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름신 강림을 막기 위해 쓰는 글이다. 플레이스테이션2(PlayStation2)가 발매되던 시절부터 15년 넘게 정말 오랫동안 꾹꾹 잘 참아 왔는데 (어쩌면 플스1시절부터 였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무슨 바람이 들어서인지 플레이스테이션4프로(PlayStation4Pro)가 무척 갖고 싶어졌다. 오늘도 몇시간째 플스4, 플스4슬림, 플스4프로, PS4Pro 이런 검색어들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유튜브,블로그를 찾아보고 있고 심지어 전혀 관심없던 PS VR에도 마음이 혹했다. 이러다 진짜 지를까봐 두려운 마음에 도를 닦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관자재보살…
내가 플레이스테이션을 사면 안되는 이유
이미 최고의 성능을 가진 데스크탑 PC를 가지고 있다
작년에 이미 최고급 i7 스카이레이크로 새로 맞추었다. 더 이상 지출은 없다. 파산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 컴퓨터도 원래의 원대한 계획과는 달리 유튜브 감상용 및 인터넷 서핑용으로 쓰고 있다. 차라리 i3를 샀으면 지금쯤 AMD라이젠을 노려볼…이 아니라 그냥 전자기기는 죽기 직전에 사는 것이 정답이다.
게다가 그래픽 카드도 이미 2대나 있다
이더리움 채굴한다고 작년에 GTX970을 2대씩이나 샀다. 지금은 이더리움 채굴 끝나고 SLI로 연결해서 GTA5같은 게임을 하고 있다. 이미 최상의 게이밍 환경이다. 플스를 욕심낼 이유가 없다.
스팀(Steam)에서 사놓고 안한 게임들이 너무 많다
게임을 ‘사서 안하는 것(불법복제)’에서 ‘사서 안하는 것(정품수집)’으로 패러다임의 혁명을 이뤄놓은 스팀. 무슨 학창시절 참고서도 아니고 도대체 왜 게임을 사놓기만 하고 안하는 것인지 의아했으나 스팀 세일에 몇번 털리고 나니 나도 그렇게 되어 있었다.
PS4는 게임기 외에는 사용할 일이 없을 것 같다
넷플릭스도 된다고 하지만 그냥 컴퓨터로 보면 되고, 블루레이는 4K지원도 안되는 데다가 원래부터 딱히 볼 일이 없었고, 사실 게임기에서 게임 외의 뭔가 사용용도를 찾겠다는 것이 이미 핑계의 근원이다.
시간이 없다
시간없다는 핑계도 결국 뻔한 핑계의 하나 이겠지만 플스4마저 구입해 버리면 진짜 문명해 버릴지도 모르겠다. 2017년을 고스란히 날릴 수도 있다. 정신없이 살아도 모자랄 판에 게임기라니 가당치도 않다.
돈도 없다
그렇다. 가장 큰 문제는 돈이 없다. 게다가 PS4프로만 사면 되는 것이 아니라 요즘 핫한 PS VR도 사야할 것 같다. 그것도 3번세트로… 그러므로 플스4프로 49만8천원, PS VR 3번세트 59만8천원 더하면 이미 109만6천원 에다가 플레이스테이션스토어(PlayStation Store)에서 플레이스테이션플러스(PS Plus) 1년 회원권 4만원. 그리고 각종 게임 타이틀 10~20만원 까지 합하면 총 130만원~140만원 정도 지출이 예상된다. 백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라… 역시 숫자로 정확히 계산을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다.
돈 있어도 살 수가 없다
고마운 일이다. 국내 정식발매 물량은 몇달째 거의 품절이다. 미국쪽에는 재고가 충분해서 비슷한 가격에 병행수입도 있던데 AS문제도 있고 번거롭다. 그리고 플스4슬림은 재고 여유가 있던데 플포프(PS4P)가 나온 마당에 딱히 끌리지는 않고 어찌됐던 PS4Pro 품절은 나에게는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내 지갑을 보호해줘서…
그래도 플스4프로를 사고 싶은 이유
이미 4K모니터를 가지고 있다
작년에 100cm(40인치)짜리 4K모니터를 샀다. UHD 이거 완전 신세계다. 플스4프로를 활용해서 더더욱 UHD를 활용해 보고 싶다. 비록 HDR10 지원되는 고급 모니터는 아니다만…
플스 독점 게임들 중에서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사실 플레이 스테이션을 사고 싶은 가장 큰 이유다. 유튜브 플레이 영상을 보면 뭔가 엄청 재밌어 보이는데 알고 보면 플스 전용인 경우가 너무 많다. 아이폰도 그렇고 맥북도 그렇고 플스도 그렇고 하드웨어 자체만으로는 딱히 끌리지 않는데, 독점 소프트웨어 때문에 꼭 사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는 핑계를 늘 대곤 한다.)
PS VR 플레이 하는 것을 보니 신세계 같아 보인다
그동안 오큘러스(Oculus)나 바이브(Vive) 쪽으로만 관심이 있었고 PS VR은 성능이 떨어진다고 해서 관심 없었는데, 유튜브에서 여러 크리에이터들이 PS VR플레이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저것이 신세계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뉴스를 보니 2017년에 플스용 타이틀, 즉 PS VR쪽으로 꽤 대작이 많이 나올 것 같다.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을때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가며 구입하고 있지는 않다. 왜 이런 글을 쓰냐면 아래 광고 때문이다.
김재우&나몰라 패밀리가 나오는 플레이스테이션4 광고인데, 솔로가 사는길, 유부남이 사는길, 남친이 사는길 요렇게 3가지 시리즈다.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고 한다. 플스 같은 것을 살 때에 이리저리 눈치봐가며 허락을 받아야 구매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광고에 나올 정도면… 음, 아무튼 나랑은 상관없는 이야기다. 허락 받을 일도 없고 용서 받을 일도 없는 인생. 하지만 나도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일단 Carpe Diem의 정신으로 구입해서 현재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광고를 보고 번쩍 들었다.
그냥 플스를 가지게 되면 마음이 뿌듯할 것 같다
PC는 아무리 성능이 우수하고 디자인이 예뻐도 책상앞에 놓으면 그냥 사무용 같은 느낌이 난다. 게임을 하려고 해도 언제나 다른 작업들을 하느라 창이 수십개가 떠 있어서 막상 게임은 잘 못하게 된다. 플스를 책상 한 구석에 두게 되면 오롯이 나만의 즐거운 공간, 행복한 시간이 부여되는 느낌이랄까. 진심으로 그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인터넷속의 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면 루리웹 같은 커뮤니티에 자신의 방 모습을 사진으로 올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그때 책상 한 구석에 조용히 플레이스테이션이 있는 것을 발견하면 그곳이 한없이 아늑하게 느껴진다. 즐거움과 행복을 상징하는 궁극의 엔터테인먼트, 그것은 바로 플레이스테이션! 무릇 한 인간이 행복해지는 길은 결코 어렵지 않다.
쓰다보니 플스를 사겠다는 글인지 안사겠다는 글인지 나도 모르겠다. 만약 플스를 사게 되면 하고 싶은 플스 독점 타이틀 목록과 함께 글을 마친다.
플스를 사면 하고 싶은 게임들(PS전용 독점 타이틀)
라스트 오브 어스 (Last of Us)
줄여서 라오어. 한편의 영화같은 게임이다.
비욘드: 투 소울즈 (Beyond : Two Souls)
라오어와 비슷한 느낌인데 내용은 잘 모르겠다. 역시 직접 해봐야 알 것 같다.
언차티드 4 (Uncharted 4)
이 게임 극찬이 자자하다. 몰입도가 장난 아니라고 한다. 인생게임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다.
언틸 던 (Until Dawn)
플레이영상 보니까 좀 끔찍한 장면이 있어서 내 취향이 아닐수도 있을 듯 싶은데 그래도 일단은 목록에 추가했다. PSN 회원에게 무료 게임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헤비 레인 (Heavy Rain)
위의 비욘드투소울즈와 같이 묶음으로 판매한다.
용과 같이 시리즈
시리즈별로 많은데 뭐가 좋은지 모르겠다. ‘용과 같이 제로’였는지 ‘용과 같이 극’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인이 추천해줘서 알게 된 게임. 플레이 영상을 보니 꼭 해보고 싶다.
철권
초창기에 플스1, 플스2를 간절하게 가지고 싶었던 이유다. 철권하느라 오락실에 쏟아부은 돈 다 합치면 플스 사고도 남았을 듯. 지금은 에뮬로도 철권6까지 돌릴 수 있다고 하는데 그래도 추억을 위해 소장해 두고 싶다. 스팀에 보니까 곧 출시될 철권7은 PC용으로도 나온다고 하니 이제부터는 PC용으로 구입할 생각이다.
일단 지르고 후회하심이…
아……그럴까요?ㅎㅎ 아무래도 지르는게 좋겠죠? 안지르고 괴로워하는 것보다 지르고 후회하는 것이 낫겠죠?ㅋ
사사사사사사사사사 애브리바디
ㅋㅋㅋㅋ
글 잘봤습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고민이랑 정말 똑같네요. ^^;;
전 결국 올해 겨울에 사기로 했습니다.ㅎㅎㅎ
뭐이리 복잡하게 생각해요. 걍 딱 1줄이면 됨. 플스4를 살까말까=독점작을 할까말까.
한줄요약 감사합니다.
흠 저도 스팀에 게임이 쌓여있고 플4가 이미있지만 오늘나온 디제이맥스 리스펙트를 하던 도중 프레임드랍이 발생해 프로를 샀습니다.그 프레임 드랍 일어나는게 이번에 나온 슬림 골드…어차피 플스 시리즈는 모델별로 모으고 있었기에 한줌 후회는 없습니다.
오, 플스4프로 구입을 축하드립니다. ㅎㅎ
전 어제 이마트 갔다왔어요 카트에 슬림살라다가 프로가 나을거 같아 10만더주면 1테라 생긴다는 마음에
카트에 담았죠 일단 마누라에게 일주일에 한번만 술 마신다고 약속하고 허락을 받았네요 ^^ 무엇보다 애들이 지원사격을 해줘서 결정타가 된듯… 근데 이마트에선 50만원 이상만 무이자 10개월이라 해서 2천원이 부족해 2천원더 붙여달라고 했는데 안된데요… 그래서 미친사람처럼 VR 포함하면 안되나요 했는데 안된다길래 인터넷으로 주문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추석인데 연휴가 빨리 끝나길 바란건 첨이네요 저한테도 플스2가 있음에도 눈이 높아졌는지 자꾸 플스4가 아른거리네요.. 며칠만 참자~ 그리고 술 값아끼고 한달에 5만원만 10개월만 투자하면 되니까 결코 사치도 아니고 건강에 좋은 일이 된다는 생각에 뿌듯해지네요 ^^
글 속에서 행복이 묻어나는 것 같네요.^^ 플스 구입 축하드립니다!
지금 블러드본 하고있은데요 ㅠ 너무 무서워서 더이상 못하겤ㅅ어여 ㅠㅠㅠㅠㅠ 흑흑 ㅠㅠ
그렇군요.ㅠㅠㅠ 저도 해보고 싶네요.
다른건 다 공감하는데, VR은 살필요 없는것 같아요.. 화질도 엄청 나쁘고.. 몇년뒤에나 할만할듯
그렇군요.ㅎㅎ 저는 PS VR을 직접 본 적이 없어서 매우 궁금하긴 합니다.ㅎㅎ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ㅋㅋ
네. 방문하신 것을 환영합니다.ㅎㅎㅎ
저도 살까말까 고민되다가 아무 생각없이 구글에 치니까 이 글이 나와서 글 잘 읽었씁니다 ㅎㅎ 현재 사용을 어트케 잘 하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ㅎㅎ ㅎ후회는 안하시는지 저도 살까말까하는데 조언좀 부탁드립니다 ㅎㅎ
반갑습니다. 저는 현재 플스4프로도 샀고, PS VR도 샀고, PS Plus도 가입했고, 사고 싶은 게임들 다 샀고, 레이싱 휠도 샀고 더 이상 뭔가 바랄게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싹다 구비해 놓고 나니 막상 생각보다 플스를 잘 안하게 되네요. 사실상 지금은 넷플릭스 재생기로 쓰고 있습니다.ㅎㅎㅎ 그렇다고 해서 플스 구입한 것이 절대 후회는 안됩니다. 만약에 아직 플스가 없었다면 지금도 사려고 했을 겁니다. 플스는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니까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