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우연한 기회에 자살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살았던 방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보기 껄끄러운 사진들도 많았지만, 방 모습 자체는 우리들이 사는 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침대 하나 있고, 컴퓨터 한대 있고, 옷걸이에는 옷들 대충 걸려 있고… 사람사는 공간이 특별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사진들을 보면서, 고인이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 짐작이 가능하였으며, 또한 젊은 사람인지 나이든 분인지도 짐작이 가능하였다.
그리고 또 한가지 느낀 것은, 거의 대부분의 자살자들이 집 정리를 안한다는 것이었다.
무슨말이냐면, 자살이 즉흥적으로 일어난다는 것.
자살이라는 것은 그래도 자신의 의지대로 이 세상과 마지막 작별을 고하는 것일진데, 그들이 남긴 방 사진들을 보면 마치 내일도 출근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질병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사람들의 방이 깨끗이 정돈된 것과는 완전 대조적이었다.
또한, 현장은 피가 눌러붙고, 구더기가 창궐하여 꽤나 끔찍한 모습이었다.
바닥에는 누군가 쌀가마니를 쏟은 듯 온통 쌀들이 흩뿌려져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게 쌀이 아니고 전부 구더기.
그리고 술병이 널부러져 있는 것도 특이점.
나도 술 좋아하는데, 사진들 보니 그냥 확 술 끊고 싶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평소때부터 인생이 암울하여 죽고 싶었는데, 술김에 확 실천해버렸다가 진짜로 죽어버린 느낌이랄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사연이 있고, 그 사연들은 때로는 미치도록 괴로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고통은 원래 타인과 비교가 안된다. 내가 힘든데 나보다 힘든 사람이 있든 말든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니까.
문득 번개탄에 씌여진 ‘당신의 생명은 소중합니다’라는 글귀가 생각난다.
요즘 번개탄으로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꽤 있나 보다.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살자들은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 끝에 삶보다 죽음이 낫다고 생각해서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그냥 ‘아, 괴롭다….살아서 뭐해’라고 생각하다 어느날 홧김에 감정적으로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후의 모습은 매우 추하다. 아니 추한 정도가 아니라 끔찍하다.
내가 본 현장 사진은 그랬다.
어차피 우리 모두 결국에는 다 죽을 운명인데 뭐가 그리 급한지…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