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공항에 도착해서는 혹시라도 현금이 모자랄까봐 유심카드를 안샀다.
물론 숙소에서는 인터넷이 잘 되었지만 길거리에서는 유심카드가 없으면 사실상 인터넷이 불가능했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뭔가 와이파이 신호가 많이 뜨긴 하지만 공짜 와이파이는 없었다. 그래서 다음날 환전을 한 뒤에 곧바로 유심카드를 사기 위해 시내를 돌아다녔다.
인터넷에 보면 시내 편의점에서 유심칩을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숙소 스텝도 세븐일레븐에서 유심카드를 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편의점에 가 보면 분명 유심 같은 것을 팔긴 하는데 기존 사용자들을 위한 데이터 충전카드라서 유심칩부터 새로 사야 하는 여행자들에게는 적용이 안되었다. 편의점 알바생에게 물어보려 해도 영어가 안통해서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그렇게 몇 군데 편의점을 전전하다가 우연히 영어가 통하는 편의점에 들리게 되었다. 편의점 직원은 카운터 뒷편의 바구니에서 여행자용 유심침을 꺼내서 보여 주었다. 그렇다. 여행자용 유심침은 가판대에 진열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튼 샀다. 여권을 보여주면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으로 통신사에 등록해준다. TrueMove와 dtac이렇게 두 회사 제품이 있었는데(그리고 하나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은 안난다) 나는 저렴한 dtac으로 선택했다. 7일짜리 무제한 요금제가 199바트였다. 1바트당 34.5원으로 계산하면 6865원이니 하루에 980원 꼴이다. 한달짜리를 사고 싶었지만 15일 짜리가 최대였다. 그래서 일단 일주일짜리로 버티면서 나중에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30일짜리를 발견하게 되면 그때 구입하기로 했다.
설정방법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그냥 유심을 빼고 새 유심을 삽입하면 된다. 그리고 몇달전에 일본에서 유심칩 교환용 핀이 없어서 고생했던 것이 생각나서 이번에는 유심핀과 유심보관통을 한국에서 준비해 갔다.
새 유심을 끼우니 문자가 여러번 오면서 유심 등록방법을 알려주었다. 시키는 대로 했는데 처음에는 뭔가 되는 듯 하더니 나중에는 잘 안되었다. 전화는 걸리는 것 같은데 인터넷이 안되었다.
게다가 전화번호가 바뀌니까 뭔가 삼성계정 로그인 된 것도 풀리고 maps.me 데이터도 지워지고 이상한 문제들이 나타났다. 결국 서브폰으로 가져간 아이폰5에다가 끼워서 사용하고 테더링을 이용해서 인터넷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 결국 APN설정(액세스 포인트 이름)을 추가함으로써 문제는 해결되었다. 아이폰은 그냥 유심만 바꾸면 알아서 다 되는데 안드로이드는 뭔가 별도로 모바일 네트워크 설정을 해야 해서 복잡하고 번거로웠다.
아무튼 지금은 잘 쓰고 있다. 그리고 dtac 홈페이지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일단 기간이 끝난 뒤에 별도의 포스팅으로 글을 쓸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