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년간 홈서버를 돌린다고 방안에 컴퓨터를 켜둔채 살았다.

얼마전에 IDC에 입주하면서 홈서버를 셧다운 시켰다. 그래서 기념으로 그동안 홈서버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기록해 두고자 한다.

1. 지난 14년간 홈서버를 돌린다고 방안에 컴퓨터를 켜둔채 살았다.

지금처럼 가정용 나스(NAS)기기도 없었고, 이메일도 용량 30MB만 지원하고 POP3도 안되고, 심지어 닷컴붕괴와 함께 서비스종료 및 정책변경이 흔히 있었던 2002년. 불편하고 불안한 인터넷 환경속에서 내 갈길을 가겠다며 직접 이메일 서버,웹서버,FTP서버를 만들어서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k-june.com 도메인도 같이 구입하였다. 서버는 펜티엄3-450Mhz Katmai에 인터넷 회선 속도는 다운로드 10Mbps 업로드 1Mbps짜리 두루넷 케이블 모뎀이었다. 그때는 전화요금 걱정없는 전용선으로 24시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환경에 이것저것 꾸밀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었다. PC통신시절 호롱불,밀키웨이,곰주인같은 사설BBS 호스팅 프로그램에 비하면 아파치,MySQL,PHP는 장족의 발전이었고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했다.

그리고 얼마후 군대를 갔다. 컴퓨터를 켜둔 채로…
중간에 몇번 다운되기도 하였지만, 그럭저럭 잘 버텨주었다. 전역후에는 서버를 리눅스로 바꾸고, 그 후에 서버 업그레이드도 하고, 인터넷 회선도 FTTH광케이블로 바꾸면서 지금껏 유지시켜 왔다. 그렇게 14년이 흘렀다.

검은색 빅타워 컴퓨터 케이스 소나무 R910의 모습

홈서버 사진. 케이스는 그 유명한 3Rsystem의 소나무(R910)이다.

2. 하지만 전기요금에 대한 압박이 컸다.

전기요금에 대한 부담은 처음부터 있었다. 한달에 2~3만원정도? 그냥 하나의 서비스 요금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긴 했다. 하지만 여름에는 에어컨 때문에 누진세의 영향을 엄청나게 받았다. 심지어 한달에 30만원 나온 적도 있었다. 지금은 서버의 파워를 80PLUS Platinum으로 바꾸고, 집안의 각종 전기제품들의 전력소모량을 정확하게 측정해서 불필요한 것들은 꺼버리고, 집안의 전구들도 전부 LED로 바꾸어서 여름에는 14만원, 그 외에는 6~7만원 정도 나온다. 그래도 혼자 사는 사람 치고는 매우 많이 나오는 편이다.

3. 그리고 집을 비웠을 때 서버가 다운되면 매우 난처했다.

이상하게도 컴퓨터 뿐만 아니라 집안의 가전제품들은 나만 없으면 고장이 난다. 다른 가전 제품이야 A/S를 맡기면 되지만 서버는 그럴 수가 없었다. 집안에 가족이 있을 때에는 전화로 서버 리셋이나 공유기 리셋을 부탁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고, 전원타이머를 이용해서 자동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15분간 전원을 껐다가 켜기도 했다. 게다가 앞으로 전세계를 여행다니면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오고 있기 때문에 집안에 이렇게 신경써야 할 존재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4. 뿐만 아니라 유동IP등 여러 기술적인 제한들도 다소 불편했다.

원칙적으로 가정용 인터넷은 유동IP라서 언제든지 IP가 바뀔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WowDNS나 DNSever같은 DynamicDNS 서비스를 사용했다. 물론 KT FTTH로 바뀐 뒤에는 거의 5년동안 IP가 바뀌지 않아서 뻔뻔하게 bind9까지 설치해서 네임서버까지 돌렸다. 그리고 케이블모뎀 시절에는 속도가 비대칭이라 다운로드는 10Mbps인데 반해 업로드 속도는 1Mbps에 불과했기에 지금 생각해보면 참 열악했는데, 그래도 56K모뎀에 비하면, 1Mbps는 T1급 회선 속도라며 위로하고 살았었다.

5. 그 사이 인터넷 세상은 구글의 등장으로 급격하게 바뀌었다.

지메일(Gmail)의 등장은 이메일계의 혁명 같은 것이었다. 당시 파격적인 용량인 1GB 메일함을 선보이면서 동시에 POP3나 IMAP같은 고급 서비스도 아무런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 그 전에는 메일함이 꽉 차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비워줘야 했고, 아웃룩으로 POP3를 사용하려면 별도의 요금을 내야 했는데, 지메일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굳이 개인서버가 없더라도 편리한 인터넷환경이 점점 가능해지고 있었다.

5. 그래서 오랫동안 호스팅을 알아봤는데 여러가지 조건들이 맞지 않았다.

여러 회사의 각종 호스팅 서비스들을 알아봤는데, 조건들이 맞지 않았다.
일단 서버 입주 하는 것 자체가 1U,2U같은 랙 규격에 맞아야 하고, 데스크탑을 그대로 넣으려면 꽤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그리고 Dedicated나 코로케이션은 너무 비싸다. 기본적으로 월 유지비가 10만원이 넘었다. 트래픽 허용량도 너무 적었고, 추가 요금도 부담스러웠다. 기업용이면 몰라도, 그저 개인 이메일 좀 받고, 소소한 블로그를 위한 웹사이트를 돌리기에는 너무 부담이 컸다.

6. 하지만 요즘 나오는 클라우드 서버호스팅은 경쟁력이 매우 높았다.

이전 글에도 썼지만, 클라우드 서버호스팅은 여러 장점이 많았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가격이 매우 저렴했다. 가볍게 스마트폰 게임하나 깔아서 현질하는 마음으로 클릭했다가 어,이거 대박이네 싶어서 순식간에 추진해서 IDC에 입주했다.

7. 홈서버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스(NAS) 한대정도는 집에 있는게 좋은 것 같다. 24시간 작동해야 하는 웹서버와 메일서버는 IDC에 넣는다 하더라도, FTP같은 것들은 WOL기능으로 필요할 때에만 켜서 작동시키면 되니까 전기요금 부담도 없다. 그리고 마인크래프트서버, 비트코인XT노드 형성, 이더리움 PoS(Proof of stake)등을 위해서도 고용량 서버 한대는 필요하다. 이 문제는 차차 생각하기로 하자.

10 thoughts on “지난 14년간 홈서버를 돌린다고 방안에 컴퓨터를 켜둔채 살았다.

  1. 황규호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서버 하나 구축하고 싶어서 궁금한게 있습니다.
    제가 커뮤니티 사이트 서버를 한번 시험적으로 구축해보고 싶습니다.
    잘 되면 많은 사람들이 올 것이고 아니면 개인용 컴퓨터로 용도 변경 하려고 합니다.
    보통 홈 서버 구축할때 cpu 좋은거로 맞춰야할까요?
    제가 지금 생각한 cpu가 i7인데 이정도면 몇명정도 가입자까지 버텨줄까요?
    그리고 전기세 생각해서 i5 u계열이나 체리트레일 아톰 쪽 씨피유도 생각중인데 이런 씨피유로는 성능이 너무 부족하지 않을까요?
    1초에 몇명 정도 작업까지 쾌적하게 수용 가능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사이트는 이미지랑 텍스트 위주고 동영상은 없습니다.
    나중에 사람들 일정 숫자 이상 오면 idc 이주 등도 생각중입니다.
    최적화 했을때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n455라는 펜티엄 4급의 넷북도 있는데 이거로도 초당 50명 정도는 렉없이 처리 가능할까요?
    그리고 대충 몇명이 실접속자일때 초당 50건 정도의 작업을 처리할까요?
    질문이 좀 많지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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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승에서의추억 Post author

      보통 홈서버 구축할 때에는 오래되어서 남는 CPU를 이용합니다. i7 몇세대인지는 모르겠지만, 1세대라고 해도 엄청나게 고스펙입니다. 집에 있는 6년된 i5-750으로 새 서버 돌리려고 알아봤는데, 하루 10만명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네트워크 트래픽이 더 신경이 쓰이더군요. 고로 i7이면 하루에 수십만 방문자에 1초에 100명이상도 가능하지 싶습니다. 그리고 전기요금을 고려하신다면 아톰이나 기타 저전력 시피유도 충분히 괜찮은 선택입니다. 그리고 구글 애널리틱스 접속자를 보니까 5분정도를 실접속자로 간주하는 것 같더군요. 고로 초당 50명이면 실접속자 만오천명이겠네요. 펜티엄4급 넷북이 어느정도 성능인지는 모르겠지만, 시험적으로 웹서버 구축하기에는 충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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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osm

    nas정도면 저전력 라즈베리파이를 상시 가동하는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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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괴ㅈ

    지메일 처음 나왔을때 실시간으로 용량 숫자가 조금씩 올라가던게 기억에 선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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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추 Post author

      아, 저도 기억나네요.ㅎㅎ ‘지메일은 메일함을 비울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했던 광고도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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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PG

    PC통신 시절은 아니지만 닷컴 열풍이 한창일때 홈페이지 만들어서 용돈벌이를 했었는데 그때 웹서버가 가지고 싶어서 PC로 이런 저런 설정을 해보던게 생각나네요.

    비슷한 추억을 가지고 계신것 같아 몇자 끄적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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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kwon

    글 잘읽었습니다. 저는 라즈베리파이 이용해서 서버 구축해보려하는데
    라즈베리 하드도 따로 나왔다고 하더군요
    암튼 글이 좋아서 댓글 달아봤습니당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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