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에 싱가포르에서 손님이 온다고 해서 저번에도 갔었던 마장동 ‘우리소고기 무한리필’에서 또 모이기로 약속하였다.
마장역 2번 출구로 나오니 먼저 도착한 일행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싱가포르 손님은 나에게는 초면이었지만 나머지 일행들은 작년 중국 광저우 모임에서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고깃집으로 갔다.
사람이 4명이라 별도로 예약은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다행이도 자리가 있었다. 이곳에서는 1인당 2만3천800원에 2시간동안 소고기를 부위별로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 참치 전문점처럼 말이다. 참치회가 보통 1인분에 3만원~4만원 정도 하니까 괜찮은 가격이다. 소고기가 문화적인 특성도 잘 타지 않고(인도사람은 안만나봐서 모르겠다) 개인적인 특성도 잘 타지않는 음식인데다가 무한리필이다 보니 외국손님 접대하기에 딱 좋다.
그리고 이곳이 여느 고깃집보다 자리도 널찍한 점이 장점이다. 즐거운 사람들과 즐겁게 먹으려고 밖에 나왔는데 인파에 치이다가 겨우 자리를 잡아서 다닥다닥 붙은 의자에 앉아서 먹는다면 괴로울 것이다. 내가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회를 사면 근처 식당으로 가지 않고 바로 그냥 집으로 가져 오는 이유다.
아무튼 부위별로 따로 주문할 수도 있는 것 같은데, 딱히 원하는 부위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그냥 골고루 나오는 세트 메뉴로 4인분을 주문했다. 사실 참치집에 가도 그냥 사장님이 썰어주시는 대로 먹는 편이다. 이런 불금에 소고기는 소주 한잔과 같이 곁들이면 딱 좋은데 다른 일행들이 다 논알콜파인데다가 나마저도 요즘 금주중이라서 그냥 사이다를 마셨다. 술없이 고기를 먹으니 밍숭생숭하고 신기한 느낌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올해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있을 모임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녀는 이미 비행기표를 예약했다며 참석한다고 하였다. 나도 아직 불확실하지만 아마 참석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내년에는 필리핀, 그 다음해는 뉴질랜드 모임이니 앞으로도 이리저리 전세계 어딘가에서 종종 만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깻잎은 역시 외국인에게 낯선 음식인가 보다. 다른 음식들은 다 잘 먹었지만 깻잎만큼은 너무 맛이 강하다(strong)고 하였다. 아무튼 소고기 풀세트로 3번인가 4번 정도 리필을 하고 나니 배가 무척 불렀다. 2시간 시간제한이라고 했지만 1시간 10분쯤 되니 이미 식사가 끝났다. 서비스로 주는 육회는 미처 다 못먹었다. 아쉽.
끝나고 근처 이디야 카페로 가서 디저트를 먹었다. 그리고 선물로 돼지 육포를 받았다. 싱가포르의 명물이라고 한다. 이름이 BB Bak Kwa Fragrance인데 먹어보니 이거 술안주의 신세계인 것 같다. 아, 맥주 생각난다. 하지만 이번주는 술없이 불금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