속으로 뛰어들어가 더 조사하다가는 운명을 달리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만두었다. 어쨌든 아래와 같이 결론을 내렸다.

  1. 녹사평역과 이태원역의 중간지점에 어떠한 냄새를 나게하는 뭔가가 있다.

  2. 그것은 녹사평보다 이태원에 더욱 가까이 있다.

  3. 혹은 이태원 방향으로 바람이 부는 것일수도 있다.

그리고 냄새의 근원지 이상으로,예전부터 또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는데, 같이 지하철을 탄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이다.

이태원역
[이상한 냄새에도 전혀 반응없는 ‘너무나 평화로워 보이는 서울시민들’]

혹시 나만 느끼는 것인가? 나에게만 들린다는 ‘환청’이나,나에게만 보인다는 ‘환상’ 말고도
나에게만 맡아진다는 ‘환향(幻香)’이라는 것도 있는 건가?

21 thoughts on “지하철6호선 이태원역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

  1. ◆박군

    올블로그에서 보고 왔습니다.
    거시기… 그 문제가 소위 제도언론이라는 데서도 몇 번 다루었고 그네고치기님 혼자서 느끼는 건 아니지 싶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추측이 난무합니다. 제일 그럴듯한 추측은 인근 군부대의 정유탱크에 균열이 생겨서 폐유가
    조금씩 샌다는 것이었습니다만… 카더라 통신에 의하면 거기서 남산 쪽으로 무슨 40만명 수용규모의 지하벙커가
    70년대에 건설되었단 소리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계획 자체는 있었습니다. 당시 서울시 도시개발 관료였던
    손정목씨의 증언에 의하면 박정희 시대에 정부차원에서 남산1,2호터널이 교차하는 곳에 그만한 규모의 방공호를 만들어
    서울을 요새화하려 했다가 양택식->구자춘으로 서울시장이 바뀌면서 강남개발에 집중하는 통에 백지화되었다 하는데,
    이 백지화된 요새가 실제로는 건설이 완료되어 비밀리에 설계되어 있다는 둥.. 뭐 믿거나 말거나입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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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무적전설

    이전에 나왔던겁니다. 미군부대에서 유출된것으로 토양,지하수가이 많이 오염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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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애풀이다

    앗..저만 그런줄 알았는데 여기 한명 더 계시다니…기쁩니다(?)
    그니까 3년전에 ‘어욱~ 이게 먼냄새야’하면서 친구들과 다닌적이 있죠
    요즘은 다닐일이 없어서 기억도 안났는데 이 포스트 보고 새록새록 냄새가 솟아납니다.

    글이 완전 그것이 알고싶다 feel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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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승에서의추억

    아,다행이도 저혼자만 느끼고 있는 건 아니었네요.^^. 미군부대 기름 때문에 녹사평이 오염되었다는 것을 예전에 본것 같은데,정작 녹사평은 아무렇지도 않은점 또한 의문입니다.아니면 지하벙커 때문일까요? 역시 의문투성이입니다.여하튼 답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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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행인

    자주 이태원역에 가는데 아무 냄새도 느끼지 못했어요. 서울역에서 심한 냄새는 종종 맡아봤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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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이승에서의추억

    아,느끼지 못하시는 분도 분명히 계신 것 같습니다.
    저는 자다가 깰 정도로 심할때도 있는데,전동차내의 다른 분들은 항상 태연하시더라구요.
    하지만 사실 저는 냄새에 둔한 편입니다.
    PTC용액처럼 어떤사람에게는 쓴맛을 느끼고,어떤 사람은 아무맛도 느끼지 못하는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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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렐샤

    수서 – 복정 구간에서도 문 앞에 서 있으면 이상한 냄새가 난답니다. 냄새의 정도는 심하지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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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이승에서의추억

    이태원 말고도 냄새가 나는 곳이 있나 보네요.지하철이 지하이다보니 환기가 어려운 점 때문에 더 그런것 같기도 하고요.이태원은 같은 장소에서 몇년동안 꾸준히 같은 냄새심하게 난다는 점이 저를 결국 내려서 디카들고 돌아다니게 만들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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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놀이

    저도 이태원 쪽에서 사는데 맨날 지하철 탈떄마다

    이상한 냄세 나던데

    너는 방구 냄세 나요 ㅋㅋ 냄세좀 어떻게 해줬으면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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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저도그래요

    저도 이태원역 지날때 이상한 냄새 맨날 나는데요 겉으로는 무덤덤한척함 -ㅅ-;;
    사람들도 다 느낄껄요 –
    그리고 그거 미군기지에서 기름떄문에 나는 냄새라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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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이승에서의추억

    오호, 직접 답변이 있군요. 이태원역에서 문제를 인지하고 있고, 또한 원인도 알고 있으니, 해결도 조속히 이루어지리라 기대해 봅니다. 이제 거의 10년 다되어 가는 문제인데… 요즘은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서 어떻게 변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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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승에서의추억 Post author

      링크 클릭하니 ‘웹 보안에 위반되어 페이지가 차단되었다’고 해서 확인은 못했는데, 위에 6년전(2010년)에 이태원역 역장님의 답변이랑 다른가 보군요. 혹시 가능하시다면 접근 가능한 링크 부탁드려요. 아무튼 2016년 6월 현재는 냄새 안납니다. 2011년부터였던가, 냄새 안난지는 5년쯤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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