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에어컴프레셔(옛날 발음인지 일본식 발음인지는 모르겠지만 ‘콤푸렛샤’라고도 한다)를 집안 한 구석에 방치해 두었다가 오랜만에 써보려고 꺼내니 고장이 나 있었다. 모터는 굉음을 내며 정상적으로 돌아가는데 노즐 부분이 고장이 났다. 공기 새는 소리가 심하게 났다. 안그래도 원래부터 엄청난 모터 소음 때문에 공포스러웠는데 공기 새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더더욱 무서웠다. 그래서 즉시 전원을 끄고 코드를 뽑았다.
2007년 경에 집안 리모델링을 하면서 각 방마다 랜선,동축케이블 등을 연결하기 위해 천정에 몰딩을 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미술용 타카로 작업 하려다가 일이 점점 커져서 결국 에어타카(공기압축 방식의 타카)를 구입했고, 거기에 필요한 에어컴프레셔(Air Compressor)도 동시에 샀었다.
그 후에는 몰딩할 일도 딱히 없고 강력한 힘이 필요한 타카도 쓸 일이 없게 되어서, 그냥 데스크탑 컴퓨터 먼지 제거용으로만 사용했다.
원래 살때부터 필터 부분이 깨져 있었는데 귀찮아서 수리를 미루고 있었다. 용산에 가니 해당 부품들을 파는 것 같던데 규격이 맞는지도 모르겠고 해서 그냥 썼다. 당장 작동하는데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막상 고치려고 보니까 어떻게 수리해야 할 지 감이 안왔다. 노즐 부분이 휘어서 그 틈 사이로 공기가 격하게 새고 있었는데, 수도 꼭지였으면 테프론 한두번 감으면 해결될 그런 성질의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그 부분을 용접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고압의 압축공기를 다루는 기계다 보니 살짝 겁도 났다. 새 제품 가격을 보니 ‘계양’처럼 이름있는 브랜드도 17만원 정도면 살 수 있고, 당분간은 쓸 일도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수리하는 것은 포기하기로 했다.
정수기 처럼 수리해서 새 생명을 얻는 물건이 있고, 뻐꾸기 시계처럼 더 이상 필요 없어져서 버려지는 물건들도 있다. 에어컴프레셔는 이제 버려야 할 것 같다. 매일같이 곁에서 함께한 물건은 아니지만 막상 떠나보내려니 아쉬운 마음이 든다. 가끔씩 인사만 하고 지내던 사람이 영원히 작별인사를 했을 때의 기분이랄까.
에어컴프레셔를 어떻게 버릴지가 고민이다. 가전제품으로 봐야 하는지 대형폐기물로 봐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구청에 확인해보면 에어컴프레셔 처분 방법을 알려주겠지.
수리해서 사용하면 될거같은데 버리기엔
너무 아깝네요
네. 마음이 아팠죠. 혹시라도 누군가가 고쳐서 잘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