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찜질방 생맥주에 감동받기도 했다. 이태원랜드 찜질방 생맥주

이 글은 2016년 10월 3일에서 4일 사이에 있었던 개인적인 일들을 시간 순으로 기록한 글이다. 제목을 뭘로할지 고민하다가 그래도 찜질방 맥주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보니 제목도 그렇게 정했다.

10월 3일, 지인의 결혼식에 갔다가 장충 체육관에 행사가 있어서 들렀다. 뒷풀이로 근처 족발집에서 단체로 한잔 마시고 먹은 후에 일부는 한강으로 가서 2차를 마셨다. 10월 초의 한강은 야외에서 마시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그곳에서 즐거운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미 지하철은 진작에 끊겼고 어느덧 야심한 새벽 시간이 되어 우리들의 밤은 여기서 마무리 하기로 하였다. 나는 지인과 함께 근처 찜질방에서 보내기로 하였다.

첫번째로 갔던 곳은 용산 드래곤 힐스파(Dragon Hill Spa). 찜질방 매니아로서 오래전부터 이름을 많이 들어본 곳이라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막상 입장하려고 하니 음주 했다는 이유로 입장 거부를 당했다. 얼마나 많이 마셨으면 찜질방에서 쫓겨날 정도라니 부끄러운 일이다.

결국 다시 카카오택시를 타고 또 다른 찜질방을 가게 되었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이 이태원랜드 찜질방. 처음 들어선 순간 부터 약간 이국적인 향(smell)도 느껴졌고, 아무튼 조용하고 고즈넉한 느낌도 드는 것이 네팔의 사원 같았다랄까. 물론 내부는 한국의 찜질방이랑 큰 차이는 없었다. 곳곳에 영어로 안내문이 씌여진 것 말고는.

다음날 오후, 푹 자고 일어나서 식혜 한잔 마시며 술도 깨고 이제 슬슬 씻고 나가려고 준비하던 찰나, 같이 있던 지인이 맥주 한잔만 하고 가자고 하였다. 찜질방은 역시 식혜 라고 생각하며 그냥 나가서 낮술 한잔 하며 먹는 것이 낫지 않나 싶었는데, 딱 한잔만 먹겠다고 해서 그냥 그려려니 했다.

그런데 맥주 잔을 보고 있으니 뭔가 범상치가 않았다. 거품 부터가 전문 생맥주 집의 포스가 났다. 그래서 나도 호기심에 주문했다. 3500원을 주고…

테이블 위에 거품이 가득한 맥주잔이 놓여 있다.

호프집 같은 찜질방, 그곳은 이태원 랜드.

직원 아주머니께서 뭔가 정교하게 컨트롤하면서 맥주를 따른다는 느낌이었는데, 직접 마셔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왜 찜질방에 이렇게 고퀄의 맥주가 있는 것일까’. 그저 캔맥 비슷한 느낌의 가벼운 맥주를 예상했는데 말이다. 너무 맛있어서 한 잔 더 주문했는데 이번에도 냉동실에서 꽁꽁얼은 맥주잔을 꺼내 정성스럽게 담아서 주셨다. 살다살다 찜질방 맥주에 감동받다니 오래살고 볼 일이다. ‘쓸데없이 고퀄’이라는 단어가 생각날 정도였달까.

그렇게 맥주 2잔을 마시고, 목욕탕 안에 들어갔는데 탕 한 구석에 For Muslim이라고 씌여 있었다. 장소가 이태원이다 보니 외국인들이 매우 많았고, 바로 뒤에 이태원 이슬람사원이 있었지만, 찜질방 안에 무슬림을 위한 별도의 공용 목욕탕이 있는 줄은 몰랐다. 그리고 어떤 용도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호기심으로 들어가 봤다. 그냥 일반 탕이랑 똑같았다. 다만 온도가 낮아서 온탕인지 냉탕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문득 여탕에도 무슬림용 목욕탕이 있는지 궁금했다.

샤워를 끝내고 근처에서 점심 겸 낮술을 위해 밖을 나섰다. 지인 한명 더 함께하여 3명이서 이태원 낮술을 즐겼다. 날씨는 매우 화창하였고 하늘은 청명하였고 세상은 아름다웠다. 이것이 낮술의 매력.

이태원 거리의 모습

맑은 하늘의 이태원 거리 모습. 저기 IMMIGRATION, VISA 씌여진 곳의 아랍어 간판 폰트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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