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를 렌탈로 몇 년간 사용하다가, 할머니 돌아가신 뒤로는 냉온 정수기를 그냥 바로 인터넷에서 구매해서 직접 필터를 교체해서 사용해왔다. 그런지 7년 정도 된 것 같다. 그러다가 얼마전에 결국 고장났다. 정수기에서 물이 계속 샌다. 사람도 나이들면 늙고 병드는 것처럼, 한낱 기계도 세월과 함께 낡아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가. 그동안 군말없이 조용히 잘 작동해 오더니…
사실 그동안 매번 필터를 교체해 오면서 정수기를 자주 분리해 봤기에, 정수기라는 것이 구조가 단순해서 그다지 복잡한 부분도 없는데 어디가 고장났나 싶어서 뜯어봤다.
내 정수기는 중공사막 방식이라 급수호스에서 들어온 수돗물이 세디먼트 필터(Sediment Filter) -> 프리카본 필터(Pre-Carbon Filter) -> UF멤브레인 필터(U/F Membrane FIlter) -> 포스트카본 필터(Post Carbon Filter) 이렇게 4단계의 정수과정을 거친 후, 온수통과 냉수통으로 빠지는 단순한 구조다. 아, 그러고보니 커피머신에 급수호스 연결(정수기 직결)한다고 중간에 분리가 되도록 약간 개조를 하긴 했다. 그리고 TCR필터도 추가할 예정.
확인해보니 필터쪽은 문제가 없고 물통쪽에서 물이 새는데, 처음에는 뚜껑이 제대로 안닫긴건가 싶어서 고무패킹을 다시 제대로 씌운후 덮었는데 처음 얼마간은 문제가 없다가 또 물이 새었다. 다시 거실은 아수라장.
물이 차면 급수를 차단해주는 부품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인이 이야기 하길래, ‘아, 이제 버려야 겠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넷에 찾아보니 그것마저 부품으로 팔고 있었다.
이름하여 ‘볼탑’. 화장실 변기등에도 쓰이는데, 수위가 차면 둥근 플라스틱통이 부력을 받아서 물을 자동으로 잠궈주는 역할을 한다. 플로트 밸브 혹은 플로팅 밸브라고도 한다. 이거 이름 알아내느라 제법 시간이 걸렸다.
정수기용 볼탑이 ‘수평볼탑’과 ‘수직볼탑’ 이렇게 두 종류가 있었고, 내꺼는 수직볼탑. 가격은 4500원. 하지만 그것만 사기에는 배송비가 아까워서, 기왕에 필터도 1년치(1만8천원)를 샀다. 하지만 나혼자산다는 핑계로 정수기필터 한번 사면 2~3년정도 쓰는 것 같은데, 그마저도 최근에 이미 갈았다.
사실 볼탑 교체는 5분만에 끝났다. 블로그에 올리겠다고 사진 찍어대느라 시간이 걸렸을 뿐.
급수 밸브 다시 열어놓고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초초한 마음으로 지켜봤는데, 깔끔하게 잘 수리 된 것 같다. 며칠 더 지켜본 후에 최종적으로 뚜껑을 덮어야 겠다.
아무튼 수명연장의 꿈을 이루었다. 앞으로 10년정도는 더 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