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창문 밖에서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린다. 아까 저녁 때에도 계속 울다가 조용해졌는데 새벽이 되니 또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예전부터 집 근처에서 새벽에 고양이 우는 소리가 종종 들리긴 했는데 한동안 조용했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고양이 울음소리가 또 들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나 싶을 정도로…
창문을 열어 밑을 내려다 보니 집 근처에서 종종 보이던 그 도둑고양이다. 고양이의 영역이 서로 어떻게 나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리 동네에서 가장 자주 출몰하는 고양이다. 그 동안 울음 소리가 들릴 때마다 창문 열고 확인해 보면 여러 마리가 서로 싸우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혼자다. 울음소리도 평소 같지가 않다. 아기 울음 소리는 발정기라고 알고 있는데 그 소리는 아닌 것 같다. 사실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집 근처에 꽤나 많은 고양이들이 돌아 다녔는데 지금은 많이 줄었다. 고양이 뿐만 아니라 비둘기, 참새 등 동네를 배회하는 동물 전체의 개체수가 줄어든 것 같다. 나는 그 시기를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 방식이 비닐 봉투에서 플라스틱 통으로 바뀐 뒤라고 생각한다. 10년 정도 되었으려나?
아무튼 이 야심한 새벽에 고양이는 혼자서 왜 우는 것일까? 지금 날씨가 영하10도 가까이 되어서 추워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그냥 단순히 발정기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배가 고파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어딘가 아픈 것일 수도 있고…
문득 어릴 적 우리집 주위에서 서식하던 고양이 무리가 생각난다. 해가 지면 몰래 마당으로 들어와 새장 주위를 맴돌며 호시탐탐 노리다가 어느날은 새장 안의 앵무새를 잡아먹었다. 그 이후로 고양이에게 적대적이 되어서 모든 통행로를 차단해 버렸는데, 얼마 후 지하실에서 새끼고양이가 죽은채 발견이 되었다. 그리고 그날 밤 어미 고양이가 우리집 창가 주위를 맴돌며 밤새 울던 기억이 난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모성애라는 것에 대해 처음으로 깨닫고 생각하게끔 했던 9살 그 시절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