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완나품(Suvarnabhumi) 공항에서 노닥거리다 이제 슬슬 숙소를 찾아 방콕 시내로 움직이기로 했다. 시내로 가는 방법이 매우 한정된 치앙마이 공항과는 달리 방콕은 택시, 버스, 공항철도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어서 좋았다.
공항에서 노닥거릴 때 얼핏 60바트짜리 리무진 버스 광고를 본 것 같은데 그냥 방콕 지하철 한번 타보고 싶어서 공항철도를 이용하기로 했다. 몇달 전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에서 3천엔이나 주고 공항철도를 탔던 기억은 이미 희미해져 버렸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수완나품 공항 지하에서 곧바로 공항철도로 연결되어 있었는데, 표를 사려고 이리저리 알아보고 있는데 개찰구 앞에서 어떤 사람이 검은색 카지노 칩 같은 것을 나눠 주는 것이었다. 이건 또 무슨 광고인가 싶어서 호기심에 받아봤는데 딱히 용도를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잠시후 나는 온몸으로 이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 무려 공짜 열차표였던 것이다. 푸미폰 태국 국왕의 장례식이라서 열차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었다.
이런 것을 전문용어로 개이득이라고 한다. 득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흥분된 마음을 잠시 가라앉힌 뒤 개찰구에 검은색 동전 같이 생긴 표를 갖다대고 들어갔다.
방콕 공항 철도가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역 안의 모습은 마치 인천공항의 공항철도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차하는 역 갯수는 많지 않았지만 각 역 사이의 시간은 꽤 긴 편이었다.
조금 달리다 보니 지상으로 올라가며 바깥의 풍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저 멀리 방콕 시내가 보였다. 치앙마이에서만 한달 살다보니 방콕같은 태국의 대도시는 처음이었는데, 전세계 여느 대도시만큼 크게 번화한 모습이었다.
한달 동안 작고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가득한 거리만 걷다가 이제 마천루로 가득한 방콕에 오니 시골사람이 서울에 상경한 느낌이 들었다. 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높은 빌딩도 많고… 그러니까 와우(WoW) 얼라이언스 드루이드로 플레이 하다가 처음 텔드랏실에 도착했을 때의 느낌 같았다는 말이다.
아무튼 30분 만에 목적지인 Ratchaprarop 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무사히 방콕 시내의 숙소에 도착했다. 그것도 돈 한푼 안들이고 말이다. 방콕 여행은 시작부터가 핵꿀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