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 한강 뚝섬유원지에서 윈드서핑을 하였다.

자전거 타고 뚝섬에 종종 오곤 하는데, 우연한 기회에 한강 뚝섬유원지에서 윈드서핑 강습이 있어서 교육을 받으러 갔다. 이리하여 지하철 타고 지나가면서 늘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던 한강 윈드서핑을 드디어 직접 즐기게 되었다.

수상스키도 그랬고 서핑도 그랬듯이 물에서 노는 모든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일단 물부터 엄청나게 마시고 시작을 하였기에 이 날씨에 물에서 뭔가를 한다는 것이 살짝 걱정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게다가 한강은 물에 빠지면 발도 닿지 않는데다가 아직 쌀쌀한 날씨라서 한강 수온도 엄청나게 차가울 것 같았다.

한강 뚝섬공원의 아침 풍경. 저멀리 최근에 완공된 롯데타워가 보인다.

전날 비가 와서 오늘도 비 때문에 취소될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도 날씨가 맑았다. 한강 윈드서핑장은 뚝섬유원지역에 내려서 뚝섬공원을 가로질러 거의 끝부분에 있었다.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의 거리였다. 평소 자전거 타고 미니스톱 편의점 앞에서 맥주마시던 곳에서 더 깊숙히 들어가면 컨네이터로 지어진 건물들이 줄지어 보이고 그 앞에는 서핑 보드들이 가득히 쌓여 있었다. 내가 갔던 곳은 28호에 위치한 클럽 미스트랄(Club Mistral)이라는 곳이다. WPA Korea이기도 하다.

 

대략 10여명 가량 인원이 모인 후에 강습을 시작하였다. 커리큘럼은 오전에 이론 교육을 받고 오후에는 직접 물속에 들어가서 실습을 받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칠판과 탁자의 모습

올림피언 옥대장의 윈드서핑 교실.

강사님 성함은 ‘옥덕필’이었는데 옥대장이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한 것 같았다.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 출신이고 메달도 따고 아무튼 대단한 분인 듯 하였다. 그리고 이론교육을 기본원리부터 시작해서 비상시 대응법까지 차근차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알려주셨다. 원래 윈드서핑 분야가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기계공학 같은 전혀 다른 분야를 가르친다고 해도 엄청 잘 가르칠 것 같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윈드서핑 이론 교육 모습. 배워야 할 것이 은근히 많다.

아무튼 덕분에 풍상,풍하부터 시작해서 바람의 기본원리, 크로스홀드, 스타보드 택, 포트 택 등 낯설고 어려운 용어들도 이론적으로는 그럭저럭 이해를 하게 되었다. 비록 물 위에서도 내 몸이 머릿속에서 생각하는대로 움직여 질지는 자신이 없었지만 말이다.

클럽하우스 2층에서 바라본 한강의 모습. 맑고 평화로운 주말이다.

날씨는 대체로 화창하였고 강변에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과 조깅하는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하지만 때때로 흐리기도 하고 찬바람이 불었다. 구명조끼와 래쉬가드와 보드숏을 가지고 갔기에 잠수복을 빌릴 생각은 원래 없었는데, 물에 안빠질 자신도 전혀 없었거니와 이 날씨에 이대로 물속에 들어가기에는 매우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슈트를 빌리기로 했다.

올 한해도 무사하기를 비는 강상제.

이론 교육이 끝나고 점심을 먹고 이제 실습에 들어가려는데 마침 바로 옆에서 ‘강상제’를 하고 있었다. 4월에 시즌이 시작되면 한해 별탈 없이 보낼 수 있도록 일종의 무사기원 고사를 지내는 것이었다. 돼지머리도 올려놓고 몇몇 음식을 차려놓았는데 덕분에 고기 몇점 얻어 먹었다.

옆에서 교육받는 모습.

드디어 실습 시간이 되었다. 돛과 보드를 들고 강변으로 나가 최종적인 설명을 들었다. 그런데 막상 물가에 도착해서 배위에 오르려니 갑자기 무서워졌다. 일단 처음에는 무조건 물에 여러번 빠질텐데 어떻게 신속하게 다시 보드 위에 올라올 수 있을까 그런 고민만 하였다. 아까 배운 붐앤드, 빔리치 이런 단어들은 이미 백년전에 배운 것처럼 까마득해져 버렸다. 물에 빠졌는데 혹시라도 보드를 놓치면 나홀로 떠내려가지 않을까 그러면 이 넓은 한강에서 과연 구출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내가 직접 타는 것보다 그냥 구경하는 것도 좋았다. 하늘은 푸르고 강물은 잔잔하고…

아무튼 마음 단단히 먹고 올라탄 보드는 올라서자 마자 물에 빠질 것이라는 애초의 예상과는 달리 의외로 균형이 잘 잡혀서 곧장 돛을 잡고 강 가운데로 움직일 수 있었다. 수상스키 처음 탔을 때에는 출발하자마자 5초만에 물에 빠졌고, 서핑은 미처 일어서지도 못하고 여러번을 파도에 휩쓸렸는데 윈드서핑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물에 빠지지 않았다는 사실에 몹시 감동하다가 그 흥분이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어느 순간부터 바람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덧 풍향이 보이기 시작했고 아까 배웠던 이론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방향을 바꾸기 위해 ‘러핑’과 ‘베어링’을 시도하였다.

나의 모습. 팀원이 찍어 주었다.

열심히 이것저것 시도해 보면서 물위에 떠있다 보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단 돌아가기로 했다. 날씨가 흐려지니 발에 살짝 닿는 한강물도 꽤나 차갑게 느껴졌다. 아무튼 마지막까지 단 한번도 물에 빠지지 않았다. 한강 입수는 무더운 여름날에 해도 충분할 것이다.

아름다운 한강의 모습

이리하여 화창한 봄날에 한강에서 맥주를 마시는 대신 윈드서핑을 하게 되었다. 서핑이 파도를 즐기는 것이라면 윈드서핑은 말 그대로 바람을 이용하는 것인데 방향 계산하느라 나름 머리도 써야하고 재밌었다. 앞으로는 서핑과 윈드서핑 이 두가지를 나의 주력 여름 스포츠로 밀기로 했다. 좀 더 연습해서 올해 가을에 호주 골드코스트에 가게 되면 그곳에서 즐겨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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