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과 펜스룰을 지켜보며 파레토의 법칙으로 도식화한 남녀관계 지도

한때 이 세상은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 멋진 사랑을 하고 싶은 남자’와 ‘멋진 남자를 만나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싶은 여자’로 가득한 것 같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을 보면 마치 와우(WoW)의 얼라이언스와 호드가 대격변의 장을 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시작은 미국으로부터 비롯된 해시태그 #미투(#MeToo) 운동이었으나 이게 각 나라로 전파되고 각계각층으로 번지더니 어느 순간 부터는 성대결로까지 이어지는 바람에 뭔가 상황이 스펙터클해지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미투(MeToo) 운동은 권력관계(혹은 위계질서)에 억눌려서 싫은 것을 싫다고 말하지 못했던 과거를 이제와서 당당히 외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펜스룰(Pence Rule)은 해당 집단 속에 있는 구성원들이 애당초 오해를 살만한 불필요한 행동을 차단함으로써 서로를 보호하고 안전한 사회를 구축하려는 개인의 신념 및 행동양식이라고 본다.

아무튼 글을 계속 진행하기 전에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예전 글에도 썼지만 모든 인간사가 그렇듯이 기본적으로 남녀관계도 파레토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즉, 멋진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는 소수이고, 대부분의 인기는 그들에게 쏠려 있다는 말이다.

또한 마찬가지 원리로 소수의 사람들이 대부분의 문제를 일으킨다. 인기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그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며, 때로는 짧은 시간에 수많은 피해자가 속출하기도 한다. 고로 이 세상을 분류해 보면, 소수의 매력있는 남녀(A클래스)와 평범한 대다수(B클래스), 그리고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비호감 부류(C클래스)로 나뉠 수 있다. 클래스라는 이름은 요즘 내가 열심히 파고 있는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Python)에서 따왔다. 아무튼 각설하고, 이것을 도식화 시켜보면 다음과 같으며 이제부터는 이 파레토의 법칙을 기반으로 글이 이어진다.

파레토의 법칙: 20%의 사람이 80%의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받는다.

파레토의 법칙이 원래 20:80의 법칙이라서 그림에서는 20% 단위로 표시했지만, 실제 클래스별 비율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아무튼 소수의 사람들이 대다수에게 영향을 미친다(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라는 점에 촛점을 두려고 한다.

이렇게 각각의 클래스의 사람들이 모이면 다양한 양상이 전개되는데, 기본적으로 미투 운동은 권력관계의 불평등에서 일어나므로, 좀 더 확장시켜서 임금체불, 사역동원 등 다양한 주제로도 이야기할 수 있겠으나, 이 곳에서는 원래의 시작지점이었던 성(性)관련 내용들만 다루려 한다.

아무튼 그동안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이해하기 쉽도록 그림으로 표현해 보았다. 물론 세상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겠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단순화 시켰다. 염색체에 따라 X축이 여자이고 Y축이 남자이며, 3X3클래스이므로 총 9개의 구역으로 나뉜다.

멋진 남자와 아름다운 여자의 만남, 그곳은 3구역 에덴 동산!

먼저 설명하기 쉬운 3구역부터 시작한다. 3구역은 에덴동산이다. 잘생기고 예쁜 사람들이 모여 서로 격렬히 이끌려 열렬히 사랑할 수 있는 동화 같은 구역이다. 대부분의 영화, 소설, 예능, 드라마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로맨스는 이 좁은 구역의 이야기인데 마치 세상 모두가 사랑할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는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인간대 인간의 만남, 5구역 방자와 향단이

다음은 5구역이다. 5구역은 향단이와 방자다. ‘이 세상에 성춘향과 이도령은 없다. 다만 향단이와 방자만 있을 뿐이다’라는 옛 속담(?)에서 따왔다. 즉, 평범한 남자와 평범한 여자의 만남인 것이다. 이 곳은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상식적인 사람들끼리 만나는 광범위한 영역이다. 센터에 위치해 있는 모두의 광장 같은 곳이랄까. 서로를 그냥 ‘아는 사람’으로 간주하며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고 적당히 어울려 지낸다. 또한 진실되게 ‘인간대 인간’의 만남이 가능한 장소이기도 하다.

빨간 줄 밖의 위험한 9구역, 변태남 구역이다.

이제 9구역이다. 요즘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미투 운동’의 시작점인 곳이다. 변태남 구역. 즉, 매력있는 여자를 이상한 놈이 괴롭혀서 문제를 일으키는 곳이다. 이 주제를 가지고 ‘나쁜 남자’라는 영화를 만든 김기덕 감독은 현실세계에서도 이것을 실현하다가 탄로나서 지금 경찰 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이다.

문제많은 여자들의 공간, 1구역 진상녀 구역

9구역과 한쌍으로 엮이는 곳이 반대편 1구역이다. 진상녀 구역이다. 요즘의 미투 운동에서는 크게 부각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언제든지 뇌관은 터질 수 있다. 그리고 문제를 일으키는 포인트는 9구역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무고죄’가 이 구역에 해당되며, 흔히 말하는 ‘연예인 사생팬’도 이 구역에 해당된다.

나는 사랑,너는 우정.그러나 결국 우리는 친구일 뿐인 그 곳, 6구역 프렌드존

6구역은 그 유명한 프렌드존(Friend Zone)이다. 매력적인 여자와 평범한 남자의 만남이다. 아는 오빠, 착한 오빠, 우린 그냥 친구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평범하고 멀쩡한 남자는 자신의 주제를 잘 알고 있으므로 설레는 마음으로 오직 주위를 빙빙 돌기만 할 뿐, 행복회로를 가동한다거나 부적절한 행동을 하여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는다. 혹시라도 전차남 같은 드라마를 보고 용기를 내서 행동할 경우 즉시 9구역(변태남 구역)으로 좌천되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기다려도 결코 오지 않는 님이 계신 그곳. 2구역 백마탄 왕자의 성역

2구역은 백마탄 왕자의 성역이다. 6구역 프렌드’존’과 쌍을 맞추기 위해 굳이 ‘성역’이라는 단어를 붙였다. 이곳은 매력적인 왕자와 평범한 신데렐라의 만남이다. 교회오빠, 성당오빠, 절오빠 같은 만남이다. 역시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임을 알고 있고, 지켜야 할 선을 알고 있으므로 적당히 팬 혹은 바라기 수준에서 인간관계가 정립된다. 서양권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완벽한 남자를 기다리기(Waiting For The Perfect Man)’를 하는 할머니(혹은 해골)의 경우도 역시 2구역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요즘 급부상한 또다른 문제적 구역인 4구역 펜스룰

4구역은 펜스룰 구역이다. 문제많은 여자(진상녀)와 평범한 남자의 만남이다. 이 4구역(1구역 포함)에 본의 아니게 엮이게 되면 인생이 꼬이게 되거나, 혹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정기복이 심하다든지 기타 여러 이유로 피곤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타 구역의 남자들은 펜스룰(Pence Rule)을 실천하여 애당초 문제의 소지를 아예 원천봉쇄 하려 하고 있다. 굳이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끈을 고쳐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펜스룰이 4구역의 여자들을 피하기 위해 5구역, 6구역도 같이 봉쇄한다는 점이다. 사람 속마음을 알 길이 없으니 일단 모두에게 거리를 두어 안전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아직은 미투 운동이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이라서 이에 대한 긴급 대응방안으로서 펜스룰을 도입한 상태이므로, 시간이 흐르면 좀 더 합리적이고 포괄적이며 정교한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8구역은 스토커 구역이다. 단계별로 부담 -> 민폐 -> 짜증 -> 공포의 순서를 걷는다.

8구역은 스토커 구역이다. 평범한 여자와 문제많은 남자(변태남)의 조합이다. 많은 여자들이 이 8구역(9구역 포함)에서 벌어지는 스토킹이나 각종 성범죄에 노출될까봐 크나큰 두려움과 경계심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불쾌함 혹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4구역(펜스룰)과 마찬가지로 문제있는 사람을 피해다니고 조심한다는 대응방법은 같지만 이곳 8구역은 현존하는 확실한 대상에 대한 공포감이고, 4구역은 미래에 일어날 불확실한 대상에 대한 불안감이라는 점이 다르다.

7구역은 던전이다. 막장 드라마에서나 재미있지, 현실세계에서는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구역이다.

마지막 7구역은 던전이다. 더 적절한 이름이 있을 것 같은데 생각이 안나서 그냥 적당히 붙였다. 코빅의 ‘쌈남쌈녀’로 할까 싶기도 했지만 원작이 개그스럽고 약간의 우정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아서 제외했다. 아무튼 이곳은 진실되게 서로를 매우 격렬히 싫어하는 구역이다. 3구역(에덴동산)에서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것 만큼의 정반대로 극혐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현실세계에서는 서로 마주칠 일이 없을 것 같지만 막상 인터넷 세상에서는 서로 입던하여 매우 치열하게 극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남녀관계 전체 지도. 엑셀로 색칠하는 것이 은근히 재미있다.

아무튼 미투 운동은 위의 노란색 L구역에서 다 일어날 수 있다. 전부 지옥의 영역이다. 그러나 매력도가 높은 1구역과 9구역에서 더욱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이것은 권력관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성(性)과 사랑의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사람사는 곳은 매우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므로, 누가 어느 구역에 속해있다라고 콕 찝어서 말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또한 시간의 흐름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원래의 구역에서 다른 구역으로 바뀔 수도 있다.

게다가 자신이 생각하는 구역과 상대방이 생각하는 구역이 다를 수도 있다. 사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요즘 뉴스에 많이 오르내리는 유명인 미투 가해자들은 아마 자신들이 3구역(에덴동산)에서 아름다운 로맨스를 하였다고 착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상대방은 9구역(변태남)의 소름끼치는 끔찍한 범죄로 받아들였지만 말하지 못했으니 더더욱 알 길이 없었으리라.

아무튼 이런저런 세상 일에 엮일 일 없이 집에서 평화롭게 잘 놀고 있는 내가 왜 이런 글을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요즘 이런저런 뉴스들과 여러 글들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키보드를 두드리다 엑셀로 도표까지 그리게 되었다.

확실히 이 세상은 이런저런 과도기를 겪으며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덧 3월도 2주나 지났다. 인생이 평화롭고 즐거우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것 같다. 이제 날씨도 풀렸으니 내일부터 봄맞이 대청소를 해야 겠다.

12 thoughts on “미투 운동과 펜스룰을 지켜보며 파레토의 법칙으로 도식화한 남녀관계 지도

  1. 김명희

    금주 찾아보다가, 블로그 구경 잘 했습니다. 명쾌한 분석에 경의를 표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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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추 Post author

      네. 예전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미투운동을 계기로 이제서야 글로 남기네요. 아무쪼록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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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ijino

    재밌게 잘 봤어요! 특히 에러라고 표현된 게 왜 이렇게 재밌는지 ㅋㅋㅋ
    그런데 미투 운동에선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원치 않는 관계를 맺으려 하는 게 문제인 경우도 꽤 많아서 3구역 안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들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ㅎㅎ
    상당히 매력적이면서도 성도착, 허언 등의 문제를 가진 사람들은 존재하니까요 ㅠㅠ
    어쨋든 서로 헐뜯지 말고 잘 살아가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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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추 Post author

      맞습니다. 설령 송중기 닮은 사람과 송혜교 닮은 사람이 만난다 하더라도, 여러가지 이유로 서로 마음에 안들 수 있습니다. 역시 어려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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