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밖에 나갈 일이 급격하게 줄었다. 게다가 술을 끊으니 한달 생활비가 확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은 기분탓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얼마나 줄어드는지가 문득 궁금해졌다. 예전에 얼핏 계산해 본 바에 따르면 술값 빼면 이론상 한달에 50만원으로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는데 정말 실제로 가능한 이야기인지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3월 한달간 촘촘하게 가계부를 쓸 생각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생활비를 줄여보려 한다. 절약은 하되 허리띠는 졸라매지 않는 느낌으로 술도 적당히 마시고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사고 싶은 것도 적당히 구입하려 한다. 평생 유지할 수 있는 한달 최저 생활비를 계산하는 것이 목적이니까.
일단은 예전에 대략 계산했던 것과 그냥 내 느낌상 추정 비용을 포함해서 견적을 내 보았다.
1. 집에서 숨만 쉬고 있어도 들어가는 한달 비용 (약 32만원 가량)
(1) 전기요금 : 7만원
전기요금의 경우 월평균요금을 직접 계산한 적이 있다. 2014년 3월에서 2015년 2월까지 1년간 총107만4천원이 나왔고, 12로 나누니 한달 평균 8만9천원이 나왔다. 지금은 누진제가 완화되어서 다소 줄어든 데다가, 24시간 돌아가는 서버도 없어서 훨씬 더 줄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대략 7만원 정도로 계산했다.
(2) 수도요금 : 1만 2천원
수도요금도 그 때 같이 계산했었고, 한달 평균 1만2천원 가량 나왔다. 수도요금도 누진제가 있지만 그 사이 생활패턴에 큰 변화는 없었으므로 예전에 계산한 것 그대로 사용.
(3) 도시가스 : 5만 5천원
월평균 도시가스 요금도 역시 같은 시기에 같이 계산했다. 그 사이에 요금변동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예전 것 그대로 사용했다. 겨울에는 월13만원 가까이 나오고 여름에는 5천원 정도 나와서 평균 5만5천원.
(4) 통신요금 : 83200원
통신요금은 결합할인을 받기 위해 한 통신사에다 몰아서 쓰고 있다. 우리동네 FTTH가 KT밖에 없어서 KT를 중심으로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통신요금을 통합해서 사용중이다.
인터넷(100Mbps FTTH) : 15230원
모바일(순 모두다올레34LTE) : 34100원
단말기 할부금(갤럭시S7) : 28540원
와이브로(콤비10G) : 5330원
(5) 4대보험 : 10만원
4대보험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건강보험과 국민연금만 내고 있다.
여기까지가 꾸준히 매달 지출되는 1차 고정비용이다. 줄이기도 어렵지만 잘 늘어나지도 않으며 숨만 쉬고 있어도 꼼짝없이 내야 하는 비용이 한달에 32만원 정도 된다. 그리고 숨만 쉬고 살 수는 없으니 이제는 식비에 대한 견적을 낼 차례다. 어느정도 줄여볼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지출은 되어야 하는 고정적인 추가비용이다.
2. 숨도 쉬고 먹을 것도 먹고 하는 것까지 포함된 한달 생계비 (약18만원 추가. 총50만원 가량)
(1) 우유 : 1만7천원
1000ml짜리 멸균우유 10개짜리가 보통 16000원에서 18000원 사이를 오가는데, 한박스 사놓으면 한달 먹는 것 같다. 사실 더 먹는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 정확히 계산해 봐야겠다.
(2) 계란 : 4천원
한때는 계란 한판 3천원에 사놓으면 한달 내도록 부담없이 먹은 적이 있었는데, AI감염 파동 이후로 가격이 폭등한 뒤 좀처럼 떨어지지를 않는다. 아직도 계란 한판 8000원이 넘는다. 어쨌든 매일 꾸준히 먹는 것은 아니니 일단 적당히 4천원 정도로 했다. 가격이 쌀 때에는 라면에 2개씩 넣어먹고, 비쌀 때에는 하나씩 넣어 먹으면 된다. 어려울 것 없다.
(3) 커피 : 1만원
커피는 그냥 목마르고 입이 심심할때 자주 마시는 편인데, 한달에 1kg짜리 커피원두 한 봉지씩 먹는 것 같다. 아메리카노 한잔에 50원~60원 정도이니 하루에 6잔 이상 마시는 듯.
(4) 과일 : 3만원
솔직히 하루에 과일을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없다. 그냥 하루에 천원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서 3만원으로 썼다.
(5) 식재료 및 생필품 : 12만원
식재료도 사실 감이 없다. 주로 홈플러스에서 3만원 이상 무료배송을 이용하는데 경험상 3만원 딱 채우면 일주일 정도 먹을 수 있는 식료품들을 샀던 것 같다. 그래서 한달에 12만원이라고 추측한 것이다. 이것 역시 이번에 가계부를 쓰면서 정확한 지출을 계산할 예정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예상한 한달 최저생계비 50만원(32만원+18만원)의 내용이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 숨쉬고 밥먹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 그러니까 최저생계비가 아니라 최저 생명유지비가 아닐까 싶다. 한달 식비가 18만원으로 정말 가능한지 그리고 실제 이 비용으로 지속적인 삶이 가능한지는 직접 실험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지금처럼 바깥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히키코모리처럼 집안에만 틀어박혀서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서만 생활하는 경우라면 이 정도 비용으로도 삶을 영위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여기에다가 술값도 더하고 각종 문화생활비, 품위유지비 등을 더 보태면 이제 본격적인 한달 최저생활비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3. 숨도 쉬고, 먹을 것도 먹고, 이것저것 즐기며 살아가는 비용까지 다 합친 실제 한달 최저 생활비 (약49만원 추가. 총99만원 가량)
(1) 주류비 : 15만
술값이 얼마나 들게 될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작년에는 한달에 수십만원씩 나왔던 것 같다. 올해는 좀 적당히 마시자는 차원에서 월15만원으로 책정했다. 왠지 실제 가계부를 써 보면 엄청나게 오차가 클 것 같은 예감이 든다.
(2) 교통비 : 2만
출퇴근 없이 집에서 일을 하는 상황이라 주기적인 교통비 지출은 없다. 다만 술마시러 밖에 나가거나 놀러 다닐때를 고려하여 교통비를 포함했다.
(3) 문화비 : 5만
U+홈보이 : 2만(070집전화이지만 IPTV, 영화 및 독서용으로 주로 사용한다)
넷플릭스 : 3600원(14500원짜리를 4명이서 같이 쓰고 있다. 사실 금액은 딱 4등분하는게 아니라 술한잔 사주는 걸로 퉁치고 있다)
오피스365 : 5천원(MS오피스 사용료 이기도 하지만, 클라우드의 용도가 더 크다)
기타 문화비 : MP3를 다운 받을 수도 있고, 스팀에서 게임을 살 수도 있다. 정확한 비용은 계산해봐야 알 듯.
(4) 경조사비 : 10만
경조사비도 얼마가 드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한달에 한두번정도 있다 보니 10만원 정도로 계산했다.
(5) 기타 비용 : 17만
이 17만원이라는 금액은 어떠한 구체적인 내역이 있는 것이 아니라 1인가구 최저생계비 99만원(정확히는 991,759원)에 맞추기 위해 적당히 끼워맞춘 것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사고 싶은 물건을 산다거나, 여행을 간다거나, 기타 예상치 못한 지출들이 있는 법이다. 완전 고무줄 예산이라 얼마가 들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은 여기까지가 생각난 대로 쓴 한달 생활비 내역(추정치)이다. 많은 것인지 적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라면 흑자인생은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얼마나 들어가는지는 내일부터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참고하기 좋은 글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실제 가계부작성 결과 37만원이 최저생활비로 결론났는데 세부내역을 좀더 다듬어서 글로 올릴 예정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한달 최저 생계비 검색하다가 여기 까지 타고 왔네요. 좋은 참고자료입니다. 재밌게 보고 갑니다.
방문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제가 과소비아닌가 걱정했는데 좋은 지표가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네. 방문하신 것을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