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 이후로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쿠바’라는 나라. 그래서 ‘쿠바의 연인’이라는 제목에 일단 끌렸고 범상치 않아 보이는 영화 포스터에 또 끌렸다. ‘쿠바의 여인’이 아니라 ‘쿠바의 연인’이다. 사실 올레TV로 IPTV를 시청하던 시절에 잠깐 앞부분을 봤던 기억이 있으니 나온지는 꽤 오래된 영화인 것 같다. 아마도 개봉한지 5년은 족히 넘을 듯 싶다.
비록 글 제목에는 쿠바 여행가고 싶다고 썼지만 사실 영화 내용 자체는 여행 이야기가 아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픽션이지만 다큐형식으로 촬영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은 한국 여자와 쿠바 남자의 사랑 이야기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는 더더욱 아니다. 서로 연인이 되고 미래를 함께 하기 위해 상대방의 나라를 방문하면서 부딪히는 각종 현실적인 문제들을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쿠바에서의 장면을 찍을 때에는 꽤나 참신한 로맨스 독립영화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주인공들이 한국으로 넘어오니까 완전히 다큐멘터리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다문화 가정 밀착취재 같았다랄까. 비슷한 주제를 다루는 EBS의 글로벌 가족정착기가 다소 유쾌한 분위기라면 쿠바의 연인은 조금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다.
뭐 아무렴 어떠한가. 그래도 영화 전반에 걸쳐 카리브해의 낭만은 꾸준히 느낄 수 있었다. 평온하고 즐겁게 살 것 처럼 생긴 레게머리 쿠바 청년이 이 영화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 원래 쿠바 사람들이 그런 것인지 쿠바 남자들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이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만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나랑 정신세계가 비슷한 것 같다. 일명 베짱이 스타일.
물론 나도 한국에서 빡세게 개미처럼 살고 있는 인생은 아니지만, 그래도 쿠바 사람들의 삶이 종종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낙천적인 사람들의 낙원같은 곳이랄까. 물론 영화 속이라서 그렇게 비춰졌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쿠바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이후로 많이 바뀌고 있다는 뉴스도 봤고, 그래서 쿠바 특유의 풍경들이 이제는 달라지고 있겠지만, 아무튼 가고싶다. 아바나(Havana)도 좋고 자메이카도 좋고 어디든…
이 영화 소감을 스페인어로 표현해 보자면, Me siento extrañamente atraída a esta película. 영화에 묘하게 끌렸다는 뜻이다. 사실 맞는 문장인지는 모르겠다. 스페인어를 스팀에서 게임으로 배웠는지라…
오늘 밤에는 여행하는 꿈을 꾸며 잠들고 싶다. 위 사진의 자세로 말이다. 파도소리도 틀어놔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