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tana’s Kitchen에서 나와서 세븐일레점 편의점에서 맥주를 산 후 강가로 걸었다.
걷다보니 관광지 같은 곳이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타페문(ประตูท่าแพ)이라는 곳이었다. ‘타페게이트(Tha Pae Gate)’라는 표현이 더 널리 쓰이는 것 같다. 아무튼 딱 봐도 오래된 유적지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수많은 관광객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문 너머에는 특별한 유적지가 있지는 않았고 버거킹을 비롯한 평범한 건물들이 있다. 근처에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이 몰려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이 시내중심가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아무튼 이 곳이 넓은 광장도 있고 앉기 좋은 의자도 있고 맥주 한캔 하기 딱 좋아 보였는데 인간적으로 비둘기가 너무 많았다. 생긴 것도 대한민국 길바닥을 걸어다니는 비둘기와 똑같이 생겼다. 그리고 이 곳 비둘기들 역시 날아다니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모이를 줄 때에만 푸드득 하며 나는 척을 한다.
비둘기가 유해동물로 지정된 한국과 달리 이곳의 관광객들은 비둘기를 앵무새나 팅커벨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모이를 주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손위나 어깨에 올려놓고 쓰다듬기 까지 하였다. 그리고 기념촬영을 한다. 아마 비둘기를 처음 보는 사람들 인지도 모른다.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안내문도 있었지만 동물에 대한 그들의 강렬한 사랑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나는 비록 비둘기와 나쁜 사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예전에 이말년의 비둘기지옥이라는 웹툰을 본 뒤로는 항상 비둘기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서 비둘기를 피해서 광장 구석에 숨어서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혹시라도 비둘기 배설물이 맥주 캔 안에라도 들어가면 평생 원망할지도 모른다.
바로 옆에는 강이 보였다. 지도를 보면 정사각형 모양인데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인공적으로 건설한 것 것 같았다. 아마도 서울의 청계천 같은 존재랄까.
비록 물이 깨끗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악취가 나지도 않았다. 물 속에는 나름 대형 금붕어 같은 물고기도 살고 있었다.
중간에 분수가 가동되었는데 분수를 바라보니 시원한 기분이 들었지만 주위에 차가 워낙 많이 다녀서 조용히 맥주 마시기에는 좋지 않았다.
그래서 두 캔만 마시고 바로 숙소인 Stay with Jame 호스텔로 돌아와 마저 마셨다. 숙소에 에어컨이 없어서 그렇지 조용히 술먹기에는 운치도 있고 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