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지진이 2016년 추석 연휴를 사이에 두고 일어났다. 지진의 진원지는 경주 남남서쪽 10km 지점. 큰 인명피해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놀랐고 페이스북 뉴스피드에도 한동안 친구들의 지진 이야기만 계속 올라왔다.
지진강도 5.8이면 꽤 클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상 기록적인 수치라고는 하지만, 페이스북에서 지인들의 글을 보면 지진을 느낀 사람도 있고 못느낀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어서 지리적인 차이도 있고, 느꼈다 해도 ‘방금 뭔가 흔들렸는데 이거 지진 맞음?’ 정도의 수준이었고, 진원지인 경주 근처에서도 큰 인명 피해는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지역에서는 카톡이 먹통이 되었다는 글도 있었다.
나의 경우 2016년 9월 12일 지진 때에는 서울의 우리집에서 오버워치 경쟁전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때 뭔가 땅이 좌우로 흔들리면서 약간 어지럽고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근처에 공사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집 전체가 상하로 흔들리는 경우는 익숙했지만, 좌우로 크게 흔들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낯설었다. 물론 오버워치 게임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전국의 플레이어 다들 마찬가지였겠지. 음성채팅에서도 방금 지진 아닌가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행이 집안에 있는 물건들이 무너지고 넘어지고 다치고 하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2016년 9월 19일 지진 때에는 술먹고 잠이 들었다. 그래서 아무 기억이 없다. 집안 물건들도 아무 이상 없었다. 자고 일어나니 인터넷에서 또 지진났다고 난리가 났다. 그리고 오늘 문득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니 다가오는 9월 24일에 또 큰 지진이 난다는 소문이 떠돌던데, 기상청에서는 근거없는 괴담이라고 해도 귀가 솔깃하고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24일이 되어봐야 알겠지.
아직까지는 일본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큰 건물이 무너지고 이런 일들은 없었지만, 그래도 뭔가 불안한 것은 사실이다. 평생 30년 동안 지진한번 느껴보지 못하다가 서른살 이후로 여러번의 지진을 느꼈는데, 이 이야기를 어머니께 했더니 어머니도 60년 평생 못느끼다가 최근들어 계속 느낀다고 하셨다. 분명 최근 5년 사이에 한반도에 뭔가 변화가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부모님은 경주에서 가까운 부산에 살고 계시니 더더욱 걱정이 된다.
엊그제 뉴스를 보니 경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점심 식사를 야외 운동장에서 하는 사진을 보았다. 내가 어릴 때에는 전쟁 대피 훈련을 받았지만, 요즘의 초등학생들은 지진 대피 훈련을 받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