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치앙마이 한달살기의 목표는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검색해보면 다들 치앙마이 여행오면 꼭 도이수텝 사원(Wat Phrathat Doi Suthep)을 들리는 것 같아서 나도 한번쯤 들리기로 했다.
어제 밤, 숙소에 같이 머물며 가까워진 중국인 친구들에게 도이수텝 사원을 이야기를 했는데, 다들 모르는 것 같았다. 어쩌면 도이수텝 사원이 한국인들에게만 유명한 곳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아무튼 님만해민에서 도이수텝 사원 까지는 직선거리가 4km이라서 걸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방을 가볍게 하고 정오에 숙소를 나섰다.
하지만 막상 길찾기를 해보니 11km가 나왔다. 거리가 대폭 늘어나기는 했지만 한 두어시간이면 되겠지 싶어서 일단 걷기 시작했다.
열심히 maps.me를 바라보며 1시간도 채 걷지 않은 시점에서 우연히 도이수텝 가는 썽태우를 발견해 버렸다. 편도요금이 40바트고 왕복요금이 80바트였다. 이정도면 그냥 잠실 롯데타워 전망대의 10분의 1 가격이 아닌가 싶어서 그냥 썽태우를 타기로 했다. 썽태우 타는 위치는 별도의 포스트에 쓰려 한다.
10명이 모이면 출발한다고 했는데, 최종 탑승인원은 8명이었다. 차 뒷좌석에 앉아 밖의 풍경을 바라보니 썽태우를 타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이 꼬불꼬불한 것이 마치 경주 불국사에 갈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보행자용 길이 별도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도로위에는 사람이 걸어다닐 수 있는 인도는 없었다. 만약 차들이 다니는 길을 그대로 따라서 걸어올라 왔다면 좀 위험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출발한지 20분만에 도착했다. 13시 47분에 도착했는데, 1시간 15분 후인 15시에 다시 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도이수텝 사원에 가본 적이 없었기에 그 정도 시간이 충분한지 부족한지 알 수가 없었으나 갔다온 후에 생각해보니 그냥 관광객 모드로 한번 천천히 둘러보고 사진 찍고 하는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절 안에서 불경을 외운다거나 하기에는 무리일 것 같다.
긴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사원에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나온다.
그리고 외국인은 입장료를 내야 한다. 30바트.
그리고 사원 안에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고 맨발로 들어가야 한다고 해서 신발을 벗었다. 딱히 신발을 벗어두는 장소가 있지는 않았고 그 앞에 쉼터 같은 곳에 적당히 신발을 벗어놓았다.
그리고 반바치나 짧은 치마 등의 복장은 입장불가인데, 그럴때를 대비해서 긴바지를 가져왔다. 하지만 짧은 핫팬츠만 안되는 것이지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여름에 입고 다니는 트렁크 종류의 5부 반바지는 입장 가능했다. 그래서 긴바지를 갈아입지 않고 그냥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니 과연 듣던대로 황금빛 찬란한 건축물이 보였다.
날씨도 맑고 딱 좋았다.
그리고 유명한 관광지라서 역시 사람이 많았다. 그중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진짜 많았다. 한국인을 거의 보지 못한 치앙마이 다른 지역과는 달리 이곳 도이수텝 사원은 관광객 거의 절반이 한국인 단체 관광객이었다. 진짜 도이수텝이 한국인한테만 유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쭉 둘러보니 뭔가 팜플렛 같은 것을 들고 계속 걸으시는 분들도 있었다. 탑돌이 인가 보다.
10분간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치앙마이 전망대로 갔다. 사원을 나와서 다시 신발 신고 좌측으로 가면 보인다.
전망대가 2곳이 있었는데 좀 더 높은 곳이 경치가 좋다. 바로 밑은 낭떠러지라 실수로 사진찍다가 스마트폰을 떨어뜨리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았다.
이곳 전망대에서는 치앙마이 시내가 한 눈에 보였다. 오른쪽이 치앙마이 공항이고 왼쪽이 치앙마이 도심이다. 지난 3주동안 살면서 돌아다니던 곳을 한눈에 내려다 보니 기분이 묘했다. 어디쯤에 뭐가 있는지 이제 눈앞에 훤히 보였다.
어느덧 시간이 되어서 다시 썽태우를 타고 돌아왔다. 출발할 때와 달리 돌아올 때 내려준 곳은 치앙마이 대학 정문 앞이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한숨 푹 쉬다가 저녁에 밖에 나가 늘 마시던 곳에서 혼술을 했다. 뭔가 알찬 하루를 보낸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