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딱 10년전 오늘 썼던 블로그는 일기장이 될 수 있을까? 라는 글에 대한 10년후(즉, 오늘)의 답장이다. 까마득해 보였던 10년이라는 시간은 어느새 흘렀고 그날은 결국 이렇게 다가왔다. 기분이 묘하다. 약간 서글프기도 하고…
작년 2015년 10월 21일, 백투더퓨쳐데이라고 해서 영화 백투더퓨처에서 상상했던 미래세상의 그날이 바로 오늘이라며, 트위터나 페이스북같은 SNS게시물에 #BTTF2015나 #BackToTheFuture 태그를 달면서 전세계 인터넷이 떠들썩 했었는데, 그때의 묘한 기분을 다시 한번 느낀다. 타임캡슐 봉인해제하는 그런 기분?
아무튼 결론부터 말하면 블로그는 이렇게 2016년에도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있다. 감회가 새롭다. 돌이켜보면 10년전 이맘때의 블로그는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버릴지도 모를 신문물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실험해보는 마음으로 글을 썼던 기억이 난다. 제로보드처럼 기존의 게시판 기반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신인터넷 1인 미디어였달까. 트랙백이라는 나름 그때는 신선했던(물론 이제는 스팸의 온상이라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기능도 있었고, RSS라는 혁신적인 기능도 있고 해서, 블로그라는 것에 대해 꽤나 흥미롭게 생각하던 때였다. 그래서 그때 나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용도로 블로그를 사용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었고, 그리하여 딱10년전 오늘 그 글을 써놓았던 것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블로그를 새로운 매체로 선택한 것은 탁월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생소했던 외국 블로그 프로그램인 워드프레스를 단지 UTF-8을 지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선택한 것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수였다. 블로그라는 플랫폼은 지난 10년간 망하거나 유행을 타면서 흥하거나 했다라기 보다는 자기만의 영역을 가지고 꾸준히 발전했으며, 그 중에서도 워드프레스는 발전을 거듭하더니 이제는 설치형 블로그의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선택만 탁월했다. 아쉽게도 나는 2006년까지 열심히 워드프레스1.5.2에서 블로그질을 하다가 워드프레스2.0이 나온 이후로 튜닝해 놓았던 테마가 흐트러지는 바람에 시들해져서 딴눈을 팔았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도 하고, 또 싸이월드에서 새 서비스인 싸이홈2(나중에 싸이블로그로 변경)를 출시하여서 그곳에 또 정성을 기울이다가 나중에는 마이스페이스도 하고, 페이스북,트위터등을 거쳐 포스퀘어, Path, Tumblr, 인스타그램등등을 두루 섭렵하였다. 그리고 결국 10년만에 다시 블로그로 돌아왔다. 인생은 돌고도는 것인가. 돌이켜보면 지난 10년간 정말 기록하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는데, 블로그에 남겨놓지 않았더니 아예 그냥 싸그리 증발해버린 느낌이다. 그나마 남겨놓은 것들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을 뿐더러, 중간에 망해버린 서비스도 있고, 그나마 겨우 흔적만 남아있다.
아무튼 이제부터라도 다시 조금씩 기록해 두고자 한다. 또 다른 10년후인 2026년 4월 29일은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어떤 생각으로 지금 이 글을 읽게 될지 궁금하다.
2016년 4월 29일, 화창한 어느 봄날의 금요일에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잇는 현재의 나에 대한 기록을 이렇게 남긴다. 뭔가 쓰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좀 있다 민방위훈련 가야 한다. 이만 줄인다. 2026년 4월 29일도 화창한 봄날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