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전전하다 최종 정착한 공기청정기, 위닉스 WACU300

거의 10년 전부터 공기청정기가지고 가지가지 고생하다가 이제서야 정착을 한 것 같다.
그래서 그동안의 이런저런 경험들과 생각들을 글로 남긴다.

공기청정기의 요건

내가 원했던 공기청정기의 요건은 아래와 같이 요약된다.

  1.  먼지 제거 능력이 뛰어날 것
    애당초 공기청정기를 사게 된 것은 먼지를 없애자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아무래도 전생에 죄를 지었는지 지구상의 먼지는 내 방에만 다 모이는 것 같다. 먼지 제거해 보겠다고 지난 10년간 다양한 공기청정기를 전전하다 깨달은 사실은, 결국 바람 들어가는 곳이 커야 하고, 팬도 크고 모터가 그만큼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
  2. 관리가 편할 것
    오래 전에 ‘에어워셔’라는, 필터대신 물로 공기정화를 하는 제품을 썼는데, 물 보충과 세척이 너무 귀찮아서 결국 방치했다. 안 그래도 신경쓸 것 많은 인생인데 공기청정까지 일주일에 서너번씩 관리하는 것은 무리다.
  3.  음이온이 안나오거나 적게 나올 것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음이온! 공기청정기의 음이온은 결국 오존(O³)인데, 살균 기능이 있다고는 하나 몸에는 해로운 물질이다. (관련기사: [이덕환의 과학세상] 음이온의 정체는? )
    교수님까지 안가더라도 공대생 정도면 다 아는 내용. 그래서 원래는 음이온의 음자도 들어간 제품은 안사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찾기 어렵다. 그래서 적당히 타협보기로…
  4. 소모품 비용이 적게 들 것
    공기청정기 중에 피톤치드나 이런걸 리필하도록 한 제품들이 있는데, 그런 것은 그냥 피톤치드 원액을 따로 사서 방향제에 설치하는게 저렴하다.
  5. 전기 요금이 적게 들 것
    24시간 켜두어야 하는 제품인데, 전기요금때문에 부담가지고 싶지 않았다. 안그래도 전기요금때문에 눈물이 난다. 그런데 소모전력이 작은 제품은 힘이 약해서 공기정화가 안되고, 공기정화를 제대로 하자니 전기를 많이 먹고… 이 부분도 결국 적당히 타협보기로 했다.
  6. 소음이 작을 것
    사실 공기청정기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가정용 집진기, 송풍기 같은 것들도 알아봤는데, 이런 제품들은 성능은 엄청나지만 소음이 진공청소기 수준이라 특수한 목적이 아닌 일반 가정용으로는 무리였다.

 

제품 선택

이리하여 최종 선택한 제품이 위닉스 WACU300.
생긴 것은 아래와 같이 생겼다. 역시 공기청정기도 그렇고 가전제품도 그렇고, 옷빼고는 다 흰색계열이 좋다.

위닉스 공기청정기 WACU300

내 방에 실제 설치한 모습. 화이트 그로시 재질에 유선형의 디자인이 내 방과 어울린다.

2015년 11월 18일날 G마켓에서 17만6천6백원에 구입.

G마켓 구매영수증

그때 나름 최저가 검색해서 구입했건만, 요즘 가격을 보니 16만2천원. 그새 만오천원이나 내렸네. 눈물이 앞을 가려서 블로그에 글 쓰다가 잠시 창밖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아무튼 이 제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이랬다.

  1. 그렇게 비싸지 않다
    막 수십만원 하는 제품들은 일단 제외했다. 공기청정기가 그렇게 비쌀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고, 예전에 비싼 제품 샀다가 피본 기억도 있고, 게다가 비싼 제품들의 사양이나 제품구조를 봐도 그 가격이 결코 납득이 안되었다.
  2. 공기를 잘 빨아들이게 생겼다
    제품 설명서를 먼저 다운받아서 제품 구조를 살펴봤는데, 이 정도면 모터도 크고 먼지를 충분히 빨아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 1차 필터는 계속 재사용 가능하다
    가장 많은 먼지를 걸러내는 1차 필터가 물로 세척해서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게다가 2차 헤파필터나 3차필터도 세척해서 몇번 더 쓸 수 있다. 소모품으로 장사하지 않으려는 양심스러운 제조사의 마인드가 마음에 들었다. 2,3차 필터 1년치 세트의 가격은 4만원 정도 하는 것 같다.
  4. 음이온이 별로 안나온다
    플라즈마라는 이름으로 음이온을 뿜어내긴 하지만, 제조사에서 밝힌 수치에 따르면, 오존량도 기준치보다 훨씬 미미하고, 뭐 이정도는 걱정안해도 되겠다 싶었다.

    Korea Air Cleaning Association Certificated

    뒷면에는 한국공기청정협회 Clean Air(CA인증) 마크가 부착되어 있다.

    이런 제품들은 제조사 말을 정말 믿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긴 한데, 그래도 이 정도면 그냥 기준치 미만이 아니라 거의 수십분의 일 수준이라 적당히 오차가 생긴다 해도 큰 의미는 없을 것 같아서 일단 믿기로 했다. 이럴 때 측정기가 있으면 좋겠지만, 돈이 없는 관계로…

그리고 방이 크지 않기에, 처음에는 한단계 아랫제품인 WACU150을 살까 고민했었는데, 가격차이도 크게 안나는데다가, 나중에 거실 등 넓은 공간에도 사용할 것을 대비해서 약간 돈 더주고 큰 걸로 샀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의 한수.

 

사용 후기

아무튼 그렇게 4개월을 사용했다. 막상 써 보면서 느낀점. 일단 장점부터.

  1. 자기가 알아서 다 한다. 그냥 전원 꽂고 자동운전 버튼 누르면 끝이다. 그리고 밤에 어두워지면 알아서 팬이 조용하게 돈다. 센스 만점. 고로 리모컨은 전혀 쓸 일이 없다.
  2. 정말 조용하다. 선풍기 소음 쯤 되려나 싶었는데, 그건 공기 오염도가 최고일때 이야기고 대부분은 겨우 돌아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 데스크탑 CPU로드 0%일때의 인텔정품쿨러보다 조용하다. 에어컨이나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 하나 더 있다고 생각하면 될 듯.
  3. 전기 사용량이 생각보다 매우 적다. 에너지효율등급 3등급에다가, 스펙에는 50W라고 되어 있어서 사실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이다. 이 소비전력으로 한달 내도록 돌아가면 전기요금 제법 나온다. 대략 공식에 따라 50 x 0.72 =36. 즉, 36Kwh인데 전기세 4단계 구간인 우리집 기준(1Kwh당 280.6원)으로 1만101원이다. 중형 냉장고랑 맞짱 뜨는 수준. 고로 구입 직후부터 실제 사용량이 어떻게 되는지 매우 궁금하여 직접 측정을 해 보았다.
    1. 오염도 최고일때의 전력 사용량
      자동모드에서 최고오염도로 팬이 막 돌아가는 중인데도, 25W 이상 잘 넘지 않는다.

      적당해 오염되었을 때에는 10W정도 먹는다.
    2. 오염 없을 때. 즉, 평소의 전력 사용량
      WACU300 idle power consumption4.2W~4.8W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이 정도면 스마트폰 충전기 수준.
    3. 한달 전기 소모량
      위닉스 WACU300공기청정기 전력소모량. 1.343KWh

      블로그에 글 올리겠다고 누적 전력량을 다시 직접 측정했다. 2016년 3월 5일 17시부터 20일 17시까지 15일동안 사용 후의 전기소모량.

      보름동안 누적 사용량은 1.343KWh가 나왔다. 곱하기2해서 한달(30일)로 생각하면 2.686Kwh. 나름 누진세 너프(4단계, 1KWh당 280.6원)를 받고 있는 우리집 기준으로도 한달에 753원이고, 월300KWh를 쓰는 일반 가정집에서는 3단계 구간(1KWh당 187.9원)을 적용할 경우 한달에 504원 나온다. 제조사에서는 월2천원이라고 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기준치를 많이 높게 잡은 것 같다. 아무튼 한달 전기요금이 753원이라니, 이 정도면 아름답다 못해 경이로운 수준이다.

  4. 오염 감지 확실하다. 거실에서 몰래 방귀뀌어도 10초후에 방안에서 탐지하고 오염도 최고단계로 뜨면서 민망할 정도로 팬이 막 돌아간다. 부탄가스로 라이터 충전하다가 가스가 잠깐 샜는데 그것도 칼같이 검출해서 팬이 막 돌아간다. 담배는 안펴서 어떤지 잘 모르겠는데, 일단 연기류는 무조건 탐지하고 팬이 돌아가는 것 같다.

    공기가 오염이 되면, 이렇게 빨간색 게이지가 올라가면서 평소 존재감 없이 조용하던 팬이 선풍기같은 소리를 내며 돌아간다

    음식 먹고, 술마시고 있으면 또 오염계기판에 중간 단계로 불이 들어오면서 조금씩 돌아간다. 인간의 코보다 더 정교한 듯.

  5. 물론 먼지제거도 확실하다. 공기청정기가 먼지 빨아들이는 것이 사실 기본 중의 기본인데, 지난 날 구입했던 공기청정기들의 상당수는 그렇지 못했다. 음이온 방출 같은 것에만 집중하고, 자연의 향 운운하면서 방향제도 아닌것이, 은은한 불빛 운운하면서 조명등도 아닌 것이, 막상 팬은 컴퓨터 파워 팬 크기만해가지고 필터도 손바닥만하고, 걸러진 먼지도 미미하고 사이비 같은 제품들이 많았는데, 이 제품은 먼지제거 확실하다.
    공기청정기 필터

    3월5일부터 20일까지 보름동안 1차필터에 쌓인 먼지

    보름동안 먼지가 쌓이면 이 정도 되고, 한달쯤 지나면 이미 필터에 먼지가 이불처럼 덮혀 있다. 하마터면 내가 다 마실 뻔한 먼지들. 역시 전생에 지은 죄가 많아 지구상의 먼지는 다 우리집으로 몰려오는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공기청정기가 막 먼지를 빨아들인다고 해도, 집에 먼지가 쌓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음 생에는 진짜 먼지 없는 세상에서 태어나야 겠다.

그리고 이제 단점.

  1. 플라즈마라고 음이온을 뿜어내는데 이거 끌 수가 없다. 물론 기준치 훨씬 미만이긴 해도, 음이온 분자 하나라도 싫다는 사람을 위한 배려가 아쉽다. 수정 – 자동운전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으면 꺼진다.
  2. 가끔씩 미세하게 끼기긱 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 소리는 필경 모터에 기름칠 안해서 나는 마찰음이거늘, 비록 분해해서 그리스는 못발라도 WD40이라도 뿌려볼까 했는데, 그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다행이도 계속 내버려 두었더니 다시 정상. 그러다 필터 세척하고 말리느라 하루이틀 사용 안하다 다시 켜면 또 소리날 때도 있고 뭐 그렇다. 거슬리는 정도가 전자제품 고주파음 딱 그정도랄까. 다행이도 최근 한달 동안은 계속 안나는 중. 이제 에이징이 충분히 된 건가.
  3. 공기 배출구 쪽이랑 팬도 청소가 가능했으면 좋겠는데, 사용자가 손댈 수 있는 곳은 필터 쪽 뿐이다. 혹시나 공기 배출구 쪽으로 뭔가 쏟으면 A/S를 받거나 아니면 직접 분해하는 수 밖에 없는데, 운 나쁘게도 솔직히 얼마 전에 맥주를 쏟았다. 아, 내가 왜 그랬을까. 컴퓨터 키보드에도 절대 안쏟던 맥주를… 다행이 작동은 여전히 잘 되지만, 그래도 맥주의 흔적이 있는 배출구를 보니 마음이 아프다. A/S를 맡겨서 닦자니 덩치가 커서 들고 가기도 그렇고, 분해하자니 아직 무상기간이 남아서 두렵다.
  4. 윗쪽으로 바람이 나오는데, 겨울에는 제법 춥게 느껴진다. 공기 방향을 조절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는 안되는 것 같고, 발길이 안닿는 곳으로 위치를 조절하는 수 밖에 없다.

 

총평

아무튼 그렇게 구입해서 지금 4달동안 만족하며 쓰고 있다. 역시 이런 종류의 가전제품은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이 없으면서도 막상 자기일은 묵묵히 수행하는 제품이 최고다. 그런 면에서 이 제품은 최고합격점을 주고 싶다.

그리고, 좀 더 과하게 욕심을 부려보자면, 필터도 자동으로 세척&교체되었으면 좋겠다. 보름마다 필터를 씻으라니 이게 무슨 부지런스러운 말인가. 그냥 자기가 알아서 세척하고, 2차필터는 알아서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택배 받아서 필터 교체해 놓고, 시간나면 방도 닦고, 쓰레기도 알아서 봉투에 담아서 밖에 내다놓는 그런 집안일 다해주는 로보트 있으면 좋겠다. 진짜 나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이미 아무 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노동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것은 인류의 영원한 로망 아닌가. 30년후면 가능하겠지. 그저 일찍 태어난 내가 죄인이다.

14 thoughts on “10년간 전전하다 최종 정착한 공기청정기, 위닉스 WACU300

  1. 요즘미세먼지가 넘심한데요ㅠ 이거 괜찮을까요? 창문열거나 밖에서 들어올때 ㅈ열심히 돌아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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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김민규

    정말 기본에 충실한 제품입니다
    저도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모델을 요번에 구입해사용중인데 오염센서 너무 정밀해서 공기청정기와 4미터 정도떨어진화장실에서 담배살짝피고 문닫아도 감지해서 빨강으로변하며 미칠뜻이 돌아갑니다 ㅋ 물론 외부오염이있을때나 창문열면 기똥차게 반응합니다 너무 반응이 좋아서 자동에서 취침으로 주로 사용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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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gg

    공기청정기 음이온때문에 상당히 고민하고 있었는데 좋은 후기 잘 보고 갑니다. 안심하고 사도 될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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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서치중

    잘 읽었습니다. ^^
    가능하시다면, 스마트폰의 소음측정어플로 기기소음을 풍량별로 재어 주시겠어요? 삼성꺼 24평형 쓰는데 1단 소음이 생각보다 크고, 미세먼지센서의 팬소음이 듣기싫은 고주파음이라 매우 거슬려요.. 위닉스로 바꿀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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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3232

    님땜에 이거 3년 사용하고 그 플라즈마 끌 수 있다는거 첨알았네요. 메뉴얼에도 안나와있던데 어떻게 아신건지요? 쓰면서도 찝찝해서 바꿀까까지 생각했는데 오늘 우연히 중고로 검색해보다 님글보고 해보니 꺼지네요… 이 허무함이란… 정말 욕나옵니다. 무슨 생각으로 메뉴얼에도 기재안하고 그렇게 판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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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추 Post author

      저도 전혀 몰랐는데, 위에 ‘나카무라 루미’라는 분이 댓글 남기신거 보고 알게 되었죠.ㅎㅎ

      Reply
  6. 지나가다

    나무위키 미러님 덕분에 음이온 나오는거 끄고 오존 안나오게 해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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