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는 일기장이 될 수 있을까?

서랍속에는 20년전의 일기장이 있지만,지금 쓰고 있는 글들은 20년후에 어떻게 될까?

내방에는 20년전에 썼던 그림일기가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1986년 1월 29일의 일기.챌린저호 폭발 관련(Challenger Explosion)

▲1986년 1월 29일자 일기.챌린저호 폭발에 대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의미없이 흘러가서 영원히 잊혀지게 될지도 모를 오늘이지만, 이렇게 기록으로 남김으로써,특별한 의미가 부여된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일상들이 10년후에는 전혀 당연하지 않게 될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나의 흔적을 남겨보기 위해 끊임없이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다. 조그마한 수첩에서부터 다이어리,플랭클린 다이어리,글(아래아한글),제로보드 등등… 사실 다이어리를 꾸미는 것은 매우 재밌는 일이었다.(소녀적 취향이라는 비판을 받을수도 있겠지만…)

플랭클린 다이어리(Franklin Planner)

▲분량의 압박,자료소실 우려,내용의 보안,검색의 어려움 때문에 지금은 모든 자료를 PDA&아웃룩으로 처리하지만, 여전히 추억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는 플랭클린 다이어리. 일반 다이어리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속지를 넣을 수 있으며,튼튼하고,속지의 구성또한 독특하고 알차다.

 

그리고 지금은 블로그라는 비교적 새로운 매체에다가 나의 일기장으로서의 가능성을 시험중이다.
사실 컴퓨터로 무엇인가 흔적을 남겨보기 위한 시도는 꽤 오래되었다. 지금 내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에는 XT컴퓨터에서 쓰였던 1980년대에 생성된 파일도 존재할 만큼,오래된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이 바닥이 워낙 변화가 무쌍하다 보니,컴퓨터로 무엇인가 기록해둔다 하더라도,그 파일의 보존에 대해 확신을 못한다는 거다.

1980년대에 썼던 일기는 펼치면 언제라도 읽을 수 있지만, 1990년대에 열심히 모아두었던 ROL,IMS파일들은 지금 사실상 가치가 없다.

온라인은 더 심하다.
하이텔,나우누리 등에서 열심히 글도 남기고 했지만,PC통신의 몰락과 함께 나의 글들은 흔적도 없이 증발해버렸으며 네띠앙을 비롯한 여러곳에다가 html까지 배워가며 홈페이지를 만들어 두었는데,닷컴기업의 몰락과 함께 유료화되는가 싶더니 결국 삭제되거나 사라져 버렸다.

다리밑에다가 ‘철수 ♥영희,우리사랑 영원히..1974年6月6日'< -이런식으로 하트모양까지 그려가며 낙서해도,수십년동안 그대로 보존되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제는 손자가 있을법한 연세이신 분들의 젊은날의 불장난이셨던 듯하다.자신들의 수십년전 낙서가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정성들여 쓴 웹페이지를 불과 몇년 되지 않았는데도,다시 추억할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이다.

어쨌든,그런 이후로 나는 내 하드에 들어있지 않은 모든 자료는 신뢰할수 없게 되었으며, 결국 현재와 같이 개인서버에 설치형블로그를 깔아서 쓰는 방식을 고집하게 되었고, 이메일 역시 하드에 저장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프리챌처럼 어느날 유료화선언을 해서 쫓겨날 일도 없고,한동안 접속하지 않았다 하여 휴면아이디로 변하거나 내용이 삭제되는 일이 없기에 나는 만족하고 있다. 물론 속도는 느리지만…

그런데 이 블로그라는 것도 수명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HTML로 만드는 홈페이지에서,PHP를 이용한 제로보드,그리고 현재의 블로그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다양한 변화가 있었듯,앞으로도 변화무쌍하리라 본다. 게다가 차세대 인터넷이라 불리는 WEB2.0은 아직 무슨말인지 감이 안오는 상태.

10년 후에도 블로그라는 것이 쓰이게 될지 모르겠지만, 패러다임이 바뀌고,과도기가 되면,자료변환을 하던가 해서 그에 적응 하는 수 밖에 없다. LP를 CD로 변환하고,조선왕조실록을 전산화 하듯이 시대에 발맞추는 수고가 필요한 법.

일기장으로서의 블로그…일단 해보는거다!!

오늘은 2006년 4월 29일 토요일이고, 십년후인 2016년 4월 29일 금요일 저녁에 이와 관련된 글을 다시 쓸 예정이다. 글 제목은 ‘블로그 지난 10년간 돌아보기‘ 정도? (단,그때까지 블로그라는 것이 존재해야 할텐데…)

10년후에 다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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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요약
2006/04/29(토) 현재 블로그가 과연 일기장을 대체할 수 있는지 시험중이며, 2016/04/29(금) 에 그 결과 포스팅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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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thoughts on “블로그는 일기장이 될 수 있을까?

  1. 불길한달

    안녕하세요. 다이어리 태그타고 왔어요. 저도 느끼는게 초등학생때 일기나 고등학생때
    쓰던 다이어리를 보면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서 정말 좋은데
    요 몇년간 컴터와 pda를 이용해서 일정을 관리하고 일기를 쓰곤 했는데
    날릴까봐 두려워요. 하드에 저장시켜놓는 pop방식으로 이멜을 쓰다가
    깜빡해서 백업안해놔서 5년간의 모든 이멜을 날렸을 때는 정말 허탈했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저는 역시 종이로 돌아가고자 해요. 이멜같은 경우는 할 수 없겠지만
    pda로 일기나 일정은 날리면 정말..OTL
    다이어리도 물론 잃어버릴 염려가 크긴하지만 나중에 기억을 되살려보기엔 종이가 더 좋다고
    생각되네요. 그래서 올해 말쯤에 새 다이어리를 사기로 생각중이에요. 그때까지는 수첩하나
    사서 쓰려고 생각하고요. pda는 팔지는 않겠지만..
    블로그도 시작한지는 얼마 안됐는데 주인장님께서 고민한 것처럼 블로그에 적어놓은 기록들이
    남아있으려나 걱정이 됩니다. 날잡아서 프린트해서 철해놓으면 괜찮으려나요?
    들렸다가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셨길래 글을 남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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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이승에서의추억

    POP3로 5년간 저장된 이메일을 날리셨다니,충격이 크셨겠군요.
    저도 지금 PDA로 모든 정보들을 기록해 놓은 상태라 이거 날라가면 모든 활동이 정지되는 상태입니다.
    아웃룩 데이터 말고도 디카로 찍은 사진파일,엑셀파일,심지어 은행 보안카드까지 모두 하드에 담아둔 상태라,
    만약 잃어버리면 인생이 10년 퇴보하는 대형 사건이 될 듯 합니다.
    그래서,하드디스크 고장에 대비해서 RAID1도 구축하고,해킹이나 실수에 의해 지워질때를 대비해서 매일 새벽 자동백업 시스템(CRON)도 갖추고,
    자연재해에 대비해서 주기적으로 다른 먼곳에도 복사해놓고(SAN),종종 DVD-RW에다가 구워놓기도 하지만,
    이 디지털 자료라는 것이 손에 잡히지 않는 뜬구름 같은 존재라서,언제나 증발에 대한 두려움 같은게 있더군요.
    가끔씩 신문에서 몇년간 연구한 학위논문이나 연구자료등을 하드디스크 고장,분실,도난등으로 통째로 날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정말 가슴이 아프죠.
    종이에다가 일기를 써 놓으면 한 천년쯤 후에 후손들이 발굴할 수도 있겠지만,컴퓨터에 기록해 놓은 하드는 녹슨 고철덩어리가 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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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visitor

    안녕하세요! 석연치 않은(?) 경로를 통해 이곳에 이르게 되었습니다만, 덕분에 좋은 글들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기록에 대한 상당한 애착을 가지고 계신 분 같군요! 1986년에 국1이라면 저와 거의 동세대시구요. 챌린저 폭발사고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네요. 여교사이자 최초의 민간인 탑승자가 사망해서
    더욱 슬픔이 컸던 것 같아요.
    저는 1991년부터 “자발적”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 때서야 초등학교때 일기를 찾아서 모으려 해도 이미 다 없어져 버려서 낙담했던 기억이 납니다. 역시 종이에 한글로 쓴 일기는 보안문제도 있고 해서 1993년부터는 일기에만 쓰는 비밀문자를 개발해서 한글하고 섞어쓰다가 1997년이후에는 그 문자만으로 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보안문제는 아무 걱정이 없는 상태죠. 이후에 현재까지 계속 일기장은 그런 식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컴퓨터하고 인터넷이 워낙 일상화되고 편리하니까, 일기장전용 프로그램이나, 블로그같은 것으로 대체하려고 몇 번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만, 모두 실패했죠. (첫번째는 제가 예전에 심한 컴맹이었다는 것과 두번째는 기존의 방식에 워낙 익숙해 져서) 다만, 확실히 일기를 자료로 사용할 경우에는 검색이 불편한 점때문에 그날의 주요사건을 요약한 내용은 엑셀을 사용해서 별도로
    리스트로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어쨌든 온라인은 아니군요) 대충 양자를 절충한 셈인데, 컴퓨터를 이용하는 쪽은 말씀하신대로 계속 새로운게 나오다보니까 자꾸 옮기고 싶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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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승에서의추억

    반갑습니다. 엑셀로 관리하실 정도면 상당한 정성이시군요.
    1991년이면 15년전인데,끊임없이 계속 써오셨다니 정말 대단하신 분이라는 생각이드네요.

    제 생각에는 컴퓨터로 기록하시는 것보다는,
    이제까지 계속 해오셨던 방식이 있으시니 그 방식이 더 좋을 것 같네요. 비밀문자라니,웬지 신비한 느낌도 들고요.^^.
    대신에 틈틈히 스캔해서 컴퓨터에 저장해 놓으면 금상첨화일듯 합니다.필체도 남으니 오히려 더 좋을 듯.

    저야 이것저것 다양한 기술들을 실험해 보고 있지만,
    사실 일반적인 입장에서는 개인의 디지털 자료의 보존이라는 것이 아직까지 신뢰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열심히 디카로 찍었두었더니 하드가 고장난다거나,정성들여 개인홈피에 글을 썼더니 인터넷회사가 망한다거나 할수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일기나라와 네띠앙이 그랬죠.

    지금 건립중인 국립디지털도서관(오아시스프로젝트)은 공공기관의 홈페이지 뿐만 아니라,개인 블로그도 영구보존을 위해 수집할 계획이라고 하던데,디지털 기록을 보존해 두려는 국가차원의 시도라서 기대가 됩니다.
    블로그를 일기장으로 쓰는 저로서는 좀 이상할것 같기도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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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박해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새삼 예전 기억이 떠올라 IMS파일로 들었던 옛노래들이 생각나서 검색하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혹시 IMS파일들을 아직 보존중이시라면 같이 들을수 있을까요. 아니면 옛자료들을 뒤져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소개라도 부탁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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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이승에서의추억

    안녕하세요. 옛자료가 보존중이긴 한데,5.25인치 플로피디스켓에 담겨 있더군요.
    안에 있는 데이타를 꺼낼 방법이 막연하네요.

    그때 하드디스크가 너무 비싸서 웬만한건 플로피,그것도 5.25인치짜리에다가 담아두었는데,
    불과 십수년만에 무용지물이 될 줄이야…

    커다란 박스에 플로피디스크 수백장을 담아 놓았는데 이거 다 합쳐도 1기가바이트가 안된다는 사실에 갑자기 허무해 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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