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원래 무섭다. 치과가 제일 무섭고 그 다음이 종합건강검진 병원이다. 착실하게 살아온 사람들은 상관없을지 몰라도 나처럼 매일같이 술을 물처럼 마셨던 사람들에게는 몸에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매우 두렵고 그래서 건강검진이 마치 심판 받는 기분이 든다. 게다가 ‘간’은 통증이 없다고 하니 마치 불이 꺼진 어두운 방 한 구석에 누군가 침입자가 조용히 서 있을 때의 그런 느낌이랄까.
금주한지 한달이 된지가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2달이 훌쩍 지났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서는 어느덧 금주 3개월이 다 되어 간다. 그동안 술생각이 난 적도 많았기는 한데 막상 술을 끊고 보니 또 나름대로 그럭저럭 버틸만 하다.
아무튼 그동안 술에 쩔어 있던 몸이 이제 충분히 깨끗해졌다고 생각되어서, 제기동역 6번 출구에 있는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 동부지부로 갔다.
2년마다 한번씩 실시하는 국민 건강보험공단 정기검진을 원래 작년에 받았어야 하는데 미루다보니 해를 넘겨버렸다. 나처럼 작년에 건강검진 못받은 사람들을 위해 공단에서는 추가접수를 받는데, 별도로 공단(1577-1000)에 전화해서 추가등록 신청을 한 뒤에 병원에 가야한다.
아무튼 기존에 담낭폴립과 간 혈관종이 있어서 유소견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추적 검사도 할 겸 해서 상복부 초음파 검사도 추가로 신청했다. 비용은 의료보험 적용해서 66960원 나왔다.
건강관리협회 건물이 몇층짜리인지는 모르겠지만, 1층에서 접수를 한후에 담당자분의 안내에 따라 3층에서 6층까지 이리저리 오가며 검진을 받았다. 피도 뽑고, 소변도 제출하고, 엑스레이도 찍고, 청력검사, 시력검사도 했다.
12월 연말에는 건강검진을 받으려는 대기자가 많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3월인데다가 평일 오후라서 기다리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속전속결로 검사를 받고 집에 왔다.
비록 주기적인 건강검진이었지만 그래도 나름 병원이라고 갔다오니까 뭔가 큰 수술을 받고 온 마냥 기분이 홀가분했다. 3월에는 건강검진을 다녀왔으니 이제 4월에는 민방위 훈련을 받아볼까. 날씨도 좋은데 꽃구경도 할 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