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출발하는 비행기라 지하철 막차를 타고 전날 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몇편을 보며 시간을 때우다가 눈을 붙일 생각이었다.
역시 예상대로 자정이 훌쩍 넘은 한밤중의 인천공항은 매우 조용했고 조명도 일부 꺼져 있었다.
그리고 나같은 노숙자들이 꽤 많았다. 많은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거의 모든 의자에 자리를 차지한 채 다들 잠들어 있었다. 특히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 근처는 매우 혼잡했다.
3층 출발층은 조명도 어둡고 매우 조용한 반면 1층 도착층은 상대적으로 조명도 밝고 이리저리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다. 물론 대낮의 북적이는 인천공항에 비하면 둘 다 매우 고요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거의 대부분의 식당이 문을 닫은 가운데 롯데리아, 버거킹 같은 패스트푸드 식당만 24시간 영업을 하였다. 또한 편의점도 24시간 운영을 하고 있었다.
새벽 3시가 넘어가니 다시 공항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항공사 직원들이 잘 차려진 유니폼을 입고 출근하였으며 멈춰있던 시설물들이 하나둘씩 가동되기 시작했다.
첫 비행기는 도착,출발 모두 새벽4시20분경에 있었고 나는 아침 6시45분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라서 4시40분 쯤에 체크인을 했다. 이때쯤 되니 이미 많은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었고 공항은 이미 평소때처럼 북적거렸다.
아무튼 노숙이라고는 하지만 잠은 거의 못잤고, 미드도 거의 못봤다. 아직 피곤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보조배터리 충전하느라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인천공항 노숙 체험기는 여기까지 쓴다. 역시 공항은 숨만 쉬고 있어도 여행가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