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어다리횟집에서 밤새 보내다가 낮에 길건너편 나혜석거리에 갔다. 사실은 기왕 수원 인계동까지 온 김에 뭔가 수원 관광을 하고 싶었는데 문득 나혜석거리가 그저 눈에 띄어서 발길 닿는대로 가게 된 것.
‘나혜석’이라는 유명한 화가의 이름을 따서 만든 거리라고 한다. 입구에 동상도 서 있다. 그 분이 아마 이 동네 출신인가 보다. 아무튼 어제까지만 해도 정말 더웠는데 오늘은 날씨도 흐리고 그나마 선선하였다. 숙취해소를 위해 근처 편의점에서 헛개차 2+1으로 3병을 산 뒤, 나혜석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나혜석 거리는 낮이라 그런지 한산하였다. 그리고 길이 엄청 넓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잘 정돈된 신도시의 먹자골목 같기도 하고 약간 공원같기도 하였으며, 또한 대부분의 가게들이 야외 좌석이 있어서 카페 거리 같기도 했다. 근린공원과 카페거리와 유흥가의 중간적인 느낌? 홍대 걷고싶은거리와 동탄 센트럴파크를 조금씩 섞어놓았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분수도 있는 것 같은데 물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감전 위험 때문에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한다. 분수에 감전이라니 슬픈 일이다. 원래 이런 공원 같은 곳에는 아이들이 막 분수안으로 뛰어들어가서 물놀이도 하고 그런게 보기 좋은데 말이다.
계속 걷다 보니 뭔가 공연하기에 좋아보이는 무대 같은 것도 보인다. 바닥에는 동서남북 표시도 되어 있다. 아마 여기가 광장의 중심 같은 곳인가 보다. 뭔가 유럽 소도시 같은 느낌이랄까.
바로 옆에는 수원야외음악당으로 통하는 길이 있었는데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좀 멀리 있나 보다.
친절하게도 중간에 급수대도 있다. 분수도 있고 급수대도 있고 역시 공원삘이다.
가운데에 아이스크림을 파는 매장도 있다. 이렇게 보니 약간 테마파크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전체 길이는 약500미터쯤 되는 것 같다. 아무튼 한바퀴 쭉 둘러본 후 가운데 광장에 앉아 맥주 한캔 땄다. 평일 오후3시, 아무런 근심걱정 없이 여유로운 한마리의 공작새처럼 그렇게 나혜석거리를 배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