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우도 옆 비양도에서의 캠핑은 꽤나 무서웠다.

‘그남자 김가’에서 우도 땅콩막걸리 한병 마시고 텐트에 들어와 누웠으나 잠을 못자고 뒤척이다 새벽2시쯤 잠들었던 것 같다. 새벽 4시쯤 텐트가 펄럭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보니 상황이 심각한 상태였다.

제주 날씨를 검색해보니 이미 풍랑 주의보와 강풍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그동안 제주도 여러 해변에서 지난 몇주 동안 계속 캠핑을 해왔고,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서 텐트가 휘어지고 한 적도 많았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어젯밤 ‘그남자김가’ 사장님이 이야기한 풍랑주의보를 귀담아 듣지 않은 것이 엄청나게 후회되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텐트 폴대만 일단 먼저 내려놓아서 공기 저항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철거는 도저히 불가능했고 새벽4시라서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어찌 손을 쓸 도리가 없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생각보다 엄청났다. 낮이었으면 바람이 세게 부는구나 파도가 세차게 치는구나 라고 아쉬워 하며 철수했을 텐데, 밤이 되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바로 옆의 검은 공간에서 파도소리가 세차게 들리고 웅웅거리는 바람소리를 듣고 있으니 오직 공포감 밖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주위에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텐트 앞에는 어제 낮의 안내견과는 다른 이름모를 커다란 흰 개가 텐트 앞을 지키며 버티고 있었는데, 사실 이마저도 처음에는 흠칫 놀랐다. 이곳 우도의 개들은 뭔가 인간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양도 캠핑장에서 7분 정도 걸어나와 비양도 입구 옆에 있는 정자에서 추위에 떨며 해가 뜰 때까지 기다렸다.

비양도 캠핑장에서 7분 정도 걸어나와 비양도 입구 옆에 있는 정자에서 추위에 떨며 해가 뜰 때까지 기다렸다.

무너진 텐트가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적당히 무거운 물건들을 올려놓고 비양도를 나와 입구 옆 정자에 앉아서 블루투스 스피커로 음악을 들으며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비양도 가는 길. 저 멀리 가로등에서 조금더 걸어올라가면 비양도 캠핑 사이트가 있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보인다.

비양도 가는 길. 저 멀리 가로등에서 조금더 걸어올라가면 비양도 캠핑 사이트가 있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안보인다.

불과 12시간 전만 해도 너무 화창한 가을 날씨에 인파들로 북적이는 곳이였는데, 지금은 폭풍이 몰아치고 인적 하나 없는 춥고 비오고 쓸쓸하고 무서운 곳으로 변했다. 우도 앞바다의 날씨는 그렇게 변화무쌍하였다.

불과 몇 시간 전의 모습. 이 때만 해도 오늘 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까마득하게 모른채 석양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의 모습. 이 때만 해도 오늘 밤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까마득하게 모른채 석양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 있었다.

그렇게 추위에 떨며 오만가지 생각을 하며 괴로운 몇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 덧 항해박명 시각이 다가와서 저 멀리 수평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 멀리 동이 트려는 듯 어스름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해가 뜨고 날이 밝으면 당장 텐트를 철수하고 짐을 싸서 서울로 돌아가야 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내가 이러려고 제주도에 왔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운 순간이었다. 문득 따뜻한 방과 포근한 이불속이 미치도록 그리웠다.

드디어 날이 밝고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바람은 거세게 불고 있었다.

드디어 날이 밝고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바람은 거세게 불고 있었다.

어느덧 일출 시각도 지나고 날은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서둘러 텐트를 걷고 일단 천진항으로 가서 버티기로 했다. 배는 출항하지 않겠지만 바람이 불지 않는 따뜻한 대합실에서 적당히 노숙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공항 노숙자처럼 말이다.

텐트앞에 있던 개 한마리. 날씨가 이모양인데 캠핑이라니 하는 표정으로 나를 향해 계속 짖기도 하고 주위를 서성이기도 했다.

텐트앞에 있던 개 한마리. 날씨가 이모양인데 캠핑이라니 하는 표정으로 나를 향해 계속 짖기도 하고 주위를 서성이기도 했다.

전동휠을 타고 돌아가는 길은 어제 낮에 들어올 때의 길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인적은 한명도 없었고, 날씨는 을씨년스러운 것이 마치 와우(WoW) 게임의 호드지역 벌판을 달리는 기분이었다.

천진항으로 돌아가는 길.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 외에는 인적하나 없고 오직 웅웅거리는 바람소리만 들렸다.

천진항으로 돌아가는 길. 가끔씩 지나가는 자동차 외에는 인적하나 없고 오직 웅웅거리는 바람소리만 들렸다.

우도 박물관도 지나고 읍내 지역을 거쳐 우도천진항에 도착했는데 여객 터미널은 굳게 잠겨 있었다. 나는 갑자기 막막해졌다.

이어지는 글 : 황량한 제주 우도를 헤매다 우연히 들어간 제주 우도 쉼팡 게스트하우스에서 아늑한 하루를 보냈다.

배는 결항이더라도 대합실은 열어 놓을 줄 알았다.

배는 결항이더라도 대합실은 열어 놓을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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