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흐르는 물은 멈추기가 어려운 법이다. 예전에 정수기도 그랬고 물이 흐르는 곳은 언제나 새는 일이 잦다.
부모님댁에 옥상 물탱크에서 물이 새었다. 사실 꽤 오래전부터 그랬다고 들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옥상에 올라가서 수도꼭지를 잠근다고 하셨다.
결국 이번에는 내가 직접 옥상에 올라가 물탱크 뚜껑을 열어서 확인해 보았다. 수위가 차면 물을 잠궈주는 역할을 하는 볼탑(플로팅밸브)이 고장났다. 정수기 수리할 때에도 느꼈지만 이 부레 역할을 하는 볼탑은 꽤나 고장이 잘나는 부품인 것 같다.
아무튼 처음보는 부품들이라 내가 직접 수리할 수 있을지 확신은 없었지만 일단 인터넷에서 부품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가격은 5천원부터 2만원까지 다양하였고 규격 또한 여러종류가 있었다.
기존의 볼탑들이 수리 한지 한달만에 고장나는 일이 잦았다고 해서 이번에는 좀 특별한 부품을 선택하기로 했다.
생긴 것도 약간 남다르게 생겼고 재질도 플라스틱이라 금속에 비해 부식에도 강할 것 같았고 기온 변화의 영향도 적게 받을 것 같았다. 다만 내구성이 얼마나 될지 수압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아무튼 플라스틱 볼탑이 금속 볼탑에 비해 장점일 수도 있고 단점일 수도 있는데 일단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아서 이번에 한번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가격은 5900원.
먼저 물탱크 바깥 부분을 스패너로 고정시키고 물탱크 안쪽에 손을 넣어 기존의 부품들을 풀어주려 했다. 하지만 너무 꽉 조여 있어서 이 방향이 맞는지 괜히 망가뜨리는 것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도저히 손으로는 풀 수 없을 것 같아서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펜치를 이용해서 세개 돌리려 했는데 그러기도 전에 너무 쉽게 풀리는 것이었다. 역시 인간은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분리된 부품을 유심히 살펴보니 어댑터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즉, 수도관은 15A 규격이었고 볼탑은 20A규격이라서 중간에 변환해 주는 부품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산 볼탑은 원래 15A규격이었다. 그러므로 기존의 어댑터는 맞지가 않았다. 그래서 동네 철물점에 가서 15A암-15A암 규격의 어댑터를 사왔다. 가격은 500원.
이제 새 부품을 끼워넣을 차례이다. 먼저 테프론으로 몇바퀴 감아주고, 어댑터를 끼웠다. 그리고 물탱크 안쪽에도 테프론을 감아주었다.
물탱크안에 들어갈 필요없이 밖에서 모든 작업이 가능했다. 그리고 사실 물탱크 입구가 좁아서 성인이 들어갈 수도 없었다. 하지만 아무런 난간이 없는 옥상인 데다가 바로 옆에는 4층 높이의 낭떠러지라서 살짝 겁도 났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기 시작해서 미끄러웠다.
아무튼 무사히 조립했다. 수도관 밸브를 열어 물을 틀어 보니 위쪽 방향으로 물이 나오는데 어차피 뚜껑을 덮을 거라서 별 상관은 없을 듯 싶었다.
며칠 추이를 지켜보니 잘 작동하는 것 같다. 이런 제품은 겨울에 동파되지 않고 얼마나 잘 버티는지가 관건인데, 내년 봄이 되면 알 수 있겠지.
잘 봤습니다. 직접 수위조절밸브를 교체하려는데 큰 참고 됐습니다.
네. 아무쪼록 잘 해결하셨으면 합니다. 혹시 더 궁금한 것 있으시면 댓글 달아주세요.
매년 물탱크 부레 문제로 계속 설날에 문제가 생기네요 …
잘 해결되었는지요 . 답변부탁드립니다.
안타깝게도 작년 한파에 고장이 났습니다. 물이 얼어서 부피가 커지는 바람에 볼탑도 버티지 못하고 완전히 부셔졌습니다. 그래서 결국 평범한 볼탑을 다시 설치했는데 다행이 올 겨울은 아직 문제가 없는 것 같네요. 아무래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동파방지용 열선을 수도관과 물탱크 안에다 설치하는 수 밖에 없을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