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지하철 여성전용칸에 탔다. 그냥 아무나 다 타는 것 같다.

도쿄에 와서 돌아다닐 때 처음에는 그저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이 목표였고 그 다음에는 스이카(Suica) 교통카드를 만들어서 좀 편하고 저렴하게 다니는 것이 목적이었고 이제는 노선명이나 지명들이 익숙해지다 보니 지하철 내의 이런저런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 중 신기한 것 중의 하나가 JR라인에 있는 여성전용칸(女性專用車)이다. 토쿄메트로에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여성의 날 기념 행사 같은 일시적인 이벤트는 아닌 것 같고 특정칸만 상시적으로 여자만 탈 수 있는 것 같다. 한국의 노약자석, 임산부석 처럼 말이다. 다만 열차 전체를 여성용 칸으로 만든 것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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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영어로 Womans Only라는 문구보다 한자로 여성전용차(女性專用車)라는 글자가 더 눈에 띄였다. 글자가 크기 때문이다.

남녀 혼탕으로 유명한 일본이 왜 지하철은 남녀분리를 하게 되었는지 언제부터 이 여성전용칸이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미국에서 한때 흑인,백인 서로 칸을 나눠서 버스를 탔던 것처럼 일본도 철도의 역사에 뭔가 사연이 있었던 것일 수도 있고,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면 지하철 성추행이 자주 발생해서 그럴 수도 있다. 물론 나의 망상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신기한 것은 사실이다.

예전에 30년~40년전만 해도 한국에서는 식사할때 남녀겸상을 하지 않는 문화가 있었다. 나는 겪지 못했지만 우리 어머니가 처음 시집와서 시댁 분위기가 그랬다고 했었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옛말도 있다. 일곱살만 되면 남녀가 서로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남녀가 서로 막 정신적 육체적으로 격렬하게 사랑을 해도 출산율이 막 떨어지는 지금의 세상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원래 세상은 다양하면서도 또한 변하는 법이다.

아무튼 2017년 일본 도쿄에는 남녀겸칸이 금지되어 있는 지하철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여성전용칸에 내가 오늘 직접 타봤다. 탈 때에는 사실 모른채로 탔는데 타고 보니 Woman Only라고 되어 있었다. 광고가 아니고 확실히 지하철 안내문이었다. 어릴때 엄마따라 여탕에 간 이후로 이런 적 없었는데 다소 불편했다. 마치 내가 있으면 안되는 곳에 있는 느낌이랄까.

신주쿠에 있는 SEGA 오락실의 스티커사진 촬영하는 곳은 남자는 사용할 수 없다.

예전에 한국에 여성전용 과자가 있었듯이 뭔가 숨어 있는 마케팅 수법이 아닐까도 생각했다. 오늘 신주쿠 SEGA 오락실을 구경하고 왔는데, 그곳에 스티커 사진 촬영 하는 곳이 있었다. 하지만 여성전용이라고 씌여 있어서 뭔가 마케팅 냄새가 풍긴다고 생각했다. 하필이면 거기 갔다가 돌아오는 전철이 여성전용칸이라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저녁에 묵을 숙소는 남녀혼숙 도미토리 게스트하우스였다. 지하철은 따로 타고 잠잘 때는 같은 방에서 자고 뭔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열흘전에 일본에 도착했고 아는 일본어라고는 이제 막 테구치와 히다리가와데스(出口は左側(ひだりがわ)です/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를 들을 수 있다고 기뻐하는 수준이라서 일본 지하철 여성전용칸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알 길이 없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나올 것 같기도 한데 귀찮아서 안찾아봤다.아무튼 그 칸에 탔다는 이유로 추가요금은 내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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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전용칸이지만 그냥 아무렇지도 않아보이는 도쿄시민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막상 도쿄 시민들은 무슨칸이든 아무도 신경 안쓰는 것 같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그 칸에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냥 평범한 도쿄지하철의 모습이었다. 서울 지하철의 자전거 반입처럼 뭔가 요일이나 시간대가 정해져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잘 모르겠다.

작년쯤인가, 뉴욕타임즈를 읽다가 뉴욕에서 남녀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성평등에 어긋난다며 논란이 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반대로 지구상의 어느 나라에서는 지하철 타는 칸마저 비록 형식적이지만 남녀가 분리되어 있다. 역시 세상은 넓고 사람들의 생각은 다양한 것 같다.

여성전용칸을 만들든 남성전용칸을 만들든 자전거 출퇴근 전용칸을 만들든 내가 뭐라할 문제는 아니다. JR라인에서 이런저런 이유가 있어서 적당히 만들었으리라 생각한다. 다만 비행기 비즈니스석처럼 추가요금 내고 이런거만 아니면 된다.

하지만 솔직한 기분은 좀 찝찝하다. 찝찝함의 정도가 신발 벗고 들어가야 되는 건물에 신발신고 돌아다닐때의 딱 그 느낌이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여성전용 칸은 피해다닐 생각이다. 서울 지하철에서 노약자석에는 아예 근처에도 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운없으면 외국인한테는 추가요금을 징수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조심해서 나쁠건 없다. 편의점ATM기 마냥 5천원을 더 내고 이러면 슬플 테니까.

개인적으로 서울 지하철에는 초딩전용칸이 필요하다고 본다. 초등학생들 소풍 같은거 간다고 한 10명 정도만 단체로 타도 곧바로 열차는 난장판으로 변한다. 고로 초딩들 한곳에 몰아넣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떠들든가 말든가 했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술먹고 지하철에서 춤추고 싶을때 초딩칸으로 가서 춤추면 재미있을 것 같다.

아무튼 내일은 이케부쿠로(池袋)로 간다. 딱히 목적은 없고 그냥 10년전의 추억을 되새길 겸 관광이나 하면서 방랑할 생각이다.

7 thoughts on “일본 도쿄 지하철 여성전용칸에 탔다. 그냥 아무나 다 타는 것 같다.

  1. 이민석

    평일 출근시간대 열차만 운행되는거고 그 외 시간대에는 남자도 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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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부산

    부산에도 지하철 일부를 여성전용칸으로 해놨는데 2017년 5월부터
    출퇴근 시간에만 적용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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