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 개미 퇴치를 위해 과자를 미끼 삼아 통로를 실리콘으로 막아버렸다.

작년부터인가 갑자기 화장실에 개미가 한두마리씩 보이기 시작했다. 많을 때에는 너댓마리가 보일 때도 있고, 그래서 그때그때마다 살충제를 뿌리면 한동안 조용하다가도 또 시간이 흐르면 한두마리씩 보이고 다시 에프킬라를 뿌리고 이렇게 무한반복을 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화장실 청결에 꽤 신경쓸 뿐만 아니라 집안 전체가 개미 한마리 못들에 오게 밀봉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모기와 개미들은 때가 되면 꼭 한마리씩 나타나서 돌아다닌다. 도대체 이들은 어디에서 들어왔다 어디로 나가는 것일까? 그리고 개미집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주방에서도 보이지 않던 개미가 왜 식량도 없는 욕실에만 유독 돌아다니는 걸까? 여러 의문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어느순간부터 마치 욕실의 일상 풍경이 된 것 처럼 개미들은 꼭 한두마리씩 눈에 보였다. 마치 서로 교대해서 욕실을 순찰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어느날은 살충제를 뿌리는 대신 개미들을 유심히 관찰하여 그들의 습성을 연구해 보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나는 갑자기 동심으로 돌아가 파브르의 곤충기 같은 글을 이렇게 블로그에다 쓰게 되었다.

한참동안 개미들의 거동을 지켜보니 개미들은 마치 자동차 전용도로가 있는 것처럼 다니는 통로로만 주로 다니는 것 같았다. 어릴 때 책에서, ‘개미들은 자기가 다니는 길에 냄새를 남겨서, 그 체취를 따라 다른 개미들도 그 길로 다닌다’는 것을 봤던 것이 생각났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나는데 개미들을 지켜보고 있으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욕실 내에서도 주로 세면대 근처에만 출몰하고 변기나 샤워기 쪽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개미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보던 중에 문득 한 개미가 천정에 몰딩된 곳의 틈 사이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나는 무릎을 탁 쳤다. 바로 저기가 개미들이 입던하는 곳이구나! 그래서 그곳을 글루건으로 밀봉해 버린 후, 욕실 전체에 살충제를 뿌렸다. 그것도 향이 좋은 홈키파 내츄럴 허브향으로…

한동안은 정말 욕실에 평화가 찾아오는 듯 하였고, 진짜 말 그대로 개미 한마리 얼씬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평온한 욕실 라이프를 누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 즈음에서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아마 블로그에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얼마전 그 평화는 무너져 버렸다. 예전처럼 역시 한 두마리씩 다시 순찰을 하기 시작하였다. 글루건으로 막은 곳이 다시 뚫렸나 싶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분명 욕실 안의 다른 어딘가에서 개미들이 들어오고 있는 것 같은데 어디인지 도저히 짐작이 가는 곳이 없었다.

그러던 중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미끼를 던져서 개미들을 많이 모이도록 한 후 그들이 다니는 통로를 확인해 보기로 한 것. 마침 며칠전에 맥주안주로 먹다 남은 칸쵸,츄러스 과자가 있어서 그것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개미가 보이는 길목에 칸쵸를 올려놓은 다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페이스북도 하고 카톡 대화도 읽고 얼마전에 갔다온 민둥산 캠핑 물품들을 정비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과자 주위에 몰려든 개미들

두어시간쯤 지났을까. 다시 화장실에 가서 칸쵸 미끼를 확인해 보니 그새 엄청나게 많은 개미가 몰려들었다. 줄잡아 50마리 정도. 내 예상은 적중하였다. 그래서 그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단숨에 확인할 수 있었다.

그곳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곳이었다. 욕실 타일과 타일 사이의 아주 작은 틈이었는데 육안으로 봐서는 그냥 막혀 있는 곳이었다. 그 작디작은 구멍에서 여러 개미들이 들락거리는 것이 보였다. 오호, 여기가 또 다른 통로였구나.예전에 막은 곳이 정문 같은 곳이었다면, 이번에 발견된 곳은 후문 같은 곳이랄까.

다이소 투명 실리콘

이번에는 글루건이 아닌 실리콘이다.

마침 얼마전 다이소(Daiso)에서 욕실용 실리콘 보수제를 구입했는데, 정말 적절한 시기에 사용하게 되었다. 색깔도 투명색이라 표시도 안나고 아주 깔끔하게 입구를 봉쇄해 버렸다. 그리고 개미들은 그 막힌 구멍 주위에서 서성이며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막혀 있는 것 같았던 저 틈새 사이로 개미들이 들락날락했다.

하지만 그곳이 마지막 입구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정문, 후문을 막으면 또다른 개구멍을 찾아내던 고딩 처럼, 욕실 내에 분명 또 다른 구멍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살충제로 개미들을 죽이는 대신 그대로 살려 두어서 수십마리의 개미들이 또 다른 길을 찾도록 내버려 두었다.

역시 이번에도 나의 예상은 적중하였다. 한 시간동안 후문을 서성이던 개미들은 이제 완전히 다른 곳으로 다녔다. 그리고 그 곳에서 제3의 문(즉,개구멍)을 찾았다. 그리고 역시 그곳도 막았다.

여러번의 실험 끝에 몇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일단 과자 주위에 개미들이 잔뜩 몰려 있는 것은 지금 새로운 출구를 찾았다는 뜻이다. 갈 길을 찾았으니 식량 운송에 집중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일단 입구를 막게 되면 그때부터는 뿔뿔히 흩어진다. 그리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새로운 길을 수색한다. 마치 구역을 나눠서 순찰하는 수색대원들 처럼 말이다. 수십마리의 개미를 동시에 풀어 놓으니까 훨씬 더 빨리 구멍을 찾는 것 같기도 하다.

수도관 근처 개미들의 모습

제4의 문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개미들의 모습. ‘야, 누가 입구 막았대?’라고 수군거리는 느낌이다.

아무튼 그렇게 3개의 구멍을 막고 나니 며칠간 조용하다가 또 어느날 새로운 구멍을 발견했는지 개미들이 득실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제3의 땅굴을 발견한 지 며칠 만에 제4의 땅굴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무슨 북한의 남침용 땅굴도 아니고 끝도 없이 나오는구나. 입구 완전 봉쇄라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보름에 걸쳐 7개의 출구를 봉쇄하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이렇게 개미와의 전쟁은 끝났다. 다시 또 언제 나타날지는 모른다. 이것이 1차전이자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6 thoughts on “욕실 개미 퇴치를 위해 과자를 미끼 삼아 통로를 실리콘으로 막아버렸다.

  1. 최교찬

    안녕하세요. 재미있는 글들 잘 읽어 보았습니다. 혹시 번역일 하고 계신가요? 제가 번역사님들을 찾고 있어서요. 가능하시면 연락좀 부탁드려 보겠습니다. 010-8900-1910 경기도 안양에 살고 있는 최교찬 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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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Ma

    저도 다이소에서 똑같은거 사서 이틀동안 여덟군데 정도 막았어요ㅠㅠ 혹시 그 이후 꽤 잠잠해지셨나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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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승에서의추억 Post author

      아! 저는 개미 구경한지가 너무 오래되었습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개미가 사라지니 모기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힘내시고 다이소 실리콘과 함께 계속 정진하십시오. 언젠가는 욕실에 평화가 찾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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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jj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재미있게 글 읽고 가요. 여름마다 사람 무는 개미때문에 온 가족들이 난리인데… 이번에 일찍 대비 좀 해볼까 싶어 심각하게 퇴치방법을 찾던 차인데 진짜 재미나게 글 읽고갑니다. 필력이 끝내주시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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