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아서 매우 설레었다. 하지만 너무 빨리 끊어서 아쉬웠다.

맨날 070대출 스팸만 받다가 드디어 보이스피싱도 받게 되었다. 물론 있으나마나한 내 핸드폰 번호가 아니라 부모님댁 집전화로 말이다.

아버지께서 전화를 먼저 받았기에 이미 이름 정보는 넘어간 상태였고, 경찰에서 전화가 왔다길래 바로 촉이 왔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와서 이번에는 내가 받았다.

일단 전화 받을 때부터 ‘국제전화입니다’라고 안내방송이 나와서 올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며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다. 계속 전화기를 들고 있으니 어떤 남자가 전화를 받았는데 경찰을 사칭하며 우체국으로 카드가 발급되었다고 하였다. 한국말 발음은 원어민처럼 완벽했지만 전화 감도가 떨어져서 자세한 내용은 잘 안들렸다. 아무튼 우체국 어쩌고 경찰 어쩌고 카드발급 어쩌고 했다.

갑자기 생년월일을 물어보길래 도대체 이사람들은 생년월일 정보도 없이 장사하려는 건가 싶어서 약간 당황했다. 아무튼 적당히 아무 날짜나 말해줬다.

그렇게 분위기가 흥미진진해지면서 거짓 생년월일 정보를 넘겨받은 상담원은 잠시후 말도 없이 끊어버렸다. 이럴수가. 마치 영화 시작 10분만에 극장에서 나온 느낌이다. 출생년도는 적당히 사실대로 말해줄 껄 그랬나 보다.

사실 내가 100원 정도는 송금 해줄 의향이 있었는데 아쉽게 되었다. 말 잘하면 200원도 송금가능한데 말이다.

아무튼 태어나서 처음받은 보이스피싱이라 신기한 마음에 글을 쓴다. 원래 좀 더 시간을 끌면서 흥미진진한 보이스피싱 체험기를 쓰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다. 나의 운빨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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