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태국 국왕의 장례식이라 주류판매가 금지되어서 금주를 하다 보니 오늘은 낮술이 생각났다.
그래서 씨티은행에서 무사히 현금인출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5분을 남겨놓고 아슬하게 맥주를 산 다음 강가에서 똠양꿍(정확히는 똠양믹스)한그릇과 맥주 두캔을 먹었다.
그렇게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마침 다리 밑에 낮술하기 좋은 장소를 발견했다. 아까 올 때 그곳에서 여러명의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피크닉 같았다랄까. 물론 그러기에는 좀 지저분했지만 말이다.
약간 중랑천 월릉교 같은 느낌도 났다. 아까 식사하던 사람들은 사라졌고 대신 근처에 노숙자들이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고가도로라서 차들이 끊임없이 지나갔지만 그들에게는 이미 백색소음이었다.
도로 위의 버스들은 친환경 자동차가 아닌지 시커먼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마치 부산의 80년대 풍경 같았다.
아무튼 나는 그 다리 밑에서 낮술을 마셨다. 현지시각 2017년 10월 27일 오후 2시 45분. 나른한 오후3시가 다가오는 시점이었다. 뭔가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도 들고 공간여행을 하는 기분도 들고 묘한 느낌이 들었다. 시공 초월이 바로 이런 것이다.
게다가 아무도 안 지나갈 것 같은 이 다리 밑에도 무수한 사람들이 지나갔다.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위를 그냥 무단횡단 하는 사람들이다. 태국은 도로에 신호등 자체도 잘 없지만 설령 있더라도 그냥 다들 무시하는 분위기다. 차들이 질주하는 8차선 도로도 그냥 서로 적당히 눈치껏 건너야 한다.
맥주 한캔만 먹고 후딱 코인 세탁기로 가서 옷 꺼내려 했는데 이렇게 글이나 쓰고 있다. 치앙마이 님만해민 혼술 장소와는 완전히 다른 곳이지만 은근 여기 중독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