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에는 집에서 홀로 술을 마신다. 오늘 처음 끓여본 알탕과 함께.

장마철이다. 밖에는 비가 세차게 내린다. 이런 날에는 따뜻한 국물 안주에 소주 한잔이 생각나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마침 얼마전에 G마켓에서 명란젓 파치(내용물이 약간 터진 것)를 싸게 팔길래(1kg에 만원) 왕창 사둔 것도 있고 해서 오늘 밤 메뉴는 알탕으로 정한다.

검색해서 알탕 레시피들을 훑어보니 정말 다양한 레시피들이 있다. 내가 가진 것은 다진마늘이나 대파 같은 정말 기본적인 재료들 밖에 없기에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과 가장 잘 매치되는 걸로 하나 고른다. 심지어 농촌진흥청에서 제공하는 레시피! (알탕 레시피 링크는 여기) 하지만 그래도 콩나물과 미나리가 필요한데 그냥 깔끔하게 패스한다. 없는 것은 안넣는다. 알탕 하나 끓이겠다고 이 야밤에 빗속을 뚫고 미나리랑 콩나물을 살 수는 없다. 어쩔 수 없다. 해보고 맛없으면 그냥 버리는 거다.

어쨌든 대충 고추장과 고추가루와 간장과 다진마늘을 섞어서 양념을 만들고, 멸치 끓여서 멸치 육수 만들고, 냉동실에 썰어놓은 고추와 무랑 대파를 준비해서 알탕을 끓이기 시작한다. 알탕은 생전 처음 끓여보는 것이라 완전 설렌다.

어느새 동태알이 하얗게 변하고 뭔가 비주얼이 나오기 시작한다. 신나는 마음에 레시피대로 양념 넣고 고추도 넣는다. 하지만 살짝 간을 보니 물이 좀 많은 것 같아서 사리를 좀 더 넣는다. 냉동실에 있던 어묵 한봉지랑 떡국용 떡 투입.

그래도 물이 많아서 그냥 약불로 계속 끓인채로 놔둔다. 원래 술집에서 3차로 알탕 먹을때 다들 술에 취해서 안주에 신경쓰지 못하고 그냥 약불로 멍때리다가 완전 쫄때까지 끓이게 되는 법이니까. 그래서 그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한다.

가스 냄비에 끓고 있는 어묵과 알탕의 모습.

어묵탕 혹은 알탕의 모습. 끓어 넘칠 것 같다.

아무튼 만들고 보니 알탕이 아니라 어묵탕에 동태알이 첨부된 느낌이다. 뭐, 상관없다. 어차피 나 혼자 먹을 거니까. 그리고 처음치고는 꽤 먹을만 하다. 알이 오돌토돌 씹히는 이 맛 핵꿀잼이다. 참, 고니는 뺐다. 식감도 별로고 굳이 돈주고 별도로 사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튼 총 재료비는 2500원쯤 든 것 같다.

이렇게 비오는 날에는 음악이 빠질 수 없다. 스마트폰 SD카드에 저장해놓은 것 대충 뒤져서 조용한 걸로 고른다. 마침 리사 오노(Lisa Ono) 9집 Essencia가 눈에 띄어서 그걸로 선택. 비오는 날의 브라질 음악과 일본 느낌의 퓨젼, 나쁘지 않다.

테이블 위에 술병 2개가 놓여 있다. 하나는 화랑, 다른 하나는 설중매.

처음 먹어보는 술 화랑. 뒷면 라벨을 보니 경주 법주라고 한다.

술은 화랑 이라고 13도짜리(13%) 술이다. 백세주 같은 느낌인데 살짝 더 단 것 같다.

아무튼 부드러운 빗소리와 감미로운 음악과 따뜻한 국물과 달콤한 술이 하는 이 밤. 캬~ 역시 인생은 아름답다. 그리고 이 글은 취중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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