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무티 한글판 신기한 마음에 샀는데 오리지널 버전에 익숙해져서인지 아직 적응이 안된다.

한10년쯤 된 것 같다. 처음 달무티를 하게 된 것이…
멘사 모임에 가면 언제나 한두명 정도는 달무티 카드를 가지고 와서 함께 즐기게 되는 엄청 익숙한 보드게임이다. 특히 1박2일 여름 모꼬지에는 달무티 아니면 타뷸라의 늑대 이 2가지가 멘사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보드게임이라 심지어 아침해가 뜰 때까지 플레이 하기도 한다. 물론 나는 주로 옆에서 술을 마셨지만… 아무튼 달무티는 배우기 쉽고 6인 이상의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서로 친해지기 딱 좋은 게임이랄까.

요즘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보드게임을 모으기 시작했다. 시작은 마작에 관심이 생겨 마작패를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했는데 막상 마작패는 안 사고(수선? 타케? 전탁? 청두? 종류가 너무 많다) 다른 보드게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취미라고 하기에는 빈약하고 또한 그렇게 다양하게 많이 살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그냥 가정에 손님맞이용 보드게임 하나쯤 둔다는 생각으로 달무티를 사기로 했다.

위대한 달무티 케이스 앞 뒷면

위대한 달무티 한글판의 모습

검색해보니 한글판 달무티도 있었다. 생각해보니 달무티 카드에 원래 어느 나라 말이 씌여있었는지 그동안 모른 채로 살았다. 달무티는 숫자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그냥 숫자만 보고 지난 10년간 게임을 해왔고 플레이하는데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물론 1번 카드에 Dalmuti라고 씌여 있는 것은 알고 있다. 역시 세상은 원래 1등만 기억되는 법이다. 미국 대통령이 누구인지는 알아도 부통령은 누구인지 모르는 것처럼…

아무튼 한글판 달무티가 최근에 나온 모양이다. 그 동안은 저작권(?) 문제로 원어인 독일어로만 표시되다가 최근에 제한이 풀렸다고 한다. 그래서 신기한 마음에 덥석 물어서 결제완료. 한국어판 달무티는 어떻게 번역되어 있는지 살펴보았다.

1 달무티

1번 달무티. 한장밖에 없다.

1번은 역시 원어와 마찬가지로 달무티다. 게임중 가장 받고 싶은 카드이고 또한 누가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한 엄청난 카드.

2 대주교, 3 시종장, 4 남작부인

상위 계층의 카드. 2번 대주교가 뒤집어 졌는데 다시 찍자니 너무 번거로워서 그냥  첫 컷으로 포스팅.

2번은 대주교, 3번은 시종장, 4번은 남작부인이다. 대주교는 종교계 우두머리이고, 시종장은 지금으로 치면 대통령 비서실장. 남작부인은 고위관료의 아내, 한마디로 말하면 주부. 딱히 하는 일도 없는데 무려 4번에 할당되어 있다.

5 수녀원장, 6 기사, 7 재봉사

중간계층의 카드. 이런 카드들을 잘 이용해서 초반에 기선을 잡아야 한다.

이제 다음 계층으로 넘어가서 5번은 수녀원장, 6번은 기사, 7번은 재봉사이다. 수녀원은 지금도 있으니 넘어가고, 기사는 지금으로 치면 군인(장교)인데 아무것도 안하는 4번 남작부인보다 아래다. 무예숭상까지는 아니더라도 3번정도에는 할당되어야 하지 싶은데 천시 당하는 듯. 7번 재봉사는 요즘으로 치면 앙드레김이나 칼라거펠트 같은 의상 디자이너, 혹은 패션 디자이너인데 중세에는 중간 계층이었나 보다.

8 석공, 9 요리사, 10 양치기, 11 광부, 12 농노

빨리 털어버리고 싶은 카드들. 특히 10,11,12

마지막 하위 계층이다. 달무티 하다가 이 계층의 카드만 손에 가득하면 그냥 가슴이 답답한 그런 숫자들. 사실 달무티에서 숫자별로 그룹이 나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낮은 숫자의 카드를 가진 사람이 우선 순위를 가지고 플레이 할 뿐인데, 그래도 이 정도 숫자쯤 되면 환영받는 계급은 아니다. 8번 석공, 9번 요리사, 10번 양치기,  11번 광부, 12번 농노. 8번 석공은 요즘으로 치면 건축업계 종사자 내지는 조각 예술가쯤 되지 싶다. 그러고 보니 목수가 없네. 9번 요리사는 요식업의 발달로 요즘 핫한 직업인데 백종원이나 고든램지 같은 유명 쉐프. 10번 양치기는 축산업계 종사자, 11번은 광부는 광업 종사자, 12번은 농부&노비인데 조선시대에도 ‘사농공상’이라 하여 농부가 그렇게 랭크(Rank)가 나쁘지 않았는데 중세 달무티에서는 제일 낮은 티어(tier)다. 농업,광업,축산업,요식업,건축업 다 요즘은 중요한 산업들. 그러고 보니 하는 일 없을수록 달무티에서 계급이 높은 경향이 있다. 하위계층 노예들은 좀처럼 신분상승하기 어려운 게임구조도 그렇고 어찌보면 금수저&흙수저 게임 같기도 하다.

어릿광대

조커의 모습. 그러고 보니 달무티가 약간 타로 카드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동안 조커(Joker)라고 불러왔던 숫자없는 카드의 이름은 어릿광대. 지금으로 치면 연예인이다. 카드 한장만으로는 가장 낮은 13이지만 사실 한번도 그렇게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중요도로 치면 3이나 4정도 되는 느낌이다.

아무튼 막상 사놓고 보니 아직 한글판이 어색하고 적응이 안된다. 마치 스타크래프트2가 처음 한글판으로 나왔을 때 질럿(Zealot)이 광전사 라는 사실을 안 기분이랄까. 하지만 나름 공을 들인것은 느껴진다. 특히 글꼴(폰트) 선택은 탁월하다. 그 무심한 굴림체 네이버 샤넬 광고라든가 혹은 폰트만 보면 윈도우95용인줄 알았던 GTA5 한글판 같은 게임의 글꼴을 생각하면 달무티 한글화는 분명 디자이너의 고뇌와 숨결이 숨어있다. 일명 고급진 글꼴.

그리고 1만2천원 넘게 주고 샀는데 재질이 그냥 종이 재질이다. 몇번 게임하다 보면 땀에 젖고 때가 묻고 지저분해 질 것 같다. 바이시클 카드도 그렇더니 외국애들 종이재질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이거 술먹고 게임하다 맥주한번 쏟으면 그냥 끝장날 듯(이라고 썼지만 이미 끝장난 것을 여러번 목격했다). 구입할 때 옵션에 추가금 주고 코팅된 것을 살 수 있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안했더니 이제와서 후회가 된다. 막상 내 카드가 되니 이런 것들이 신경 쓰이는구나. 이것이 소유자의 고뇌인가. 플라스틱으로 된 두툼한 한국의 화투는 얼마나 튼튼하고 건실한지 30년이 지나도 그대로 쓰는데, 무려 서기 2016년에 사은품도 아닌 돈주고 산 정품 보드게임에 종이 카드라니 정말 아쉽다. 몇천원 더 주고서라도 플라스틱 버전이 정식으로 나온다면 그것을 사고 싶다.

투명한 비닐 재질의 봉투가 바닥에 널려있다

카드 프로텍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카드 프로텍터를 추가로 사서 입혔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그냥 파리바게트 빵봉투 재질인 OPP필름이다. 뭔가 미봉책 같지만 그래도 위급한 상황은 모면할 수 있을 것 같다. 카드 보강재도 같이 샀는데 그냥 검은색 두꺼운 마분지다. 끼워보니 시각적으로 별로다. 시간나면 투명 PET필름 사서 직접 재단해서 카드프로텍터에 넣어야 겠다. 아, 처음부터 코팅할껄 사서 고생하는구나.

아무튼 달무티 한국어판 솔직한 리뷰는 여기까지. 사실 ‘한글판 클루(Clue)’라는 보드게임도 샀는데 이 게임은 재질이 더 허약하다. 무슨 1회용도 아니고… 게다가 카드만 있는게 아니라 게임판도 있는데 부루마블 말판이랑 비슷하다. 다음부터는 루미큐브처럼 튼튼한 재질의 보드게임만 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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