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달 동안 치앙마이 시내에서 무려 10%가 넘는 수수료를 주고 현금인출을 하였다. 그것도 여러번씩이나… 언제나 ATM 앞에 설 때마다 눈가에 습기가 가득하였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방콕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방콕에는 바로 씨티은행이 있다. 시티은행의 위력은 이미 일본 도쿄에서 충분히 느낀 상태였다. 그래서 방콕에 도착한 저녁부터 곧바로 시티은행 ATM기를 찾아 돌아다녔다.
구글 검색을 해보니 마침 숙소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시티은행이 있었다. 시티은행 지점이 있는 것인지 시티은행 ATM기기만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일단 느긋한 마음으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어차피 할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방콕에 도착한 날(2017년 10월 26일)은 태국 푸미폰 국왕의 장례식(화장식/다비식)이 있는 날이어서 방콕 시내 중심가에는 온통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들로 가득하였다. 특히 시티은행 ATM기기가 위치한 센트럴월드(Central World) 앞에는 서거한 국왕의 명복을 비는 태국인들이 엄청나게 줄을 서 있었다.
그래서 여러 단계의 보안 수색을 거친 후에야 센트럴 월드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건물 자체가 매우 크다 보니까 씨티은행이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서 안내데스크에 가서 위치를 물어보니 4층으로 가라고 하였다.
4층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은행들이 밀집한 곳이 있었다. 안내 표지판에는 CitiBank가 없었지만 일단 가보기로 했다.
다행이도 은행 밀집 골목의 마지막 끝 부분에서 시티은행을 찾을 수 있었다. ATM기기만 있는 것이 아닌 은행 지점이었고 늦은 시간이라 영업은 종료된 상태였다. 아무튼 ATM기에 다가가 현금인출을 하려 하였다. 다행이도 한국어 메뉴도 있었다.
하지만 여러번의 계좌인출 시도를 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인출에 실패했다. 국왕 장례식이라 주류판매도 금지 하고 편의점도 단축 영업하는 등 태국 전체가 공휴일 같은 느낌이라 그렇겠거니라고 생각하며 일단 오늘은 철수하기로 했다.
숙소에 돌아와 보니 이메일이 한통 와 있었다. 신용카드의 도난/분실 및 위/변조 등의 부정사용을 막기 위해 카드이용이 제한되었으니 해외연락처를 포함해서 이메일로 답변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내가 해외사용 제한을 했을리는 없었을 테고 어떤 이유에서인지 디폴트 값으로 제한이 설정 된 것 같았다. 아무튼 그래서 사용제한을 해제해 달라는 메일을 작성했고 잠시후 처리되었다는 답변이 왔다.
다음날 느긋한 마음으로 다시 센트럴 월드로 갔다. 어제와는 달리 대체로 한산했으며 보안수색도 없었다.
그리고 시티은행 ATM기기가 있는 쪽으로 가서 인출을 시도했다.
해외에서 현금인출을 할 때 Credit, Checking, Savings 메뉴가 나타나면 언제나 5초간 고민을 하곤 한다.
아무튼 어제와는 달리 아무 문제없이 현금인출에 성공했다. 3000바트를 인출하니 한국계좌에서 104355원이 인출되었다. 고로 34.78원 정도의 환율인 셈이다.
즉 2% 가량의 수수료가 붙은 셈인데, 시티은행은 1회 인출시에 1달러 수수료를 내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므로 10만원보다 더 큰 금액을 인출할 경우 수수료 비율은 더 낮아질 수 있다.
현재 태국 바트화 환율은 매매기준율 33.95원, 즉 3000바트의 경우 101850원이므로 인출된 금액과는 총 2505원이 차이난다. 시티은행 현금인출 수수료 1달러 1131원을 제외하면 1374원의 오차가 생긴다. 아마 매매기준율이 아닌 송금 기준의 환율이 적용된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중간에 다른 비용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치앙마이에서 3천바트(10만원가량) 인출하는데 1만원 넘게 수수료를 떼자니 미치고 폴짝 뛰는 줄 알았는데, 이제 다시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되었다. 시티은행 ATM기기가 전세계 도시에 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