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한 기억 2. 물에 빠져 익사 할 뻔했던 어느 유년시절의 야이기.

초등학교때 친구들이랑 물놀이를 갔다가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도 잡는다’는 말이 어떤 것인지 뼛속까지 느꼈다. 처음에는 발버둥치다가 ‘아, 이렇게 죽는구나’ 싶을 때 쯤에 어떤 분이 구해주셔서 살아나게 되었다.

지금도 가끔씩 ‘만약 그때 죽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상상을 하곤 한다. 학급 친구들은 개학과 동시에 친구하나 사라진 것에 잠시 안타까워 할것이고, 출석부에는 빨간 줄이 그여진 채 더 이상 내 이름을 불릴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내 인생은 그렇게 미처 다 씌여지지 못한 채로 영원히 덮혀버렸을 것이다.

그때가 1990년대 초반이었으니까 이제 25년도 더 되었다. 나의 제사를 지냈다면 스무번은 더 지냈을 테니 이제는 가족들조차도 나에 대한 기억들이 아득해 졌으리라. 또한 가족사진에 내 자리는 없이 동생만이 유일한 외동딸로 남겨진 채로 영원히 기억 되었으리라.

우리 개개인 모두가 그렇듯이 사람 하나 없어져도 이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간다. 내가 없어진 자리는 또 다른 누군가가 채웠을 것이고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나란 존재에 전혀 상관없이 그들의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오직 부모님만이 나를 영원한 열두살 소년으로 기억한 채 가슴속에 묻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운좋게도 나는 아직 살아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스마트폰으로 글이나 쓰고 술이나 마시며 앉아 있다. 그러다 필 받으면 이렇게 블로그도 하고 말이다. 이것이 나의 현실이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살아 숨쉰다는 것이.

가끔씩은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하루하루가 보너스 같다는 생각마저 들 때도 있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나는 진짜로 하루하루 살아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행복하다. 언제 시간나면 개 사육장에 가서 개똥밭에 한번 굴러야 겠다. 개똥밭을 구르다 보면 내가 있는 이곳이 이승 이구나라는 것을 더욱 격렬하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개똥이 잔뜩 묻은 옷을 바라보며 환하게 미소짓겠지.

이 글은 2013년 1월 27일에 내 일기장에 썼던 글인데, 약간 다듬어서 다시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다. 원래는 조용히 내 일기장에만 잠재워 두려 했는데 요즘 가을타서 그런지 괜히 블로그질을 더 하고 싶다. 오랜 세월동안 끄적였던 수많은 글들이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데, 틈나는 대로 이곳 블로그로 옮겨 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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