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0년만에 드디어 내 비트코인을 돌려받았다. 10년전의 10만원치의 비트코인이 최종적으로는 740만원치가 되었다.
2014년 초 마운트곡스가 해킹 당했을 때, 내가 가지고 있던 최종 금액은 아마 0.15BTC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당시 금액으로는 10만원 정도라 솔직히 그렇게 큰 타격이 있지는 않았다. 그때는 비트코인을 처음 접했기에 그냥 시험삼아 구입해 본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3년 후인가, 회생절차를 밟는다는 뉴스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나에게도 우편물이 날아왔다. 무려 일본의 법원(도쿄지방재판소 민사20부)에서 온 우편물이었다. 앞면에는 뭔가 일본어가 잔뜩 씌여져 있었고 뒷면에는 영어로도 씌여 있었다. 해외직구가 흔한 시절도 아니었는데 우리집까지 무사히 이런 종류의 국제우편이 왔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솔직히 돌려받을 것이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비트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도쿄의 마운트곡스 사무실 앞에서 피켓들고 시위를 하고 그런 모습을 뉴스에서 봤었지만, 나는 비행기 표값이 더 많이 나올 것 같아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아무튼 안내문에 따라, 공식 홈페이지에서 회생절차를 밟기 위한 몇가지 정보를 입력하고 OTP도 등록한 뒤 몇 년을 기다렸다. 중간에 무슨 투표같은 것도 했다. 아무튼 나는 최종적으로 0.11 BTC 가량을 돌려받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그리고 원래는 회생절차를 밟던 당시의 시세(1BTC당 약1000만원)로 전액 현금으로 돌려주려고 하다가 반발에 부딪혀 ‘1안: 전액 현금으로 돌려받기’와 ‘2안: 30%가량만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70%는 비트코인으로 돌려받기’를 선택하도록 했는데 나는 당연히 비트코인을 돌려받는 쪽을 선택했다. 뉴스를 보니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비트코인을 돌려받는 것으로 선택했다고 나왔다.
그래서 내가 돌려받을 0.11 BTC중에서 30%는 일본 엔화(27,011엔)로 돌려받기로 하고 나머지는 비트코인(0.078 BTC)으로 돌려받기로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비트코인 캐시(BCH)가 포크되었기에 같은양의 0.078 BCH도 함께 돌려받기로 했다.
아무튼 그 후로도 몇 년간 수십통의 이메일이 계속 왔다. 언제나 그랬듯이 앞부분은 일본어로 뒷부분은 영어로 되어 있었는데 대부분이 법률적인 내용이라 읽다가 머리가 아파져서 그냥 안읽었다. 물론 중요한 내용은 제목에 Action Required가 붙는 경우가 많았고 또한 본문 앞부분에 뭔가 요약 같은게 있어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아무튼 현금으로 돌려받을 부분은 KB국민은행의 내 계좌번호와 SWIFT코드를 입력했고, 비트코인으로 돌려받을 부분은 몇 개의 거래소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는데 나는 크라켄(Kraken)이라는 미국의 거래소를 선택했다. 당연히 한국 거래소는 선택지에 없었다. 그리고 뭔가 법률대리인?단체?로도 받을 수가 있는 것 같았는데 나랑은 해당사항이 없는 것 같아서 패스했다.
그렇게 몇년동안 이메일만 꾸준히 오면서 뭔가 조만간 줄듯 말듯 시간을 계속 끌면서 연기에 연기를 거듭했다. 그 몇년간 틈만나면 마운트곡스 물량이 조만간 풀릴 것처럼 뉴스에 계속 나왔고 그때마다 비트코인 시세는 폭락과 폭등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내에 전부 환불을 완료하겠다는 공지가 떴다.
그러던 2024년 3월의 어느 날, 거래은행인 KB국민은행 서교지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해외에서 송금이 왔는데 이게 가상자산 관련된 금액으로 분류가 되어 있어서 해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구글 애드센스를 지급받을 때는 그냥 바로 송금해 주었길래 알아서 돈이 들어오는 줄 알았는데 자금의 성격 같은 것도 싹다 체크하고 있었구나. 아무튼 해명이 필요하다길래 그동안 마운트곡스에서 날아온 우편물과 이메일 캡쳐본을 증거자료로 보냈다.
그 다음날인가 결국 송금을 받긴 했다. 그런데 27,011엔이 그 당시 엔화환율(880 KRW / 100 JPY)로 계산하면 수수료 1만원을 빼더라도 분명 22만원~23만원 정도는 들어와야 하는데 막상 받은 것은 딱 20만원이 들어왔다. 암호화폐를 이용하여 전세계가 자금을 손쉽게 옮길 수 있는 시대에 이런 불투명한 레거시 금융 시스템이 매우 불합리하다고 느껴졌다. 내 2만원 어디간 거냐며 따질려고 전화할까 했는데 그냥 귀찮아서 안했다.
중요한 것은 0.078 BTC였다. 이제 크라켄(Kraken)에서 뭔가 메일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인증 단계가 낮다고 연락이 와서 부랴부랴 이런저런 신원인증을 했고, 그 이후에는 ‘잘 진행되고 있고 곧 입금할 거임’이라는 메일을 보내줘서 ‘아, 이제 진짜 드디어 돌려받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7월 마지막주에 최종적으로 환불이 완료되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크라켄에 접속해보니 지난 10년간 집나갔던 내 0.078 BTC가 영롱한 모습으로 잔고에 포함되어 있었다. 2만원이 중간에 증발해 버린 현금 환불과는 달리 비트코인 환불은 1사토시(Satoshi, 1억분의 1BTC)도 사라지지 않고 0.07809708 BTC 전액 그대로 들어왔다. 자매품인 0.078 BCH도 함께 말이다.
비트코인 캐시(BCH)의 시세를 보니 366 USD/BCH였으므로 0.078 BCH는 28달러 정도의 가치였다. 나는 비트코인캐시에는 미련이 없었으므로 즉시 팔아버려서 그 돈으로 28달러치의 비트코인(BTC)을 잔고에 추가했다.
이 비트코인으로 그냥 크라켄에서 계속 거래를 할까 싶기도 했지만 수수료도 높은 데다가 나의 주거래소는 현재 바이비트(Bybit)이다보니 그곳에다 옮겨서 기존의 자산들과 통합을 했다. 그리고 마운트곡스 물량이 각 개인들한테 분배되기 시작하면 당분간 가격이 더 떨어질 것 같아서 일단 66000 USD/BTC에 다 팔았다. 팔고나니 최종적으로 5171 USDC가 되어 있었다. 달러환율(1385 KRW/USD)에 김프 1%를 곱해보니 원화로는 720만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이렇게 지난 10년간의 마운트곡스 환불절차는 완전히 끝났다. 10만원의 투자가 740만원(5171 USD + 20만 KRW)으로 돌아왔다. 10년간 74배의 수익이니 연수익률 54%가 되는 셈이다. 문득 2013년 그 때 좀 더 넣을 껄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어차피 그때는 매우 돈이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대신에 금액이 작았기 때문에 지난 10년간 딱히 마음고생을 하지 않았다는 걸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축하드려요 10만원이 740만원이 되서 돌아오다니 ,, 절차 까다로웟을텐데 고생하셨어요
올만에 이추님 글 보니까 재밋내용 ㅎㅎ
감사합니다. 오랜만이네욤!ㅎㅎ
되서X 돼서 오타 ㅠ,ㅠ
네.ㅋㅋㅋ^^
역시 특별하고 대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