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이나 여고생이나 – 나이에 관한 고찰

29살인 나는,여고생의 시각에서 보면 이미 아저씨다.
나 역시 여중생과 여고생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냥 다 뭉뚱그려서 교복입은 청소년들로밖에 안보인다.

85세인 할머니는 나를 그냥 젊은이쯤으로만 생각한다.
한 스무살쯤 될 것으로 생각하신다.내 생각에는 29살과 20살은 큰차이가 있다고 여겨지는데 말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우연히 할머니와 대화를 하다 86세 라고 잘못 말해서 할머니께서 역성을 내신적이 있다.
아직 85세밖에 안되었는데 왜 86세로 나이를 늘였느냐는 것이다.
사실 그것도 1922년이라는 생년을 내가 알고 있었고,단지 계산도중 착오가 생겼던 것뿐이다.
솔직히 내 시각에는 여든이나 여든다섯이나 큰 차이는 없을 듯 싶은데 말이다.

나이에 있어서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판단한다.
지금은 중고등학생이 한참 어려 보이지만,
그 시절의 나의 모습을 돌이켜 보면
스스로 철들고 성숙하다고 여겼을 뿐만 아니라,이 세상 알만한 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또한 언제나 어린이 취급하는 어른들이 못마땅했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 요즘의 초중고교생들에게 물어봐도,나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30년 후(2036년)의 청소년들에게 물어봐도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스무살까지만 살고 싶어요’라던 책의 제목이 진지하게 이해되던 시절이 있었다.
십대에게 있어서 스무살이라는 것은 인생의 아름답고 화려한 종착지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25살? 이미 인생의 좋은 시절은 끝나서 도대체 그 나이에는 인생을 무슨 낙으로 살까 걱정스러웠다.
그때는 진짜 그렇게 생각했었다.

85년생(22살 대학생)에게 있어서는
80년생(27살 복학생)이 팍삭 늙은 노땅으로 보일 것이며,
90년생(17살 고1)은 머리에 피도 안마른 어린이로 보일 것이다.

90년생(17살 고1)에게 있어서는
85년생(22살 대학생)이 까마득한 어른으로 보일 것이고,
95년생(12살 초5)은 말 그대로 개념없는 초딩으로 보일 것이다.

도식화 해보면 아래와 같다.

출생년도별 나이 그래프 (BirthYear&Age Chart by OpenOffice Calc)
[▲오픈오피스로 시험삼아 그려본 차트.엑셀의 그래프에 견줄만큼 충분히 정교한 성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
나이는 계단과 같은 것이다.
계단이 시작되는 곳은 태어나는 순간이고,계단이 끝나는 곳은 죽는 순간이며,
높고 낮음은 오직 상대적인 의미만 있을 뿐이고,단지 자신의 위치에서 멀면 멀수록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것 뿐이다.

마찬가지로,어리다느니 늙었다느니 이런 말들도 매우 상대적이다.
7살짜리 어린아이도,4살짜리 동생에게는 어른스러운 누나가 될수도 있고,
23살짜리도 자신이 늙었느니 이런 소리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지하철 노약자석에 앉은 70대 노인이 60대 노인에게 어린놈이 버릇없다고 말하는 장면도 종종 볼수 있다.

 

흔히 하는 말 중의 하나가 요즘도 그렇냐는 말옛날에도 그랬냐는 말
이것은 자신이 속한 세대가 뭔가 남다르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세대에서만 그럴 줄 알았는데,알고보니 우리 윗세대로 그랬고,또한 우리 아랫세대에도 여전히 그렇다는 것.

수천년째 요즘애들이 버릇없다는 말과 비슷한 의미이다.
이 세상 말세라며 수천년동안 이야기했는데도,아직 한번도 끝난적이 없었던 이세상처럼…

 

나는 어릴적에 정말 서른살쯤 되면 천하를 호령하고도 남을 줄 알았다.
왜냐하면 역사책 속의 수많은 위인들이 그랬기 때문이다.
조조니 유비니 하는 삼국지의 여러 장수들은 30세 이전에 이미 중원대륙을 평정하였으며,
저멀리 서양의 알렉산더대왕이라는 사람 역시 그 나이에 수없는 원정을 통해 광활한 영토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하기도 하였다.

 

나는 이 나이를 처먹도록 도대체 무얼 했을까?
한때는 그런식으로 자학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19세에 대학교수가 된 수학자 라그랑주(Joseph Louis Lagrange)이든,78세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할머니 화가인 그랜드마모세(Grandma Moses)이든
결국 그것은 그 사람의 인생일 뿐이다.
내 인생을 그들과 비교할 이유는 없다.

역사책이든 위인전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만화든 간에,사람의 현실감각을 떨어뜨린 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유사하다.
무슨 서른살에 중원대륙이고 나발인가? 어이가 상실이고,개념관광이 안드로메다다.
나에게 문제가 있다면,현실은 현실일 뿐이라는 사실을 일찍 개념탑재하지 못한 것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여하튼,사람사는건 예나 지금이나 대체로 별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태어나고,먹고,자고,기뻐하고,슬퍼하고,사랑하고,증오하고,괴로워하고,병들고,늙고,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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