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날과 다름없이 의자에 앉아서 인터넷 서핑이나 하고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허리에 통증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한시간 후에는 걷기조차 힘들어졌다. 그래서 일단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생각보다 통증이 심한 것 같아서 응급차를 부를까 고민하다가, 일단 근처 약국에 엉금엉금 걸어갔다. 약먹고 한숨 푹자면 괜찮아 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병원에 가는 것은 언제나 무섭다.
약국에 가서 허리가 아파서 죽을 것 같다고 말하니까 약사 분이 적당히 약을 주었다. 졸릴 수도 있다고 했는데 원래 약은 졸려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바로 콜했다. 감기약도 마찬가지고 졸리는 약들은 보통 진통소염제라서 뭔가 통증이 완화되면서 나른한 것이 한숨 푹 자고 나면 극락왕생하는 기분이 들고 좋다.
2종류의 약을 받았는데 하나는 캐롤엔이라는 나프록센 성분이 있는 진통소염제이며, 또 하나는 한미 리렉스정이라는 클로르족사존 성분의 근육이완제였다. 가격은 캐롤엔이 10캡슐에 3000원, 리렉스가 10정에 2500원이었다. 예전에 이 약들을 먹어본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부터는 내 몸에 어떤 약들이 맞는지 기록해 놓을 생각이므로, 나프록센(Naproxen)과 클로르족사존(Chlorzoxazone)의 시식기 혹은 체험기를 이렇게 써보려 한다.
아무튼 약을 먹고 곧바로 침대에 누워서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았다. 감기약 먹을때 사용하던 진통소염제와 달리 나른한 것도 없었고 곧바로 잠도 오지 않았기에 얼마간의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어느순간 잠이 들며 극락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원래대로라면 자전거를 타고 벚꽃구경을 갔어야 할 화창한 봄날이었지만, 이렇게 이루지 못한 벚꽃놀이의 꿈을 꿈 속에서나마 이루고 싶었다.
한참을 그렇게 잠들다가 한밤중에 드디어 깨었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고통이 없는 천국이 펼쳐질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통증이 심한 지옥의 현실이 나를 괴롭혔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구급차를 부르기는 더 번거로워서 그냥 한번만 더 약빨을 믿어보기로 하고 다시 약을 먹고 잠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파스도 붙였다.
통증이 발생한지 24시간쯤 지나니 아주 약간 차도가 있는 것 같아서 일단은 병원에 가지 않고 계속 버텨보기로 했다. 여전히 걷기에는 무리가 많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냥 오랜만에 운동했을때 다리에 알이 배겨서 못걷는 딱 그 정도의 느낌이 되었다.
결국 허리통증 때문에 의자에 앉아서 컴퓨터를 하지는 못하고 대신에 좌식 소파베드에 앉아서 노트북 앞에서 당분간 생활을 했다. 원래도 아무것도 안하고 놀았지만 아프다는 핑계로 더욱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놀았다. 그 과정에서 SideSync라는 존재를 알게 되어서 마침내 LTE비디오포털을 노트북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동안 괜히 블루스택 가지고 영화 보겠다고 고생을 했다.
아무튼 그럭저럭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은 일주일쯤 지난 후였다. 다행이도 병원에 가지 않고도 쾌차하였다. 10년 넘도록 멀쩡하던 허리가 정말 오랜만에 통증이 와서 고뇌가 가득한 한주였다. 검색해보니 나프록센 말고도 ‘이부프로펜(Ibuprofen)’이라는 진통소염제가 있고, 클로르족사존 외에도 ‘메토카르바몰(Methocarbamol)’이라는 근육이완제가 있다. 언제 또 통증이 올 지는 모르겠지만 다음번에는 새로운 약물로 테스트를 해볼까 한다. 이번에 먹은 약은 내 몸에 맞다고 말하기에는 효과가 애매하다. 아무 약도 안먹어도 어차피 일주일이면 다 나았을 것 같다. 물론 둘 다 먹어봐야 정확한 비교를 할 수 있을 듯 싶다.
이제는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다시 의자에 앉아서 이렇게 글을 쓰지만 여전히 신경이 쓰인다. 아무래도 장기간 금주를 하니까 몸에서 부작용이 생기는 것 같다. 윤활유가 없는 엔진 같다랄까. 안그래도 원래 건강했는데 더 건강해져 보겠다고 술을 끊은 것이 화근인 것 같다. 역시 인간은 욕심을 부리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