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엑스(ActiveX)로 대표되는 한국의 온라인 금융거래 환경 때문에 아주 오래전부터 문제가 많아서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결국 탈모가 왔다. 요즘은 G마켓 같은 온라인 쇼핑몰들의 경우 이 문제가 대부분 해결되었지만 아직 은행,카드사,일부 관공서들은 여전히 뭔가 보안 관련된 프로그램들을 추가로 주렁주렁 설치해야만 사이트에 접속해서 로그인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작년부터는 아예 시스템 부팅시에 자동으로 보안 프로그램들이 시작되도록 해버렸다. 갈수록 가관이다. 이걸 안뜨게 하려고 msconfig에서 서비스,시작프로그램 제거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금융거래용 다른 계정 생성하기 등 별짓을 다해봤지만 허사였다. 그냥 제어판에서 프로그램 제거를 했다가 금융거래 할때에만 다시 설치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최근에는 사이트 접속시에만 실행되도록 바뀌는 추세이긴 하다.
윈도우10으로 넘어오면서 컴퓨터 사용에 꼭 필요한 최소한의 프로그램만 설치해 놓았다. 특히 노트북은 업무용이라서 더더욱 필요없는 프로그램들은 설치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공인인증서와 보안 프로그램 설치가 골치였다.
결국 고민 끝에 격리된 컴퓨터에서만 금융기관이나 공공기관에 접속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컴퓨터를 2대 들고 다닐 수 는 없으니 가상 컴퓨터를 하나 만들어서 그곳에다 적당히 윈도우7을 설치해서 각종 사이트 익스플로러 호환 설정이라든가 여러가지 안전장치들을 싹다 해제해 놓고, 보안 프로그램도 자유롭게 설치해서 사용할 생각이었다. 문제가 생기면 그냥 통째로 날려버리고 새로 만들어 버리면 되는 것이다.
가장 안전한 환경에서 사용해야할 금융거래를 막상 가장 지저분하고 위험한 컴퓨터 환경에서 한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보안을 위한다고 해도 중요한 업무용 노트북에다가 원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설치할 생각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부팅과 동시에 24시간 상주하는 것은 더더욱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보안 프로그램은 윈도우10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Windows Defender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무튼 윈도우10에는 기본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에서 Hyper-V라는 가상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뭔가 추가로 다운받아서 설치할 필요없이 설정에서 몇가지만 만져주면 바로 사용할 수 있어서 딱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곳에다가 적당히 윈도우7을 설치하고 금융거래용으로 격리된 컴퓨터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설치하고 보니 그렇게 편리하지가 않았다. 일단 해상도를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가 없어서 1152X864 혹은 1280X1024가 최고 해상도였기에 화면일부가 잘려서 나왔고 사운드는 아예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Hyper-V의 해상도 조절하는 법을 찾아보니까 쉽지가 않았다. 사실상 불가능했다. 뭔가 공유기 하에서 원격으로 리모트 데스크탑 기능을 이용해서 접속을 해야 하는 것 같은데 공유기 아닌 환경해서 접속해야할 경우가 많으므로 그냥 포기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네트워크 연결이 되니까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물론 금융사이트를 포함해서 말이다.
그렇게 몇달간 그럭저럭 잘 쓰다가 얼마전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안드로이드 에뮬레이터인 블루스택(BlueStacks)을 설치하려고 하는데 블루스크린이 뜨면서 오류가 생기는 것이었다. 원인은 Hyper-V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리하여 결국 다른 가상화 프로그램을 찾게 되었다. 뭔가 추가로 자꾸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예전에 자주 사용했던 VMware를 고려했다. 하지만 가격이 스마트폰 앱 결제하듯이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었다.
계속 찾아보다 보니 버추얼박스(VirtualBox)가 눈에 들어왔다. 대략 10년전에 잠시 깔았다가 허술한 기능에 실망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래도 공짜인 데다가 오픈소스이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별 부담없이 설치해 보았다.
그런데 그 버추얼박스(Virtual Box)가 10년 사이에 엄청난 환골탈태를 하여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의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해상도는 애드온을 설치할 경우 완벽하게 1920X1080 풀HD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창 크기에 맞게 자동으로 해상도가 변경되는 기능도 있었으며 사운드까지 영롱하게 재생이 되었다. 전체화면으로 사용시에는 그냥 하나의 완벽한 윈도우7 컴퓨터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하여 고민없이 Hyper-V를 냉큼 삭제해 버리고 버추얼박스로 갈아탔다. 가상화 디스크 용량(vdi)을 처음에는 25기가 정도로만 했는데 나중에 서비스팩 설치 및 업데이트를 하고 나니 용량이 부족했다. 그래서 다시 30기가로 잡고 설치했다.
아무튼 이제 매우 흡족한 금융거래용 컴퓨터가 완성되었다. 혹시 하이퍼V가 윈도우에 기본으로 깔려있다는 이유만으로 이걸 이용해서 뭔가 해보려고 했던 나같은 실수를 다시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이 글을 쓴다. 그냥 Hyper-V는 미련없이 버리고 바로 버추얼박스(Virtual Box)로 가는 것이 짧은 우리 인생의 소중한 시간들을 지킬 수 있는 지름길이다.
저도 글쓴분처럼 결제 전용 VM 생각중이었는데, Hyper-v 아직 문제가 있군요. 참고가 되었습니다. ^^
네. 버추얼박스 강추합니다.^^
vmware player는 무료인데 스냅샷을 못쓴다는것만 감안하면 결제전용으론 충분합니다
그리고 hyper-v는 정확히는 cpu 가상화 기술(vt-x)를 hyper-v 전용으로 고정해버려요. 다른 프로그램에선 없는거나 마찬가지로 만들어버립니다
아하, 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으.. 녹스 블루스택등 앱플레이어 다 안돌아가길래 역시 Hyper-v 때문이었군요 ㅋㅋ 정보 감사합니다
ㅎㅎ.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