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전자상가에 가면 언제나 롯데리아를 가게 된다. 그리고 오늘은 특별히 아재버거(AZ버거)를 먹었다.

얼마전에 구입한 기가바이트 Z170X-UD5 TH 메인보드가 HDMI2.0포트에 이상이 생겨 용산에 있는 피씨디렉트 고객센터에 가게 되었다. 요즘 웬만한 물건들은 인터넷으로 구매하다 보니 용산에 직접 오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저번에 왔을 때에도 뭔가 많이 바뀐다는 느낌이었는데 그 사이에 또 뭔가 많이 바뀌었다.

용산역 옆에는 기하학적 모양의 은색 건물이 있다.

구름다리에서 바라본 용산역의 모습.

아이파크몰 뒷편에 새로운 건축물이 보인다. 약간 미래지향적이고 기하학적인 느낌이 마치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 느낌이 난다. 혹시 이곳 용산도 ‘자하 하디드’의 손길이 닿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실 동대문보다는 용산이 오히려 그런 DDP스러운 디자인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 막상 첨단IT제품의 메카인 용산은 그동안 너무 응답하라1994스러웠다(응답하라1997도 아니고, 응답하라1988도 아닌 딱 응답하라1994 정도). 문득 생각해보니 원래는 저기 뭐가 있었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철도 부지였던 것 같기도 하고, 기차(혹은 전철) 차량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냥 공사판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지금은 버스정류장인 것 같고 깔끔하게 새로 단장되었다.

길쭉한 용산역 구름다리

용산역 구름다리의 모습. 정말 많이도 지나다녔던 곳이다.

원래 용산의 메카인 선인상가, 나진상가를 가려면 지하철 역에서 내려 구름다리를 거쳐 터미널 상가를 지나 구름다리를 또 지났었는데, 지금은 공사중이라 뭔가 미로처럼 바뀌었다.

2개의 높은 건물이 공사중이다.

건축중인 용산 호텔의 모습.

아무튼 미로를 빠져나와 용산의 풍경을 바라보는데, 처음 보는 높은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용산호텔 건축현장이었다. 용산에 호텔이라니 어색하다. 나도 어느덧 추억 운운하는 늙은 아재가 되었나. 게다가 용산에 에스컬레이터가 있다는 이유로 1990년대에 마이컴이라는 잡지에서 사진만 보고도 서울 용산의 거대한 포스를 엄청 부러워했던 지방 출신 아재다.

아무튼 추억팔이는 그만하고, 2016년 7월 평일 낮의 용산은 매우 한산하였다. 평일인데다 날씨가 엄청 더웠기도 하지만 이제는 다들 발품을 팔지 않는 시대이다 보니 예전의 북적거림은 없었다.

용산 선인상가앞 4거리의 모습

롯데리아 2층에서 바라본 용산의 모습. 가까이는 선인상가, 나진상가, 농협이 보이고 저 멀리에는 용산 호텔 신축 현장과 굴다리가 보인다.

나진상가 12동 피씨디렉트 고객센터에서 기가바이트 메인보드 AS를 받고 마침 맞은편 건물에 롯데리아가 있어서 습관적으로 가게 되었다. 용산 전자상가에 오면 언제나 롯데리아에 들린다. 발품팔며 물건을 산 뒤에 식사도 하고 휴식도 취하고 산 물건들 확인하며 흐뭇해 하기에도 딱 좋다. 게다가 지하철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어서 다 먹고 난 뒤에 지하철 타기에도 편하다. 물론 지금은 롯데리아도 있고, 아이파크몰도 있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용산에 식사할 곳이 없어서 항상 뒷골목을 누비며 함바집 같은 곳에서 식사와 음주를 하곤 했다. 쓰고 보니 진짜 아재같네.

그래서 오늘의 롯데리아 메뉴는 최근에 새로 출시된 아재버거(AZ버거)를 선택했다. 요즘 아재개그가 유행이라고는 하지만 햄버거 이름까지 아재버거로 할 줄은 몰랐다.

플라스틱 판 위에 올려진 햄버거와 콜라 종이컵의 모습

롯데리아 AZ버거(아재버거)와 양념감자 치즈맛, 그리고 리필되는 콜라.

아무튼 맛있게 먹었다. 진짜로 맛있게 먹었다. 아재버거(AZ버거) 메뉴가 3종류가 있는데 나는 아재버거 베이컨으로 주문했다. 세트메뉴는 없다고 해서 양념감자 치즈맛이랑 콜라는 따로 주문했다. 그러다 보니 AZ버거 베이컨 콤보 8500원에 양념감자 2000원 더해서 만원이 넘었다. 이럴수가. 콜라 무료 리필 없었으면 다음부터 안사먹으려고 했지만 다행이도 가득 리필 받았고, 아무튼 더운 여름날 시원하게 잘 마시고 맛있게 잘 먹었다. 콜라 리필 안되는 맥도날드가 아닌 롯데리아가 용산에 있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버거킹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저 밖에 나올 일이 있어서 용산에 들렀다가 롯데리아에서 끼니를 때운 이야기인데 엄청 길게 썼다. 용산 다닌지 20년 가까이 되는데 글로 이렇게 남긴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이번기회에 한번 써 본다. 막상 쓸 거 없는 주제는 잘 써지고, 제대로 쓰려고 작정한 포스트는 잘 안써진다. 이것이 블로그의 딜레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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