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먹으러 청계천에 왔다. 하지만 벌레가 너무 많아서 근처 을지한빛거리에 있는 벤치에 올라와서 남은 캔맥을 들이켰다.
시간은 낮 12시경.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정장을 입고 목에 신분증을 메고 다니는 직장인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가만히 앉아서 맥주를 마시면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마침 Hanhwa라고 크게 씌여진 건물에서 공사를 하고 있었다.
주황색인것 같은데 약간 금색빛이 감도는 색상으로 건물을 짓고 있었다. 원래 저곳에는 무슨 건물이 있었는지 궁금해 졌지만 딱히 기억은 나지 않았다. 아무튼 구릿빛의 건물이 미래지향적인 느낌에다가 디자인도 괜찮아 보였다.
바로 옆 미래에셋 건물과 신한은행 건물도 괜찮아 보였지만 한화빌딩은 서울 도심 빌딩 숲 속의 단조로운 색상을 벗어난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한참을 보다 보니 저 주황색 건물로 완성되어 가는 것이 아니라 밑의 흰색 거푸집 같은 걸로 건물 전체가 뒤덮혀 가는 중인 것 같았다.
헉, 설마설마 하며 검색해 보니까 맞는 것 같다. 한화빌딩 보수공사 중인데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원래가 주황색 건물이었는데 흰색 거푸집 같은 걸로 변신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아이고 난 모르겠다. 나야 뭐 건물주인도 아니고 한화직원도 아니니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고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 멀쩡한 건물을 교체하려는 것일 게다.
아무튼 디자인이 좀 엉망이 되었지만 피치못할 여러 사유가 있었으리라 본다. 예를 들면 창문 태양광 발전을 한다든가 하는 실용적인 이유가 있지 않았나 나름 추측해 본다. 사실 완전 별로라기 보다는 그냥 멋진 건물에서 평범해진 건물로 돌아가는 느낌에 가깝다. 바로 옆 미래애셋 건물과 보조를 맞추려는 느낌도 들고…
작년에 작고한 자하 하디드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처럼 건축물에 대한 느낌은 사람마다 제각각일 수 있다. 한화빌딩은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기존의 주황색이 한화 이미지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어차피 공공건물도 아니니까 건축주가 마음에 들면 되는 것이다. 코카콜라 페트병이 빨간색이든 보라색이든 그것은 코카콜라 마음이니까.
그냥 요즘 날씨도 선선하고 해서 종로에 왔다가 뜬금없이 쓰는 글이다. 이제 슬슬 치앙마이로 갈 때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