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 50분. 날씨는 무덥고 햇살이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이런 날은 맥주 한캔 마시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그래서 술 판매 시간이 끝나기 전에 부랴부랴 숙소를 나와 편의점으로 달려갔다.
맥주를 사려는데 마침 현금이 떨어졌다. 이럴수가. 어쩔 수 없이 카드결제 최소금액 300바트를 맞추기 위해 500ml짜리 chang맥주를 무려 6캔이나 사버렸다. 그래도 살짝 모자라서 27.5바트짜리 커피우유도 샀다.
그리고 근처 타패게이트로 왔다. 며칠 전과는 달리 마침 관광객도 별로 없었고 비둘기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한쪽 나무그늘 밑에 앉아서 맥주를 마셨다.
주위에는 나처럼 나무그늘 아래서 멍때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인근 가게 사장님은 낮잠을 즐기고 있었고 그저 먼 하늘을 바라보는 서양인 할아버지도 있었다.
서너캔 마시다 보니 하늘이 더욱 푸르게 보였다. 계속 취하다 보니 시간이 느리게 가는 기분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낮술의 매력이다. 사실 이곳 치앙마이 장기 여행자들은 다들 느리게 사는 것 같다.
아무튼 오늘도 이렇게 아무것도 한 것 없이 빈둥대다 보니 어느덧 오후3시가 되었다. 무언가를 끝내기에도 시작하기에도 애매한 오후3시. 그래서 나는 오후 3시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