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총각파티 기념으로 토요일 아침 6시반에 서울을 출발하여 강원랜드로 달렸다.
일찍 도착해서 아침식사 적당히 하고, 10시에 강원랜드 문 여는 시간에 맞춰 왔는데…
이럴수가! 이미 우리 앞에 3000명 정도가 줄 서 있었다. 사람 없을 때 좀 쾌적하게 슬롯머신도 땡기고 다이사이도 하려고 했는데, 이건 거의 어린이날 놀이공원 수준이었다. 강원랜드 주식을 사면 절대로 안망하겠구나라는 생각이 팍팍 들 정도.
그래도 생각보다는 줄이 빨리 줄어들었다. 30분 정도? 그런데 입장료가 그새 또 올라서 무려 9000원이었다. 이 돈이면 롯데월드도 갈 수 있겠다. 카지노 입장료 있는 나라는 한국 뿐이라던 지인의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카드결제도 안된다.
들어가자마자 커피랑 각종 음료수부터 마셨다. 전날의 음주로 숙취도 있어서 목이 더욱 말랐다. 토마토주스에 이어 이제는 헛개차도 추가되었다. 예식장 뷔페를 능가하는 다양한 음료수가 공짜로 제공되는 것이 강원랜드 카지노의 최대 매력인 것 같다. 다음번에는 키위주스랑 망고주스 기대해 본다. 그러면 정말 9천원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
강원랜드에 오면 높은 천정과 화려한 인테리어, 번쩍거리는 불빛, 슬롯머신 돌아가는 소리가 합쳐져서 특유의 도박장 분위기가 난다. 라스베가스에는 못가봤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모습과 실제로도 비슷하다. 그리고 거의 언제나 사람이 많아서 자리 차지하기가 힘들다. 진짜 어른들의 놀이공원인듯.
이번 강원랜드 방문에서 느낀 것은 점점 많은 부분들이 자동화되어 간다는 것이었다. 예전에는 다이사이(Daisai)랑 룰렛 같은 경우, 카지노 딜러가 수작업으로 게임을 진행하고, 우승자에게 직접 칩을 나눠주었다. 그 과정에서 한 게임을 진행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전자 다이사이&룰렛 기계가 도입되어서 모든 것이 자동화되어 있다. 앞에 무대 중앙에 주사위 돌리는 기계와 딜러가 서있고, 참가자들은 컴퓨터 단말기 앞에 앉아 돈을 넣고 터치스크린으로 베팅만 하면 된다. 고로 게임 진행 속도가 몇배나 빨라졌다. 무표정하고 엄격하게 행동하는 딜러를 보는 것도 나름 카지노 관광의 신기한 장면이었는데(일반 상점에서 친절한 직원들만 보다가, 강원랜드에서 군대조교같은 딜러들을 보면 뭔가 다른 세상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그냥 주식HTS를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뉴욕 증권거래소가 전산화된 이후로 예전의 치열한 전쟁터같은 모습은 사라지고 조용해졌다는데, 카지노도 그렇게 되어 가는 것 같다. 물론 블랙잭이나 바카라 등 아직 딜러가 직접 게임을 진행하는 테이블도 꽤 있다. 카드 게임과 슬롯머신은 꽤 인기 있는 종목인지 옆 건물로까지 영업장이 확장되어 있었다.
게다가 환전의 경우에도 칩에서 티켓으로 바뀌는 추세다. 칩 한가득 손에 쥐는 손맛은 없어졌지만 편리하기는 확실히 편리하다. 예전에는 인간이 해야 할 일이 많았는데, 이제 카지노딜러도 기계한테 일자리를 내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강원랜드에 오면 주로 다이사이나 룰렛,빅휠등을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이사이만 주로 했다. 같이 간 친구들은 슬롯머신을 주로 하면서 크게 벌던데 나는 슬롯머신은 체질이 아닌지 한번 했다가 잃었다.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사람이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어서 좀 시큰둥하다. 역시 사람마다 취향에 맞는 도박이 있는 것 같다.
결과적으로 다이사이에서 3만원 번 것을 호기심으로 슬롯머신에 넣었다가 만원 날렸다. 고로 2만원이익. 차 기름값만 벌었다. 잃어도 크게 부담되지 않고, 따면 기분좋은 금액이 최적의 카지노 금액인 것 같다. 나의 경우는 10만원.
강원랜드는 1년에 한번 정도 겨울 평일에 와서 낮에는 하이원 스키장에서 스노보드 좀 타고, 저녁에는 카지노 갔다가, 밤에는 숙소에서 한잔하면 딱 아름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