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에서 트라도스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가 사전 찾아보려고 데스크탑에서 네이버 영어사전을 열었는데 갑자기 이런 화면이 떴다. 오후 1시경의 일이었다.
처음에는 뭔가 랜섬웨어 같은 해킹을 당한 줄 알았다. 저녁까지 작업 완료해서 파일 전송하려고 했는데 의외의 복병이 나타났다. 한가하고 심심할때는 이런 일이 절대로 안일어나다가, 꼭 바쁠때만 일이 터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것 같다. 접속PC변경 버튼을 클릭하니 데스크탑에서는 인터넷이 되는데 이제 노트북에서 안된다. 오직 1대의 PC만 인터넷을 쓸 수 있었다.
아무튼 지난 몇년간 서버도 돌리고, 컴퓨터도 여러대 연결하고, 하드코어하게 이것저것 많이 작업할 때에는 아무 말도 없더니, 이제 모두 정리하고 평범한 가정집처럼 얌전하게 쓰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메시지가 뜨니까 좀 의아했다. 게다가 어제까지만 해도 아무 이상 없었고, 하루사이 뭔가 바뀐것도 없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지난 과거를 소급해서 응징하는 건가.
그리고 사실 대단히 호기심이 생겼다. 어떻게 KT에서 내 공유기 밑단의 PC대수를 알아낼 수 있을까. 공유기의 맥어드레스(Mac Address) 클론 기능이 고장난 것인가 싶어 확인도 해 보았는데 이상없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연구해보기 시작했다. 검색을 해보니 원인 추측이 다양하였고, 역시 우회하는 방법도 많았다. 아무튼 내가 실험해보고 알아낸 것과 인터넷에 떠돌던 것을 대충 정리해서 적어보려 한다.
특정 사이트만 해당된다.
처음에 접근을 시도했던 사이트가 네이버였는데, 이것저것 테스트 해보니 모든 사이트가 다 막혀있지는 않았다. 다음(Daum)이나 뽐뿌 같은 국내 대형 사이트는 대체로 막혀 있었고, 구글이나 페이스북은 막혀 있지 않았다.
하위주소도 막혀있다.
처음 메시지가 떴을때에 네이버 영어사전 주소인 http://dic.naver.com에 접속을 시도하던 중이었다. 당연히 네이버 메인을 비롯한 다른 네이버 사이트(카페,블로그)도 접속이 막혀 있었고, 혹시나 해서 http://blog.naver.com/myid/1234 이런 식으로 하위주소까지 입력해 보았는데도 접속을 막아놨다.
통신3사 모두 해당된다.
인터넷에 보니 KT에서 막았다고 SK나 LG로 옮기겠다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SK인터넷이나 LG인터넷이 더했으면 더했지 그쪽도 역시 PC대수로 접속차단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사실 이런 쪽에서는 오히려 KT가 관대하고, 유선 인터넷은 KT가 해외백본망도 충실하고 여러모로 제일 낫다. 두루넷 시절부터 10년 넘게 사용한 SK브로드밴드를 해지하고 올레KT FTTH 인터넷으로 넘어온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물론 웹서버 돌리느라 80포트로 외부에서 접속하는 것을 막지 않았다는 것이 제일 컸지만…
80포트만 해당된다.
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80포트. 그만큼 인터넷 세계의 금싸라기 같은 포트번호다. 아무튼 접속제한은 80포트만 해당된다. 그말인즉 웹접속만 안될 뿐, 다른 인터넷 작업들은 여전히 가능하다는 뜻이다. 토렌트라던가.
모든 사용자를 다 막는 것은 아니다.
랜덤으로 표본을 추출해서 적용하는 것 같다. 그렇게 헤비유저로 살아갈 때에는 말 없다가 이제와서 조용히 얌전하게 쓰고 있는데 갑자기 제한당한 것으로 보아, 특정한 규칙에 따라 자동으로 차단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인터넷 댓글을 보니 통신사가 아니라 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에서 막는다고 한다.
PC만 해당된다. 스마트폰은 상관없다.
스마트폰은 아무 상관없이 잘 된다. 아이폰이랑 안드로이드 둘 다 이상없었다.
브라우저와는 관련이 없다.
브라우저와는 상관없다. 익스플로러에서만 메시지가 나타나고 크롬에서는 괜찮다는 글이 있었는데, 나의 경우 최초에 크롬에서 떴던 메시지였고, 혹시나 해서 엣지나 익스플로러에서 테스트해봐도 마찬가지였다.
플래시를 이용하여 PC대수를 검출한다는 말이 있다.
확인해 보지는 못했지만, 맞는 말 같기도 하다. 접속제한 당했던 페이지들에는 전부 플래시 광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랜섬웨어 사건도 그렇고 역시 플래시가 문제다. 스티브잡스가 플래시를 싫어했던 것은 정말 선견지명이다.
USER-AGENT를 이용하여 검출하는 것 같기도 하다.
노트북과 데스크탑에 크롬의 UserAgent가 서로 같을텐데 어떻게 검출할까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서로 버전이 달랐다. 크롬이 실시간으로 최신 업데이트를 안하는 것 같다. 아무튼 같이 맞춰놓고 테스트를 했어야 했는데 이미 고객센터에 전화한 뒤여서 검증을 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크롬 외에도 엣지,익스플로러,오페라,파이어폭스등 다양한 브라우저를 동시에 쓰고 있을 뿐만 아니라, 리눅스도 사용중이고, 보안프로그램 설치용 Hyper-V 32bit 가상머신도 사용중이라서 아마 유저에이전트 값만 놓고 보면 컴퓨터를 한 10대쯤 쓰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VPN을 사용하여 해결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VPN으로 접속하면 해결 가능하다. 하지만 느리다는 것이 함정. 생각해보니 위에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접속 가능했던 이유가 https를 사용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공유기의 IP차단 기능을 사용하여 해결 할 수 있다.
검색을 해보니 자신의 IP대역 접속을 막으면 된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는 차단메시지가 뜨는 페이지의 IP주소 대역(210.222.27.1~255)을 막아버림으로써 해결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웹페이지 접속시에 딜레이가 3~4초간 생겨 불편했다. 그래서 그냥 고객센터 전화했다.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풀어준다.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전화하면 바로 풀어준다. 공식적으로 한 가정에서 공유기에 PC 2대까지만 허용하는 것이 KT의 정책이므로 PC를 여러대 쓴다면 전화하기가 곤란하다. 물론 스마트폰이나 태플릿은 갯수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튼 어느 바쁜 날에 갑자기 발생한 특이한 이벤트였다. 뭔가 확률적인 방법으로 동시 PC접속대수를 추측해서 차단하는 것 같은데, 방식이 꽤나 허술할 뿐만 아니라 검출하는데 오류도 많은 것 같다. 결국 작업하던 문서파일은 밤 늦게 전송했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추석이다. 평일이라 다들 일하는 줄 알았는데 휴일이구나. 요즘 점점 날짜관념, 시간관념이 없어지는 것 같다.
KT에서 pc대수를 랜덤으로 파악 후 pc이용대수가 많다고 판단이 되면 임의로 인터넷 사용요금을 늘리더군요. 이 때 팝업을 띄워주는데, 팝업같은경우도 지나가던 사람이(예를들어) 와이파이로 연결하여 인터넷 접속을 하면 그 사람한테 팝업이 될 수도..
헉, 갑자기 요금이 늘어나다니… 그런 일도 있군요.ㅎㄷㄷ
이런 경우도 있군요..
SKB 사용중인데 아직 저런 경고창(?) 안떠서 다행이네요.
네. 케바케인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