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조천 근처 조용하고 전원생활을 느낄 수 있는 ‘우리희망이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머물렀다.

오늘은 드디어 게스트하우스에 가기로 했다. 제주에 온지 열흘이 다 되어 가지만 이번 여행은 해변에서의 캠핑이 컨셉이라서 그동안 게스트하우스는 가지 않았다. 하지만 전날 과음하는 바람에 오늘은 술을 안먹기로 결심했고, 그리고 그동안 밀린 빨래도 해야 하고, 가져온 태블릿으로 책도 읽고, 블로그에 글도 쓰고 할 겸 해서 바베큐 파티가 없는 조용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보았다.

바다풍경의 버스정류소

현재위치 도두해수파크 앞 해안로 정류소 앞

하지만 지금 있는 곳이 제주공항 근처이다 보니 그동안 여행경로였던 시계방향으로 돌지 아니면 그냥 처음부터 원점에서 시작해서 반시계 방향으로 돌지 결정을 내려야 했다. 1시 방향 함덕 서우봉 해변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왔기에 아예 그냥 더 멀리 3시 방향 성산이나 우도 쪽으로 가볼까 하는 생각에 네이버 지도 앱으로 길찾기를 해보니 버스로 2시간~3시간 가량이 걸렸다. 버스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아서 망설임없이 포기.

반시계방향으로 10시방향 애월(곽지과물해변)이나 한림(협재해수욕장) 쪽으로 가자니 작년에 스쿠터 타고 왔던 곳이라 좀 색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고, 풍향도 마침 북서풍이 불어오고 있어서 맞바람을 덜 맞기 위해 결국 그동안 오던 시계방향의 길로 다시 가기로 했다. 대신에 중간지점인 조천 쯤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 머물며 이것저것 개인정비를 한 다음에 애당초 원래 계획이었던 김녕해수욕장으로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제주도 게스트하우스는 결제의 편리함 때문에 보통 쿠팡(coupang)이나 티몬(tmon) 같은 소셜커머스에서 주로 찾아보는데, 마침 조천읍에 적당한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다. 이름은 ‘우리희망이게스트하우스’. 세탁기도 있었고, 1층에 카페같은 공간에서 책읽기나 글쓰기에도 좋아 보였고, 신축 건물이라 깨끗할 것 같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가격은 4인실 도미토리 19900원. 조식포함.

황혼이 지는 충혼묘지 버스정류소의 모습

도두해수파크에서 나와 17번 버스를 타고 제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간후, 다시 시외버스 701번을 타고 목적지인 충혼묘지에 도착했다. 버스정류소에서 ‘우리희망이게스트하우스’까지는 500미터 이상 걸어야 했기에 전동휠을 타고 적당히 이동…하려 했으나 중간에 턱이 많아서 반은 타고 다니고 반은 들고 다녔다. 애물단지같은 전동투휠.

GPS를 따라 이리저리 가다보니 목적지인 우리희망이게스트하우스가 보인다.

‘우리희망이 게스트하우스는’ 함덕 고등학교 뒷편의 농지 가운데에 위치해 있었는데, 시골길이라 네비에 제대로 지도에 길이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약간 헤맸다. 자동차로 올 때에는 로지하우스 쪽으로 지나쳐서 들어오면 될 것 같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걸어서 올 때에도 그쪽 길이 더 편할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도로 공사 중이지만 공사가 완료되면 더 편하게 올 수 있을 듯 싶다.

입구에 도착했다.

게스트하우스 안으로 들어가니 역시 새로 지은 건물이라 깔끔하고 깨끗했다. 수건을 받고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갔다. 방 크기는 고시원 정도의 크기였고 그 곳에 2층 침대 2개가 있었다. 내 옆에는 이미 누군가 먼저 와서 자고 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난 후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침실 모습. 각 개인마다 자물쇠가 달린 사물함이 있다.

화장실도 역시 깨끗했는데 샤워도 가능했다. 방 크기가 작은 대신 각 방마다 화장실이 있었다. 방 구조도 그렇고 복도도 그렇고 게스트하우스 보다는 원래 원룸 건물로 계획을 하고 지은 것 같았다. 제주도에서 한달 이상 장기 투숙하는 사람에게 적합한 건물 구조였다.

각 방마다 딸려 있는 화장실 및 샤워실

2층에는 8개의 방이 있었고, 3층은 옥상이었다. 옥상에서 내려다보니 주위에는 밭(또는 초원)으로 둘러쌓여 있어서 조용한 시골마을같은 느낌이 났다. 실제로도 매우 조용했다. 고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저 멀리에는 바다가 보였다. 농촌과 어촌이 공존하는 곳이랄까.

카페같은 1층 라운지의 모습

가장 기대했던 1층 휴게실은 조명을 비롯한 여러 면에서 세련된 북카페같은 느낌이 났다. 뒷편에는 실제로도 수백권의 책이 꽂혀 있다. 물론 커피를 팔거나 하지는 않고 투숙객을 위한 쉼터인데, 이곳 희망이 게스트 하우스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핵심적인 공간인 것 같다. 나 역시 짐을 풀자마자 노트북과 스마트폰과 DSLR을 들고 바로 카페로 갔다.

북카페같은 게스트하우스

커피 머신은 없었지만, 정수기 온수를 이용해 커피믹스를 자유롭게 마실 수 있었다. 화려한 바베큐 파티와 낯선 여행자들과 밤새 함께 마시는 만남의 장소 같은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반면, 잠시 사람을 떠나 조용한 곳에서 혼자 차분하게 책을 읽으며 바닷바람을 쐬며 쉴 수 있는 게스트 하우스가 있다. ‘우리희망이게스트하우스’는 그런 조용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에게 딱 맞는 곳이었다.

한쪽 구석에는 공용PC한대가 있었고, 그 위에는 브릿츠(Britz) 블루투스 스피커가 있었다. 마침 나혼자 있었기에 내 스마트폰을 블루투스와 연결해서 내 취향의 재즈 라운지(Jazz Lounge)음악을 유튜브에서 검색해서 틀었다. 사실 카페에서는 부드러운 재즈 음악이 제일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조용한 카페에서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고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이 기분.

소등시간은 23시30분이었지만, 휴게실은 계속 사용할 수 있었다. 혼자 조용한 카페 같은 곳에서 부드러운 음악을 틀어놓고 노트북으로 작업하고 있으니 아늑하고 좋았다. 그래서 그동안 밀렸던 일들을 상당부분 처리할 수 있었다.

한쪽 벽에는 방문객들이 포스트잇을 붙여 놓았다. 가운데 전현무MC의 사인이 보인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조식은 식빵, 잼, 계란으로 토스트를 만들어 먹었다. 퇴실 시간이 조금 이른 오전10시라서 아침식사가 끝나자마자 다소 서둘러서 샤워를 하고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체크아웃 하고 곧바로 김녕 성세기 해변으로 가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하루동안 금주 하면서 충분히 기력을 충만하게 채웠으니 일단은 그곳에 도착한 뒤에 뭘 할지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아침식사 모습. 이제 오늘은 어디로 갈지 고민해야 하는 방랑자의 삶이다. 눈 앞에는 논밭이 펼쳐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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