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돌아다니다 우연히 단편 영화 한편을 보았다. 제목은 97%.
한 남자가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문득 스마트폰 앱에서 자신의 프로필과 97%일치하는 운명의 상대가 25미터 거리안에 있다고 알려주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그리고 그 여자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대사가 전혀 없었기에, 어느 나라 영화인지는 잘 모르겠다. 마지막에 크레딧을 보니 네덜란드에서 촬영했다고 나온다. 아마 네덜란드 영화인가 보다.
아무튼 10분이 안되는 짧은 영화 였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마치 ‘피천득’의 수필같은 느낌이랄까. 불과 몇 미터 안에 있는 내 인연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지만 그 인연이 누구인지도 모른채 번번히 놓쳐 버린다. 화면에는 여러명의 여성이 나오지만 그 어느것도 확실한 것은 없다. 하지만 어쩌면 마지막의 그 여자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불확실한 인연의 고리 속에서 고군분투하던 남자는 잠깐의 판단 실수로 지하철에서 내리게 되고, 결국 25미터인 거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100미터가 넘어가 버리고 인연은 그렇게 스쳐 지나가 버렸다. 꽤나 허탈하고도 아쉬워 하던 순간에 이번에는 98%짜리 상대가 25미터 거리에 새롭게 나타나게 된다. 여러 모로 이런저런 여운이 많이 남는 영화였다.
문득 피천득의 유명한 글귀가 생각나서 옮겨본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피천득
지난 인생 아쉽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가을이라 그런지 요즘 센티해 지는 것 같다. 이제 내일이면 10월이다. 이렇게 2016년도 저물어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