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5월의 일요일에 북악산 등산을 하였다. 서울시민이라면 4대문 성곽을 한번 둘러봐야 하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1.21 김신조 사건 이후로 수십년 동안 민간인 통제구역이었다는 사실에다가 아직도 입장할때 신분증이 필요하다는 말에 어떤 곳인지 묘한 호기심도 일었다.
안국역에서 종로02 마을버스를 타고 성균관대 후문에서 내린 뒤, 걷기 시작했다. 첫번째 목적지는 말바위 안내소. 여기에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신분증을 제시한 후 입장하였다.
그리고 번호가 씌여있는 목걸이를 받았다.
날씨는 화창하였고, 다소 덥다는 생각도 들었다. 북악산의 높이가 342.5m인데다가 서울시내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했는데, 그러기에는 경사가 가파른 구간이 여럿 있었다. 산행이라고 생각하면 난이도가 쉬운편이고, 산책이라고 생각하면 좀 힘든 수준.
말바위안내소에서 숙정문~창의문까지가 군사지역이고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사진촬영 금지 안내문도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스피커도 설치되어 있어서 조용한 음악과 외국어 안내방송도 흘러나왔다. 또한 중간중간 쉼터가 있어서 등산객들이 쉬었다 가기에 좋았다.
등산로에 꽤 촘촘하게 안내원이 서 있어서 이것저것 안내도 하고, 사진촬영을 못하도록 감시도 하곤 했었는데, 일반적인 공원관리인과는 달리 그 인원도 훨씬 많고 전부 젊은 남자들이었다. 왜 여자알바생은 없는걸까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전부 현역 군인. 군복 대신에 별도의 유니폼을 입고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유심히 보니 권총도 휴대하고 있었다. 경계근무라고 생각하면 군장도 없고 복장은 편해 보였긴 한데, 매일 근무선다고 산을 오르내리는 것은 좀 빡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의 계획은 북악산과 인왕산을 이어서 같이 가는 것이었는데, 북악산에서 바라보는 인왕산은 너무나 거대하고 가파르게 보였기에 그냥 포기했다. 게다가 오후에는 비가 쏟아진다는 일기예보도 있었다.
그래서 창의문에서 나와 곧장 하산하고 뒷풀이를 갔다. 장소는 서대문역에 있는 한옥집 김치찜. 윤동주 문학관에서 버스를 타고 쉽게 갈 수 있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 날 서울 자전거 대행진이 있어서 일부 버스와 교통이 통제되는 바람에 이 버스 저 버스 갈아탄뒤 제법 걸어서 도착했다.
역시 등산 후에 마시는 막걸리 한잔이 꿀맛이다. 안주도 독특하면서도 훌륭했다. 끝나고 집에 도착할 때 쯤 되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