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도 루프탑바 도장깨기를 하였다. 티베트 여행을 하기 전후로 중국 시안(西安)에 머물렀는데 그때 루프탑바에 들렀다. 어찌하다보니 티벳가기 전에 한번, 갔다온 후에 한번 이렇게 두번이나 가게 되었다.
서안(西安)이라는 도시가 과거에는 장안(長安)이라고 불렸던 곳이다. ‘장안의 화제’ 할 때 바로 그 장안이다. 한국으로 치면 경주 같은 곳인데 인구가 1200만명이라서 도시 자체가 엄청 큰데다가 수천년의 역사에 걸맞는 야경을 가진 독특한 곳이었다.
AERpub仙音의 위치는 종루(钟楼) 남쪽 성곽 근처에 있다. 서울로 치면 4대문 안의 남쪽에 해당하는 곳이다. 마침 머물던 호텔이랑 가까워서 걸어서 갔다. 위의 구글맵에서는 지도의 위치가 살짝 안맞는 것 같아 바이두지도 링크 https://j.map.baidu.com/07/2yki 도 함께 적어둔다. GPS좌표는 34.253990, 108.943632 이다.

처음 갈 때에는 입구를 못찾아서 헤맸는데, 건물 끝쪽으로 가면 AERpub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6층이라 그렇게 높은 위치는 아니라서 사실 큰 기대없이 왔는데 막상 안으로 들어오니 신세계였다. 옛 성곽의 모습이 시각을 압도하였다. 적당한 테이블로 자리를 안내받고 테이블에 있는 QR코드를 이용해서 이것저것 주문을 했다.

경치도 마음에 들고 해서, 기왕 온 김에 깔끔하게 와인 한병을 통째로 깠다. 그리고 과일 안주도 주문했다. 총 주문금액은 512위안(약10만원)이 나왔다. 그랬더니 창가 쪽으로 자리를 옮겨 주었다. 500위안 이상 주문하면 창가 쪽으로 옮겨 주고, 1000위안 이상 주문하면 좀 더 높은 위치의 테이블 좌석으로 옮겨 주는 시스템이었다.

처음 입장했을 때에는 아직 날이 밝았는데, 곧 해가 저물고 나니 도시의 야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성곽의 모양을 따라 LED전구를 달아놨는데 화려하고 이국적이었다. ‘아, 여기가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중국의 도시구나’라는 느낌이 바로 들었다.

성곽의 LED는 늘 켜져있는 것은 아니고 중간중간에 꺼지는 경우도 있었다. 아마 가동시간 같은 것이 있나 보다. 그래서 켜져있을 때에만 집중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태국 방콕에 있는 반얀트리 옥상의 루프탑바도 그랬지만, 역시 이런 곳에 오면 전망도 그렇고 조명도 그렇고 뭔가 다른 세상 같다는 느낌이 든다. 주위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도 다들 평화롭고 행복하고 즐거워 보였다. 이런 곳에 왔는데 즐겁지 않은 것이 사실 더 이상할 것이다.

중간중간에 공연도 하였다. 도중에 비누방울 같은 것을 날려 보내는데, 만져보니 연기로 변해서 흔적없이 증발해 버렸다. 원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신기했다.

그리고 중국 대부분의 상점과 마찬가지로 영어가 전혀 안통한다. 같이간 친구가 중국어를 조금 할 수 있어서 여기 올 수 있었지 만약 혼자 왔거나 중국어를 못하는 친구들끼리 왔다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을 것 같다. 물론 모든 주문은 알리페이(支付宝)를 열어서 테이블의 QR코드를 찍으면 스마트폰으로 가능하긴 하지만 글자가 다 중국어라서 읽기가 쉽지 않았고, 중간에 종업원이 중국말로 뭔가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티베트 여행을 마친 후에도 또 오게 되었는데 그때는 7명이서 왔다. 그래서 이번에는 1000위안 넘게 내고 별도의 테이블 좌석으로 앉았다. 시안은 낮온도가 40도 가까이 올라가는 더운 여름이었지만 이곳 AERpub仙音은 옥상인데다가 밤바람도 불고, 게다가 밑의 환풍구 같은 곳에서 차가운 바람도 나오고 해서 그렇게 덥지는 않았다. 중간에 잠깐 비가 내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종업원이 테이블마다 우산을 나눠주었다.

동영상으로도 이것저것 찍어둔게 있어서 함께 올린다.
아무튼 여러모로 정말 마음에 들었다. 중국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다른 곳에도 도장깨기 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나는 루프탑바 체질인 것 같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한달에 한번 정도는 이렇게 전망좋은 곳에서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술한잔 할 수 있다면 정말 인생이 행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